시누이와 올케의 사랑 이야기

2017.05.07 15:40

Bigcat 조회 수:3484

800px-Andreas_Moeller_-_Erzherzogin_Mari

 Maria Theresa in 1729, Andreas Möller, oil on canvas, 94 × 75 cm, Kunsthistorisches Museum

공주 시절의 마리아 테레지아(12세), 오스트리아의 여제



언젠가 나무위키러들의 여성혐오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제가 이 분 짤방을 들고 한 얘기가 있었죠. 젊다 못해 어린 시절 초상화를 들고 와서는 중년 시절의 초상화랑 비교하면서 어렸을 때는 이렇게 날씬하고 예쁘더니 나이들어서는 애낳고 살쪄서 이렇게 망가졌다고....여튼 역사 인물 평가란에 하도 얼척없는 소리를 해놔서 진짜 빡쳤었던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실은 저 나무위키러가 꼭 버러지같은 마인드 때문만이 아니라 어디선가 그렇게 써있는걸 보고 제 딴에는 역사책에도 그렇게 써 있는걸 뭐...하면서 기세좋게 써갈겼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영국 작가 엘리슨 위어의<헨리 8세와 여인들, 박미영 역, 루비박스>을 읽다가 그와 비슷한 문장을 발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헨리 8세의 첫번째 왕비 아라곤의 카타리나(캐서린 아라곤)에 대한 묘사 중 이런 구절이 있었거든요. "...젊은 시절에는 그토록 아름답더니 아이들을 줄줄이 낳으면서 그 몸매가 모두 무너지고 말았다...." 참 천박한 묘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나이가 들면 신체가 변하는건 당연한거 아닙니까? 게다가 왜 꼭 애낳는 얘길 하는지? 아이 낳고 어머니가 되면 자연스럽게 신체가 변하는 것이지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게다가 이 엘리슨 위어라는 작가는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역사교육학을 전공했고 나름 유명세가 있는 작가더라는 말이죠.(출판사 광고를 보니까 영국의 시오노 나나미라고 하던데....그래서 그런가...-_-;;...) 더구나 여성 작가임에도 이런 소리를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할 수 있다니....정말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아니면 문화 차이인가? 내가 체면을 중시하는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에 익숙해서 그런가....이 사람들은 이렇게 초상화 그려대는 것만 봐도 남녀노소 모두 외모에 목숨을 거는 문화인것 같은데....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Kaiserin Maria Theresia (HRR).jpg

 Empress Maria Theresia of Austria, , Martin van Meytens, 1759, oil on canvas, Akademie der bildenden Künste Wien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42세)





.....하는 찰나에 우연찮게 단서 하나를 찾았습니다.




"....여왕은 보통 여자들 중간키보다 약간 크고, 결혼 전에는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친 출산으로 몸이 뚱뚱해졌지만 그래도 걸음걸이는 자유롭고 우아하며 위엄이 있었습니다. 포동포동한 둥근 얼굴에 이마가 반듯하고 눈썹이 잘 났으며 머리는 반짝이는 금발입니다. 밝은 푸른빛의 커다란 두 눈은 생기가 넘치고 아주 온화합니다. 적당한 크기의 코는 아주 잘 생겼습니다....얼굴 표정은 솔직하고 밝으며 말할 때는 상냥하고 우아합니다. 그녀가 아름답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총명하고 정무파악 능력이 뛰어나며 기억력도 비상하고 판단도 정확합니다. 여왕은 자제력이 강하여 그녀의 얼굴과 태도를 보고 그녀의 생각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최종 명령서를 쓰기 전까지 대신들과 종종 토론하고 중요한 국정회의에 참석합니다. 여왕은 특히 군사에 관한 것은 정확히 처리하고자 하고 군 장성들의 성격과 능력을 파악하려고 합니다....."



