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키즈존이라고 명시적으로 써붙이지 않아도 묵시적으로 아이들 데리고 가기 힘든 곳들이 많죠. 언어적으로는 티를 안 내지만 비언어적으로 티를 팍팍 내는 곳들이요.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없거나 유아의자가 없는 곳은 어차피 갈 수가 없습니다. 매운 음식 전문점이나 곱창집 같은 곳은 그냥 자연스럽게 안 갑니다. 예전에 식당에서 흡연 가능했을 때는 담배연기 나는 식당도 아예 못 갔겠죠. 아이와 같이 들어가면 냉랭한 표정으로 맞는 곳도 그렇고요. 

"You are not welcome"이라고 원래부터도 느껴졌다고요. '장애인 입장 불가'라고 써붙이지 않아도 장애인 이동권이 제한된 곳은 그냥 묵시적인 노 장애인 존입니다.


그런데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너도 내가 아는 걸 알고 나도 네가 아는 걸 알지만 그래도 대놓고 아동입장금지라고는 말하지 않았는데, 명시적으로 노키즈존이라고 말하는 순간 변화가 생깁니다. 차별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겁니다.  


정말 진상짓 하는 양육자에게 직접 표현을 하고 제지했어야 하는 문제를 아직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은 대다수 아이들과 양육자까지도 배제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죠.  여러 번 나온 이야기이긴 하지만, 진상짓은 여러 나이와 계층의 사람들이 저지릅니다. 술 먹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아재, 하루 종일 4인 테이블에 죽치고 앉아서 과제를 하는 대학생, 직원에게 너도 촛불 편이냐며 욕하는 태극기부대, 정말 높은 확률로 화장실에서 손 씻지 않고 나와서 음식을 만지는 남성 등등. 아이 동반 여성이 진상일 확률이 특정 서브그룹에 비해 객관적으로 높은지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만만한 욕받이 무녀라 느끼거든요. 특정 카테고리의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이면서 싫어지고 점점 더 가시적으로 느껴지고 급기야 출입금지를 선언하게 된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내가 어떤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로 배제된다면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날 겁니다. 그런 낙인은 언제나 위험합니다.  


만일 광화문의 어느 까페에 박근혜 사진을 들고 경상도 말씨를 쓰는 70대 남성이 들어온다면 저는 90%의 확률로 저 손님은 박근혜 지지자이며 주문도 안 하고 공짜 물만 마시다가 큰 소리로 까페를 소란스럽게 할 거란 필터링을 할 겁니다. 하지만 1%의 확률로 그 분은 박근혜 우상화에 대한 역사적 연구 중인 좌파 재야 학자일 수도 있죠.  


진상 확률이 높은 집단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목적이 진짜라고 믿어도, 사실 노키즈존은 전혀 엄밀하지 않죠. 초등학생 이후에는 남자아이들이 소란을 피울 확률이 훨씬 높거든요. 그렇다고 노 보이 존을 내거는 상점은 없을 겁니다. 그랬다간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테니까요. 마찬가지로 '노인 입장 금지'를 명시적으로 내걸 배짱있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아이와 엄마만 타겟이 되는 건 이들이 만만하기 때문입니다.   


2. 듀게에서 이런 댓글을 보게 되다니.. 정말 충격적입니다. 너무 기념비적인 댓글이라서 제 글에도 인용합니다. 


<게이나 인종문제를 끌고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이 문제를 그저 차별이라는 단순한 시각에서 보기때문이죠. 다른 손님이나 업주가 느껴야하는 물리적인 불편함이 무시된거에요. 

만일 게이거나 흑인이라서 가게를 어지럽히거나 망가트리는 경우가 많다면, 게이거나 흑인이라서 사방팔방돌아다니고 동행이 그걸 제지하지 않는다면 노게이존 노흑인존도 충분히 고려해볼수 있겠지요.>


이 댓글이 문제가 된다고 느끼지 않는 분과는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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