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글을 올린적있지만 늘 혼자 있는게 좀 지겨워서 그간 망설이기만 했던 모임 어플에 가입한 후

제가 사는 동네 모임이 있어 가입을 했습니다. 이 동네 모임은 좀처럼 찾기 힘든데 모임장이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

만들게 되었다는군요.

 

이미 활성화되어있는 주변 모임도 많았지만 친구 중 하나가 예전에 이런 모임에 들었었는데

기존 남성회원들의 지나친 견제로 결국 얼마못가 나와버렸다더군요. (기존회원들이 신규회원 앞에서 대놓고 왜자꾸 신입받냐는 불평까지 나왔다고 함. -_-;)

 

그런 얘기도 듣고 해서 새로 생긴 모임이라 조금은 마음이 편했습니다. 다들 가까운 거리에 살아서 그런지

금방 벙개 (참 오랜만에 듣는 단어인데 이쪽 세계에서는 매일매일 쓰는 단어더군요.ㅋㅋ) 가 개설되서 어찌어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생긴 모임이라 회원수도 적고 첫 오프모임이라 인원수는 그 보다 더 적더군요.

 

그래도 같은 동네사는 사람과 이렇게 만나서 어울린다는 자체가 신기하긴 했습니다.

특별히 성격도 모난 사람도 없고 저빼고 다들 이런 모임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편하게 해주더군요.

 

이후로 동네에서 벙개 열면 더 참석해서 안면을 좀 텄습니다.

모임장과 근처 사는 동생 한명과 술도 제법 먹고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좀 친해졌구요.

 

그때쯤 그간 궁금했던걸 모임장과 그 동생에게 이 모임어플에 대해 이것저것 좀 물어봤는데

제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구조가 좀 복잡한 세계더군요.

 

일단 이 모임장부터 원래 다른 모임에 있다가 어떤 이유로 인해 그곳을 나와 새로 모임을 만들었고

이전에도 여러 모임에서 활동했던 적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해서 모임 공지에 흔히 보이는 '남자마감', '여성회원환영' ,'작업금지' ,'성격강한사람 사절' 등등의 조항들이 왜 생겨나는가

물어봤더니 모임을 이끌어나가려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조항들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그것이 다 지켜지진 않더라도

그렇게 보여지기라도 해야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면서 결론은 이거더군요.

 

'여성회원'

 

네 밑도끝도없이 이런 친목모임은 무조건 여성회원만 많으면 장땡이라고 하더군요.

조금 당황스러워서 그게 무슨 말이냐 했더니 여성회원이 없는 모임은 결국 도태된다였습니다.

 

한마디로 모임 나오는 남자회원의 99%가 여자를 만날수있으니까 나오는거라더군요.

 

저야 뭐 딱히 거창하게 놀고 이런거는 모르겠고 그냥 동네에서 밥한끼, 술한잔 할 정도의 동네 사람들의 모임 정도를

생각했는데 그런 모임은 없다고 보면 된답니다. 아니면 생겼다가 금방없어진다는군요.

 

아직은 여성회원들이 별로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사람이 늘어나면 여성회원한테 달라붙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지고

또 한번씩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는 싶어하는데 어울려지지않아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답니다. 그게 이런 모임의

일상다반사라더군요. 일단 여성회원이 들어오면 채팅창이 활성화되고 채팅창에 단 한번도 혹은 단 한번의 모임 참석도

안했던 남자회원들이 어디서 나타나는지 하나, 둘 나타나고 가입회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더군요.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거 그렇게 남자회원이 늘어나면 또 일정비율 만큼 여성회원도 늘어난다는 것.

 

그런 이유로 모임장 양반도 어떻게 여자회원들 끌어들일수있을까 엄청 고민하고 있더군요. 대충 어떤 분위기일지 상상이 가서

사람 늘어나면 모임 관둘까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근데 그게 이 바닥 생리라니 또 이해는 가더군요.

뭐 제가 크게 거북함이 들지않을 정도라면 이황 한번 맺은 인연이니 가늘고 길게 갔으면 좋겠습니다만은....

 

또 하나 느낀건 정말 요즘은 예전처럼 체면 차리거나 적당히 눈치보고 이런게 잘 없다는 겁니다.