  - 1747년 1월 18일, 비엔나 주재 프로이센(통일 전 독일의 옛 이름) 대사 포데스빌이 프리드리히 대왕에게 보낸 보고서 -


(영원한 국모 마리아 테레지아 중에서, 오영옥 지음, 나남, 2009)


그러니까 실은 마리아 테레지아에 관련된 원사료에 이런 비슷한 얘기들이 있었던 겁니다. 사실 서양사 관련 사료 중 각국의 대사들이 본국에 보낸 보고서는 당시 왕들에 대한 정세적 평가외에도 성품이나 외모같은 개인적인 품성을 엿볼 수 있는 생생한 기록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당시 인물사 연구에 아주 유용한 자료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다만...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상당히 개인적인 얘기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사의 보고서를 그냥 곧이곧대로 역사 자료의 인물평가란에 그냥 써버리는 짓은 할게 못된다는 얘기죠. (진짜 ㅂㅅ 들이라는 생각밖에는...)



그런데 이 포데스빌 대사의 편지에는 그냥 넘어가기는 좀 걸리는 구절이나 표현들이 보입니다. 일단 마리아 테레지아를 정식 호칭인 '황후'가 아닌 '여왕'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건 바로 포데스빌의 주군인 프리드리히 대왕의 구미에 맞춘 표현입니다. 대왕은 마리아 테레지아를 경멸하여 '오스트리아 황후나 여제'가 아닌 '헝가리 여왕'으로 낮춰 부르고 있었거든요. (절대 여자인 그대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라는 걸 인정할 수 없음!!!!...실제로 이렇게 말한적도 있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 바로 이 구절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됐는데 - ....그 동안 여러 차례에 걸친 출산으로 몸이 뚱뚱해졌지만....바로 이 구절입니다. 사실 처음에 이 보고서를 읽으면서 좀 갸우뚱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이 구절이 굳이 들어가야 하는지 싶더란 말입니다. 아무리 임금과 1:1로 오가는 기밀 문건이긴 하지만 미혼일 때는 그렇게 날씬하고 예쁘더니 결혼하고 애낳고 아줌마 되더니 뚱뚱해졌더라...이건 정말 식자라면 쓰기 어려운 비루한 표현이 아닌가...하물며 상대가 편한 친구도 아니고 자신의 주군인데....임금에게 신하가 이런 표현을 쓰면서 얘길 한다고...? 하다가 문득 이 시기가 대왕의 슐레지엔 침공과 점령 이후(1차1740~1742, 2차1744~1745)라 두 나라 사이에 적대감이 팽패한 시점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사실 이 시기 대왕이나 여제나 둘 다 서로 칼을 갈고 있는 시점이기도 했고요. (이 시기 대왕은 여제로부터 빼앗은 슐레지엔을 지키기 위해 또 한차례의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여제 역시 빼앗긴 슐레지엔을 되찾기 위해 전쟁 준비 중이었고...그러다가 결국 7년 전쟁이 터집니다. 1756~1763, 18세기 세계대전이라고 하죠. 무려 16회 전투를 치른...대왕님은 슐레지엔부터 7년 전쟁 내내 야전에서 직접 전투를 지휘했습니다. 덕분에 '18세기 유럽을 뒤흔든 명장'이라는 칭송도 받았죠.)


 그러다가 문득, 앞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왕은...결혼 전에는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그래! 이거로군!


....실은 이 두 사람이 예전에 혼담이 서로 오간 사이였거든요.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와 프리드리히 대왕은 다섯 살 연배 차이로, 대왕이 열 여덟 갓 성인이 되었을 때 여제는 열 세살이었습니다. 보통 이 시절에는 왕실 자녀가 십대 중 후반의 나이대부터 혼담이 오갑니다. 국혼협상이라는게 보통 몇 년씩 걸리기 때문에 이 때부터 시작해야 스무살 전후의 혼기 때에 맞출 수 있거든요.(이 시절 평균 수명이 45세라는 걸 생각해 보면...;;)...



