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키를 보는데 어떤 항목에 들어가보니 PESM이라는 게 있군요. 읽어보니 나와 비슷한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해서 한번 써봐요.


 #.예전에 듀게에 어떤 글을 쓴 적이 있어요. 생각을 줄여야 한다고요. 생각을 없애버리지 않으면 생각이 나를 없애버리고 말 거라는 느낌이 들었을 때였어요. 


 그때의 이유는 그거였어요. 학업, 직업, 생활비 같은 현실의 걱정거리가 하나씩 줄어들수록 내 머리가 걱정거리를 무한히 만들어내고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계속 걱정의 허들 높이를 높이고 있는데 그게 멈춰지지를 않았어요. 그래서 그 때는 '차라리 수능이나 미대 입시나 대학교 과제로 걱정하던 시기가 행복했구나.'라고 느끼고 있었어요. 흠...어쨌든 pesm 항목의 인상적인 부분들을 적어볼께요. 출처는 나무위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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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PESM들은 사회적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며 그만큼 쉽게 상처받고, 이와 관련해 종종 죄책감을 경험한다. 이들의 감수성은 종종 경계선 성격장애로 오진된다. 꾸중과 질책은 이들의 수행수준을 저하시킨다. 이는 PESM들의 편도체가 환경적 위협에 얼어붙는(freeze) 반응을 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 분석은 들어맞긴 한데 해결했어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라는 문구가 있죠. 나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맞다고 생각해요. 신이 존재한다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게 신이잖아요? 신이 존재한다면 내가 저지르는 모든 나쁜 짓은 신의 탓인 거예요. 그야, '걸리지만 않으면 어떤 범죄든 저질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예요. 다만 같은 나라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의 도덕률을 기준으로 삼아요. 


 우리나라는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뽑힌 나라잖아요. 나는 이것을 신호라고 해석했어요. 우리 나라의 사회구성원이 내게 보내준 신호요. 이명박이나 박근혜보다 나쁜 짓만 하지 않으면, 이 나라에선 무슨 짓을 저질러도 용서받는 거라고 이해하니까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어졌어요. 



 2.과반수의 PESM은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좌뇌보다는 감정적이고 은유적인 우뇌에 의해 지배된다. 이는 과반수의 일반인들이 좌뇌에 의해 지배되는 것과 대조된다. 따라서 PESM들은 뛰어난 창의성과 예술성을 보인다. 한편으로 몽상적이고 산만한 특성 역시 포함된다. 생각이 너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감정도 빠르게 유발되고 이는 양극성 장애로 오진되기 쉽다. 자동적으로 불행한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미리 염려하기도 한다. 모든 선택지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의심이 많아서, 이들은 항상 가변적이고 불안한 세상을 산다.


 -이건 꽤 들어맞는 것 같아요. 그림도 바이올린도 피아노도 그것 자체로 이해하지 않고 늘 연상작용을 두세개 거쳐서 개념을 만들어 놓으니까요. 


 '모든 선택지를 검토한다'도 꽤 맞는 것 같아요. 냉동인간 계획에 들어갈 비용을 계산하고 언제나 결혼에 대한 대비를 멈추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 점은 좋은 점도 있어요. 만화 스토리를 쓰다가...'잠깐! 이 스토리 재미없잖아!'라고 폐기하고 재빨리 계획에 없었던, 말도 안 되는 전개를 해나가는 데는 이 능력이 도움이 돼요. 그래서 연재 콘티를 검수할 때마다 기자가 '작가님, 이거 원래 시놉시스랑 너무 다르잖아요.'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해요.


 그래요...이 능력이 좋은 점도 있긴 있어요. 가상의 세계를 만들 때 비교적 정교하게 만들 수 있죠. 한데 그래봤자예요. 너무 깊은 곳으로 가버리면 몇 달은 고생하니까요. 위에 썼듯이 순간적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트는 데에나 써먹을 수 있어요.



 3.PESM들 역시 다른 사람들이 허례허식과 위선으로 가득하다고 믿는 등,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은 도덕적으로 유난스럽도록 원칙주의적이며 이상주의적이다. 이들은 위계질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단순히 그럴 필요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윗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다.


 -이건 약간만 맞는 것 같아요. 여자와 잘 되어 가다가도 도저히 거짓말은 못 하겠거든요. 어느날 어떤 분과 식사와 반주를 하다가 '왜 나를 만나요?'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예쁘니까요.'라고 대답했어요. 그 분은 웃으며 '그거 말고는요?'라고 물었어요. 아무래도 이 대답을 하면 이 관계는 박살날 것 같았지만 도저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서 대답했어요.


 '예쁜 것 말고는 XXX씨의 장점을 못 찾겠어요.'


 ...그리고 예상대로 됐어요. 



 4.휴.



 5.한데, 위계질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부분은 또 아니예요. 나는 위계질서에 민감하거든요. 그래서 대학교에 다닐 때도, 이게 문제가 될 거란 건 알았지만 교수에게 먼저 인사를 하지 않았어요. 왜냐면 나는 돈을 내고 온 이 학교의 손님이고 교수들은 내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갑인 내가 을인 교수에게 먼저 인사를 한다는 건 옳은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한번은 모 대기업 계열사 사장의 아내인 한 교수가 '걘 누군데 나한테 인사를 안 하니? 내 교수실로 한 번 오라고 해라.'라는 메시지를 어떤 윗학번(선배라는 말은 안 써요.)을 통해 전해 왔어요. 물론 찾아가지 않았어요. 왜 교수따위가 나를 오라가라 하는 건지 어이가 없을 뿐이었어요.