말그대로 목적에 충실하게 사람들이 움직인다는거죠. 특히, 인간관계가 많이 단절된 30대 남자들이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여성을 만날수 있는 공간으로는 이런 모임이 가장 싸게 맥히니까요.

다들, 속으로 엄청 계산하고 따지고 이런걸 서로 얘기하는데 아무런 스스럼이 없다는 것도 조금 놀랐습니다.

 

한마디로 서로 알꺼 다 아는 나인데 너무 엉거주춤하지 말아라는 거죠. 다만, 판깨고 물흐리는 행동만 조금 자제해라 정도?

 

심지어는 대놓고 외모가 괜찮거나 키가 일정cm 이상인 사람만 가입가능한곳도 있고 나름 세세하게 조건을 따지는 모임도 많더군요.

 

그 외에도 자영업자, 특히 요식업 종사자들의 홍보, 영업장이기도 합니다. 늘 일정 수 이상의 인원이 먹고 마시는 장소가

필요하니 그런거구요. 또, 여타 취미,레저,패션 관련 업자들도 엄청 많더군요. 아예 그런 사람들의 모임가지 있을 정도니.

 

저도 몇번의 모임에서 이쪽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행동을 보다보니 제 자신이 그간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해왔나 싶기도 하고

저 또한 한꺼플 벗겨놓으면 남들과 다를꺼 하나 없으면서 너무 잰체하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까지 대놓고 속보이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할 자신은 없네요.

 

지금은 인원이 소수라 적당히 술과 수다를 즐기기 좋지만 그 동생 얘기론 앞으로 사람이 늘어나

남녀 여럿이 모인 자리가 되면 소위 '이빨'로 치고 나가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사람들도 생기고 해서 적당히 조용히

있으면 대놓고 무시하는 분위기도 생기니 이왕 나와서 어울릴거면 좀 더 잘 어울려보는게 좋다더군요.

아니 편하게 사람들 만나러 와서 즐기다 가면 되는것을 그런 자리에서까지 스스로를 경쟁으로 내모는게 좀 서글프긴 하지만 

현실이겠죠. 내가 안하면 옆에 놈이 달려들테니.

 

아무튼 그건 그때 일이고 지금은 집 근처에서 속닥하게 술한잔 기울이고 노가리까고 어울릴 사람들이 생기니

좋긴 합니다.

 

 

 

PS. 처음엔 그래도 같이 공감할 주제가 있는 모임을 찾았습니다. 영세 자영업자지만 그래도 자영업이라 자영업자들의 모임이 있길래

가입하려했다가 말았었는데요. 이번 모임장 얘기론 그런 모임은 모이는 급이 좀 다른 사람들이라고 귀띔하더군요. 노는 물도 다르고.

괜히 가입했다가 뺀찌 먹거나 모임 나았다가 개쪽팔릴뻔했나 생각에 살짝 뜨끔했습니다.

 

또, 한때 문제가 많았던 소라넷에서 짜개져나온 은밀한? 모임들도 비밀리에 아직도 운영중이라더군요. 저는 무슨 도시전설 정도로 알았는데

실제 그 현장에 한번 가봤던 경험담을 들으니 소라넷 하나 없앴다고 우쭐거리던 높으신양반들 생각이 나서 코웃음이 나오더군요.

듣기로는 그런 모임 하나 운영하는 모임장의 수입이 ㅎㄷㄷ~ 하다는. 뭐 인간의 욕망만큼 돈되는 일도 없겠지만요.

 

그외에도 일종의 사교 집단까지는 아니더라도 엄청난 인원수를 자랑하는 큰 모임들도 많더군요. 이쪽은 전국구 단위로. 그 정도의 인적 네트워크니

모임장과 운영진들은 거의 어지간한 기업의 사장급으로 돈을.....거기다 세금도 안내. 적당히 놀거리만 제공해주고 특히 남자들은 모임 때 마다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어서 비싼 회비를 주면서도 기꺼이 참석. 예약이 너무 밀려 신규회원은 철저히 검증 후 가입. 물론 지갑이 묵직하거나 뭐 하나

모임에 득될만한 사람이면 바로 ok! 뭐 그렇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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