당시 대왕은 여제와의 결혼에 답지 않게 적극적이었습니다. 부왕의 허락을 받아 직접 청혼 편지도 썼고 황제(여제의 아버지 카를 6세)가 원한다면 프로이센을 떠나(왕세자 자리도 버리고) 오스트리아에 와서 미래의 여제의 남편이 되어 살고 싶다는 의사를 비치기도 했었죠. 하지만 결과는....가끔은 저혼자 상상해 보기도 합니다. 이 두 사람이 결혼을 했다면? 과연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대왕이 없었어도 오늘날 독일의 근간을 만든 그 누구가 프로이센에 출현을 했을까....?


요컨데 제 결론은 이겁니다. 저 대사의 그 편지 구절은 그냥 남자들끼리의 한담인거죠. "...전에 너 싫다고 가버린 그 콧대높은 여자 말야...내가 얼마 전에 봤는데, 진짜 아줌마 됐더라...애 몇 낳더니 뚱뚱해져서...어쩌구 저쩌구..." ....-_-....;;



가끔 이렇게 더없이 격식으로 가득한 옛 문헌들에서 불쑥 불쑥 본심이 드러나는 문장들을 볼 때 어찌나 웃기는지요.






L                                                                                                                                                                                                            

서양사학자 오영옥 선생(이화여대)이 쓴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전기입니다. 사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었는데, 번역서가 아니라 국내 서양사학자가 쓴 책이라서 더 반갑더군요. (그런데, 대왕님 전기를 번역해주실 분은 안계신건지....프리드리히 2세에 대한 책은 진짜 국내에 한 권도 없더군요....왜죠....전쟁사와 정치사쪽으로는 끊임없이 언급되는 분이신데...비스마르크나 히틀러 정도는 못되더라도, 이 정도의 역사적 지위를 가진 분이면 국내에 그래도 전기 한 권 정도는 나와주는 것도...T.T)
















    

관련 이미지

Friedrich Heinrich Füger, Empress Maria Theresa with Her Children, 1776 © Belvedere, Vienna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와 자녀들, 하인리히 퓌거, 1776년, 빈 벨베데레 궁 소장)




마리아 테레지아는 영유아 사망률이 높던 그 끔찍한 시절에 무려 16남매를 낳아 기른 어머니입니다. (물론 이 중 6명은 사망했지만) 첫 아이를 스무 살에 낳은 이후 막내를 서른 아홉에 낳을 때까지 - 심지어 쌍동이도 없이 - 20대 30대 시절을 온전히 임신과 출산으로 보냈지요. 그러면서도 국정은 언제나 손에 놓치 않았고. (실은 국정 정도가 아니라 끔찍한 전쟁을 치렀죠. 바로 프리드리히 대왕과 상대로 말이죠. (1, 2차 슐레지엔 전쟁에서 7년전쟁까지)




Marie Antoinette d'Autriche young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오스트리아의 여대공 마리 앙투아네트, 1770~1774, 프랑스 왕실 회화 아틀리에 제작, 캔버스에 유채, 베르사이유궁 박물관 소장



사실 한국에는 이 분이 더 유명하죠.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는 단지 왕비의 어머니로만 알려져있을 뿐이고...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여제의 많은 자녀들 중 막내딸입니다. 다만 프랑스 혁명이라는 워낙 넘사벽 사건의 주연 중 하나가 되는 바람에 어머니와 다른 형제 자매들이 다 가려졌을 뿐이죠...(이렇게 자녀들이 많으니 각종 다사다난한 일들이 일어나는건 당연하겠죠?)




maria theresia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이상적인 정치가이며 현명한 아내이고 따뜻한 어머니 이미지인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는 실은자녀들에 대한 편애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사실 이 시절에는 오히려 자녀들을 평등하게 키우는 것이 이상한 시절이긴 합니다만 - 확고한 장자, 장녀 상속제가 있는 세상이라 - 그래도 마리아 테레지아의 유독 한 자녀에 대한 사랑은 유별났던지 이 딸, 마리아 크리스티나는 어머니의 각별한 사랑을 받아 많은 특혜를 누렸고(대표적으로 정략 결혼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음)

여기다 더해 남매들 사이의 군기대장까지 도맡아서(이건 원래 장녀와 장남의 특권인데...) 남매들의 의가 상할 정도로 분란을 일으키기도 했죠.