 6.PESM을 알게 된 PESM 개인들은 안도감을 느끼지만 이내 그것이 평생 자신과 함께할 거라는 것에 분노한다. 그러나 이후 그 사실을 체념하고 수용하게 된다. 이들이 자신의 복잡한 내면을 수용하기 위해서 NLP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다음의 전략들이 도움이 된다. 생각의 창고를 위계와 논리에 맞게 정리하라. 완벽주의를 포기하고 내면아이를 북돋워서 자존감을 지켜라. 다양한 운동이나 예술에 힘을 쏟고, 가벼운 지적 과로 상태를 유지하라. 자신을 손가락질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소박하게 받아들이고 넘기되,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하지는 마라.


 -이건 맞는 것 같아요. 예전에 듀게에 썼었죠.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게 이해가 안 됐다고요. 그냥 머리 속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게 실제 음악을 듣는 것보다 좋았거든요. 왜냐면 원하는 악기를 추가하거나 편곡을 해가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머리 속에 고장난 라디오가 생겨버려서 머리 속에서 음악을 재생하거나 보고 싶은 영화를 다시 보거나 하는 짓은 그만뒀어요. 그 기능을 쓰는 건 기본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재생하는 건데 과거의 기억들을 꺼내오면서 쓸데없는 것들도 나오곤 해서요. 그래서 음악을 다시 듣거나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은 때는 그냥 플레이어를 틀어서 실제로 보게 됐어요. 


 그러고보니 전에 듀게에 '멍청하고 배부른 돼지가 됐으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썼는데 그 생각이 이 항목과 꽤 들어맞는 것 같네요.



 7.뭐 그래요. 이 개념은 많이 연구되거나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학술적 가치는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나무위키를 읽어보니 재밌어서 한번 써 봤어요. pesm은 IQ테스트가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는데 IQ테스트는 대체로 140이상은 늘 찍었던 것 같아요. 얼마나 제대로 된 검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생각을 빨리, 정확히 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폭발하듯이 모든 방향의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생각의 가지를 잘 제어할 수 있을 때는요. 그러나...머리속에는 꼭 좋은 것들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하얀 부분이 있으면 검은 부분이 있어요. 문제는, 내가 내 머릿속을 캔버스처럼 이해한다는 거죠. 그래서 하얀 캔버스에 검은 물감이 딱 하나 떨어지면 그 검은 물감 하나 때문에 몇 주, 몇 달동안 기분이 나쁘곤 했어요.


 현실적인 걱정들이 많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현실적인 걱정들이 사라진 뒤에는 내가 할 일이 그 검은 물감을 생각하는 것뿐이라서 문제였던 것 같아요.



 8.전에 주식에 대해 이런 말을 썼었죠. 


 '주식이 오르든 떨어지든 별로 나는 상관이 없다. 내게는 주식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라고요.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어이가 없었겠죠. 


 '지금 장난하나? 눈앞에서 돈이 날아가는데 주식이 떨어지는 게 뭐가 상관이 없다는 거야! 중2병 아니야?'


 뭐 이렇게요. 하지만 정말로 괜찮아요. 주식이 떨어지면 나는 주식이 떨어지는 걸 걱정할 거잖아요. 현실의 걱정거리가 생기는 건 괜찮아요. 실체가 잡히는 걱정거리가 생기는 거니까요. 물론 주식이 오르면 올라서 기분이 좋고요. 중요한 건 내게는 늘 걱정거리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현실의 걱정거리를 만드는 제일 쉬운 방법이죠. 위험한 곳에 전재산을 넣어두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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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보면서 뭔가 구성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강제개행을 갑자기 마구 한다거나 띄어쓰기가 틀렸다가 맞았다가 한다거나 형용사와 목적어를 완전 틀린 곳에 배치하는 점이요. 그야 나도 문법을 지키고 싶긴 한데 그것보다는 어떤 규칙을 우선시하거든요. 


 그중 하나만 말해 보자면 4를 피하는 거예요. 늘 4문단은 쉬어 가고, 나나 나에 관한 걸 웬만하면 4번째 줄이나 문단이나 순서에 넣는 건 피해요. 이 외에도 수많은 어떤 규칙을 지키며 문장을 만들고 문장 간의 유기적 규칙을 지키기 위해 주어의 순서를 바꾸거나 줄바꿈을 강제로 하거나 형용사를 집어넣어서 음절의 숫자를 맞추거나 하면서 글을 쓰고 있어요. 


 그리고 듀게 글 번호도 보고 듀게에 글을 올리는 분, 초도 신경써요. 그야 초 단위는 듀게에 글을 올리고 나서야 확인할 수 있지만요. 듀게 글 번호는 지금 당장의 글 번호 자체도 보지만 위에 썼듯이 미래를 고려하죠. 


 왜냐면 글을 올렸는데 만약 누군가가 이전 글을 지우면 글 번호가 한칸씩 내려가잖아요? 글 번호가 내려가면 글이 이상한 번호에 배치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글을 올린 후 다른글이 몇개 쯤 지워져서 글 번호가 바뀌어도 나쁜 번호에 걸려들지 않는 안전권에 있는' 번호인지 한번 계산해요. 


 어때요? 아무것도 아닌 행동 하나를 할 때도 정말 많은 생각을 하죠? 하아...이 글을 올렸다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여질까봐 걱정되네요. 번개 글을 올릴 커뮤니티가 듀게밖에 없는데 말이죠. 하지만 뭐 나는 쿨하고 여기 듀게분들도 쿨하니까 그냥 올리도록 하죠.


 써본 김에 테스트 한번 해 볼께요. 디큐브쉐라톤이나 도산공원에서 점심 드실 분 있나요? 11시 반까지 쪽지오면 준비 가능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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