Marie_Christine_of_Austria1.jpg

      Self-portrait, Maria Christina, Duchess of Teschen, 1765, Schönbrunn Palace

       (티센 여공작 마리아 크리스티나가 그린 자화상)




(마리아 크리스티나에 대해서 자세한 사항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https://ko.wikipedia.org/wiki/%ED%85%8C%EC%85%B4_%EC%97%AC%EA%B3%B5%EC%9E%91_%EB%A7%88%EB%A6%AC%EC%95%84_%ED%81%AC%EB%A6%AC%EC%8A%A4%ED%8B%B0%EB%82%98





언젠가 강연 중에 어느 분께서 마리아 테레지아가 가장 사랑하던 딸이 누구였는지 질문하셨었는데, 그 딸이 바로 이 글의 주인공 마리아 크리스티나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개성 강하고 만만치 않은 여인을 사랑하는 또 다른 한 여인이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스페인 출신 파르마의 이사벨라였죠. 이사벨라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태자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이사벨라는 마리아 크리스티나의 오빠 요제프 황태자의 아내였던 것이죠



                            




    maria theresia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Maria Theresa and her family celebrating Saint Nicholas, by Archduchess Maria Christina,

in 1762, Schönbrunn Palace


(마리아 크리스티나가 그린 그림, 성 니콜라스 축일을 준비하는 부모님과 동생들을 그림)







대체 그 사람이 누구냐면.....




File:Jean-Marc Nattier 005.jpg


Isabella von Parma, Jean-Marc Nattier, 1758, oil on canvas, Kunsthistorisches Museum

(파르마의 이자벨라, 황태자 요제프 2세의 아내,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맏며느리)

 


(이 사람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https://ko.wikipedia.org/wiki/%ED%8C%8C%EB%A5%B4%EB%A7%88_%EA%B3%B5%EB%85%80_%EC%9D%B4%EC%82%AC%EB%B2%A8%EB%9D%BC



 

"잔인한 자매여, 비록 나는 방금 전에 그대를 떠나왔지만 이렇게 또 그대에게 편지를 써요…..내 운명을 알게 될 때를 기다리는 건 참을 수 없어요. 그리고 그대가 나를 사랑할만 한 사람으로 여기는지, 그렇지 않은지, 아니면 나를 강에 던져버리고 싶은지 알게되는 것도요.내가 사랑에 깊이 빠져있다는 것 뿐 나는 아는 아는게 없네요....



다른 편지에서도 그녀에 대해 적었는데

 

 

"하루는 신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라고 들었지만, 나는 내 사랑을 생각하고 그녀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 마리아 크리스티나와 그녀의 올케그러니까 마리아 테레지아의 맏며느리 파르마의 이사벨라 사이에 주고 받은 서신의 일부입니다.

 


Martin_van_Meytens_017.jpg

(파르마의 이자벨라와 요제프 2세의 결혼식)




 

그러니까 시누이를 사랑하는 어떤 여인의 이야기……여튼 이 커플은 어찌어찌 우정이라는 이름하에 깊은 정신적 사랑을 나누기 시작합니다…는 제 희망이고…실은 이사벨라의 일방적인 열정인것 같아 보입니다.그래도 마리아 크리스티나 역시 새언니의 사랑이 싫지는 않았던 듯 두 사람의 관계는 이사벨라가 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사실 이들의 관계는 그 성격상 남들이 알 수 있는 건 아니었는데, 놀랍게도 마리아 크리스티나 본인이 이사벨라에게서 받은 편지를 공개하면서 세상에 - 물론 먼 훗날 -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바로 오라비 요제프 황태자에게 - 그의 세상을 떠난 아내가 실은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던 것인지 - 알려준 것입니다….





Carl von Sales Bildnis Joseph II posthum 1823.jpg

 (황제 요제프 2세, 부친 프란츠 1세의 사망 이후 어머니와 공동 황제 역임, 파르마의 이사벨라의 남편,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장남)




물론 이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너무나 슬퍼하는 오라비의 모습을 보고 그만 정신차리라는 차원에서 알려준 것이긴 합니다만…이것만 봐도 마리아 크리스티나가 얼마나 무신경한 사람인지 알 수 있을듯 합니다...


결국 이 때문에 남매 사이는 틀어질대로 틀어지고 요제프 황태자는 마음의 상처만 더 깊어졌을 뿐이었죠. 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어머니의 강요로 재혼을 합니다만, 그녀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일생 재혼하지 않고, 자녀도 없이 혼자 사는 길을 택합니다.(이 시절 드물게 홀아비 황제로 생을 마감……제위는 동생 레오폴트가 물려받았습니다. 남동생들도 많았고…아무래도 짧은 시간이나마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경험했던터라 애정없는 결혼 생활이 정말 싫었던듯 합니다.)
 





L

[도서] 황제의 완벽한 사랑
이문희 저 | 지식과감성 | 2016년 04월   



그런데...이 사람들이 주인공인 흥미로운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친정에서 벌어졌던 비밀의 사랑 이야기가 국내에서 출간되었네요! 프리드리히 대왕에 대해 검색하다가 우연찮게 알게 되었는데, 따끈따끈한 신간은 아니지만 작년에 출간된 책입니다. 당연히 번역서려니 했는데, 놀랍게도 국내 작가가 쓴 책입니다. 그것도 무려 소설이네요! 역사 로맨스!!! 와~ 서양 궁정사 배경의 창작 소설이라니!


 베르사이유의 장미 이래로 이게 대체 얼마만인지…사실 지난 80년대와 90년대 중반까지는 국내 순정 만화계의 주류는 서양 사극이었죠. 황미나의 <불새의 늪> <굿바이 Mr 블랙> <엘 세뇨르>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딸들> 김혜린의 <북해의 별>… 그러다가 90년대 중후반부터 이런 유행은 사라졌죠. 개인적으로 이런 화려한 드레스와 인형같이 예쁜 남자들이… 나왔던 서양 사극을 정말 좋아하는 터라 이런 유행이 사라진 것이 내심 슬펐었는데…이렇게 소설로 만나 볼 수 있게 되서 정말 반갑네요.


 주인공은 위에 소개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언니 마리아 크리스티나와 그녀의 새언니…파르마의 이사벨라입니다. 그러니까 이사벨라는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맏며느리죠. 요제프 황태자의 아내이기도 하고…앞서 말씀드린대로 이른바 시누이와 올케의 사랑…위키에서 우연찮게 이들 가족들간의 범상치않은 사랑 이야기를 접했을 때, 이 정도 건이면 이 이야기를 다룬 책이나 드라마 정도는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역쉬…


 현재 이 책을 읽고 있는데, 단순한 로맨스는 아닙니다. 하긴 동성애 커플이 주인공인데 이야기가 가벼울 순 없겠....기대와는 달리 좀 묵직한 역사 소설입니다. 유럽 궁정사에 대해 상세히 서술된 것으로 보아 서양사 전공자이신것 같네요. 작가 프로필이 전혀 없어서....아무래도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실명과 프로필 드러내기가 어려웠던 듯 합니다. (살짝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군요.)







Friedrich der Große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만화 <프리드리히 대왕 - 프로이센의 왕 프리츠 할아버지>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만화(...전 연령이 볼 수 있다는 얘기겠죠...?)

일러스트레이터 : 울리케 알버스(채색)

                       요하네스 사우러(그림)

발행 : 프로이센 궁전과 정원 재단









관련 이미지

antoine pesne friedrich der grosse als kronprinz 1736


(왕세자 시절의 프리드리히 대왕, 24세)



 거기다 예상치 못한 인물도 나옵니다. 제가 요즘 관심 쏟고 있는 프리드리히 대왕도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네요. 하긴 마리아 테레지아와 그녀의 아들 요제프 2세에게 있어서 일생 중요한 인물 몇을 꼽으라면 프리드리히 대왕을 꼽지 않을 수 없죠. (솔직히 마리아 테레지아가 일생 동안 사랑하는 남편보다 이 양반 생각을 더 했으리라는데 500원 걸겠습니다…. 물론 어떻게 복수할까 칼 가느라고요… 슐레지엔…그 금쪽같은 땅……)그런데 이 소설에서 프리드리히 대왕은 못이룬 사랑 때문에 대박 상처를 받아서 괴물…이 되는 걸로 나옵니다. 물론 실제 역사에서 마리아 테레지아는 대왕이 너무 미워서 그렇게 부른게 사실입니다만(대왕도 지지않고 마리아 테레지아를 여제가 아니라 헝가리 여왕이라고 낮춰 불렀죠.……)





그렇다면 프리드리히 대왕은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사랑을 거절당해서 괴물이…그건 절대 아니고요!!!



무려 이 소설에서는 그 두 사람, 대왕과 여제가 연적으로 나옵니다!!!!


대관절 누굴 사이에 놓고 두 사람이 그러느냐고요?





François Ier Stephan de Lorraine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프란츠 1세요…울 여제 폐하의 남편이시죠…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러니까 이야기는 이렇게 된 겁니다. 방년 열 다섯 꽃다운 나이의 공주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청혼을 하러 이웃 나라에서 젊은 왕자님이 찾아왔습니다. 스무살 푸른 청춘의 이 왕자님은 미남은 아니었지만 아주 세련된 교양을 갖춘 신사였죠. 프로이센(통일 전 독일)하면 무식하고 거친 군인들만 사는 동네인줄 알았더니 별안간 나타난 똑똑하고 세련되고 거기다 섬세하기까지한 젊은 왕자에게 사춘기 소녀답게 관심을 갖는 마리아 테레지아. 교양있는 궁정인답게 예술과 철학을 논하던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지고…결국 이 프로이센의 왕자님은 우리의 공주님에게 수줍게 고백을 하고 마는데…




실은 이 왕자님은 사랑에 빠져서 여기 오스트리아까지 달려 온 것이었답니다. 초상화만 보고서 말이죠. 어머나 세상에 낭만적…은……개뿔..;; ....물론 청혼하러 여기 왔으니까 당연한 얘기…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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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로렌 여공작 엘리자베스와 함께 있는 젊은 시절의 프란츠 1세)



 …대체 그 초상화의 주인공이 누구냐면, 바로 마리아 테레지아의 또 다른 신랑 후보 로트링겐 공작(훗날의 마리 앙투아네트의 아버지가 되는)이었다는…


…이에 경악한 마리아 테레지아는 큰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노발대발하고…다시는 로트링겐 공작 곁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대갈 일성을 듣고 큰 마음의 상처를 입은 채 쫒겨난 우리의 프로이센 왕자 - 대왕께서는 절치부심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복수의 칼을 갈고…결국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_-;;…………





재밌네요.

소설이니까요.(작가 선생 후기를 보니까 이 스토리는 완전 창작이랍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니까 나름 납득도 됩니다….


프리드리히 대왕도 사실 사연이 많으신 분이라…

……여튼 흥미가 확 당기는 책입니다.








아래 짤은 지난 2012년 프리드리히 대왕 탄생 30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 제작한 독일 WDR의 다큐 드라마 <프리드리히 - 독일의 왕Friedrich - Ein deutscher König>의 주연 배우들입니다. 카타리나 탈바흐, 안나 탈바흐 두 모녀 배우가 각각 늙은 프리츠와 대왕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습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 실사판을 보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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