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에 남으실 페미니스트들께

2017.08.01 19:20

stacker 조회 수:2452

저는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나름 몇 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트위터에서 해시태그 달고, 알티만 하지 말고 
주변의 한남들을 설득하고 그들과 싸우라는 얘기들을 들었습니다.

오프에서는 오프대로 하고, 

온을 생각해 보면,
저는 SNS는 트위터를 하고
게시판 커뮤니티는 듀게 외에 가입한 곳, 방문하는 곳이 전혀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해야 한다지만, 이제껏 가본 적도 없는 곳에 싸우려고 가입하는 건 말이 안 되고, 그럴 시간도 도저히 낼 수 없고요.
듀게는 제가 가입할 때만 해도 페미니스트 필자독자가 훨씬 더 많았으니 막상 제가 힘을 보탤 필요가 적었고요.
그러니까 제가 유일하게 듀게를 했겠죠.

시간 순서가 꼬입니다만 어쨌든 
매체 환경이 바뀌면서 듀게 이용자가 엄청나게 감소했습니다.
다른 커뮤니티도 그랬겠지만, 듀게만큼 올라오는 글이 크게 줄어든 곳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듀게 이용자 중에 매체를 완전히 갈아탄 사람(글, 댓글을 쓸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의 비율이 훨씬 높을 거라 짐작합니다.
주인장이 대표적이고, 이용자 특성이 많이 겹칠 것 같아요.

이용자가 크게 줄고
커뮤니티 이용자 규모에는 부익부빈익빈이 작용하기 때문에, 더 줄어들고 한참 지나서
강남역 살인사건, 메갈 등이 있었습니다.

특정 이용자군이 왕창 빠져나간 듀게는 더 이상 페미니스트가 다수가 아닌 상황으로 바뀌었고,
매체를 거의 갈아탔지만 완전히 갈아 타지는 않은 제가 목소리를 보태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힘을 보탰습니다.

저보다 더 열심히 쓰시던 분들을 보며 고맙고 죄송하기도 했고, 
여러분들이 애쓰신 덕분에 완전 개판이 되지는 않으니까 나는 이번에는 넘어가도 되겠다 하고 안일하게 군 적도 많습니다.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도저히 시간이 안 돼서 그냥 넘어간 적이 제일 많고요.
너무 꼴보기 싫어서 차단하거나 클릭을 안 한 사람도 있었지요.

모순적인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여기서 글과 댓글로 열심히 목소리를 내는 게 별로 좋은 실천이 아니라는 느낌도 점차 강해졌습니다.
직접 쓰면서 겪어 보셨고, 다른 사람의 실천을 보시면서 느끼셨겠지만,
키배는 옳고 그름, 논리, 수사에도 의존하지만 많은 경우 잉여력, 근성의 총합이 관건이 됩니다.

그리고 듀게를 포함한 대다수 커뮤니티에서 근성의 총합은 한남 진영이 훨씬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댓글 싸움을 하면 안 좋은 결과가 따라옵니다.
소수운동이 소진되는 것도 문제이고
이슈가 아닌 것, 이슈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첨예한 이슈인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트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오래된 격언도 있고요.
소수 트롤이 아니라 다수 한남이라 상황이 좀 다르긴 합니다만
(어차피 한남 댓글 다는 인간은 몇 명으로 한정돼 있지만, 다수 분위기가 한남 댓글에 의해 규정되는 건 현실.
내가 차단한 인간이 내 글을 못 읽게 하거나, 내 글에 댓글이라도 못 달게 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대세가 기울었어요. 페미니스트는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습니다.
저런 조치는 기술적으로 정치적으로 불가능하고, 만에 하나 저런 조치가 도입돼도 이미 떠난 사람이 훨씬 많아서...)

한남은 끝없이 요구할 권리가 있고, 페미니스트는 끝없이 그 요구에 응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처럼
한남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것이 마치 페미니스트의 근거나 태도가 부족해서 그런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건 아주 좋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런 효과를 남기느니 그냥 한남들끼리 놀라고 버리고 떠나는 게 더 낫습니다. 
벌써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으로 떠나셨을 거에요.
참여와 실천을 필요로 하는, 훨씬 생산적인 곳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체를 완전히 갈아탈 생각입니다.
남으실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 때문에 그 동안 완전히 갈아타지 못 했고,
가기 전에 마지막 지랄을 했습니다만, 결론은 이미 나와 있었습니다.

맘충 운운한 인간이 뻔뻔하고 당당하게 씨부릴 수 있는 곳,
절대 다수가 맘충 운운에 분노하지 않는 곳
맘충 운운에 분노하기 보다는 맘충 운운에 대한 본노에 대해 분노하는 곳은 저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남는 분들 중에는 저랑 노선이나 취향이 전혀 다른 분도 계실 테고,
저보다 멘탈이나 비위가 훨씬 강한 분도 계실 테고,
고통스럽지만 이 게시판에 어떤 가치를 느끼시는 분도 계시겠지요.
어떤 분이던 제가 그 분들을 도울 수 있는 계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별 도움을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다른 곳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그리고 제가 얘기한 여기서 댓글 싸움하는 것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봐 주세요.
저는 여기서 한남들이랑 말 섞어 주는 게 여성인권에 도움되기 보다는 왱알거리는 여기 한남들 좋은 일 밖에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덜 죄송한 마음으로 먼저 떠납니다.
떠날 사람부터 먼저 떠나야 다른 분들 조금이라도 빨리 떠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계시는 동안이라도 차단 기능 많이 쓰시고 꼭 건강하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00613
106728 영화 VIP에 대한 팩트 체크 [1] 모르나가 2017.08.24 1351
106727 노키즈존은 인종차별과 다름 없는 혐오범죄죠 [17] soboo 2017.08.24 1874
106726 [퇴사일기]_열다섯번째 이야기_A급 인재는 존재하는가? [7] 초마짬뽕 2017.08.24 658
106725 레진 코믹스 웹소설 부문 철수하네요....ㅠㅠ [8] 체리보이 2017.08.24 1314
106724 꾸준히 제기되는 한국영화의 비윤리성?? 폭력성???!!!! [25] 경대낭인 2017.08.24 1725
106723 활성화는 좋은 일인가? [3] 김지킴 2017.08.24 563
106722 [바낭] 찬호 팍 말고 오찬호씨를 아시나요? [4] 초마짬뽕 2017.08.24 626
106721 [육아바낭] 어린이집을 다녀요 [7] 가라 2017.08.24 1316
106720 노키즈존과 흑인출입금지는 같을까요 다를까요? [54] stardust 2017.08.24 2174
106719 13호 태풍 하토 무섭네요 [1] 가끔영화 2017.08.24 1176
106718 VIP를 보고(약스포) [10] 라인하르트012 2017.08.24 1828
106717 새로 다시 발자국 일기를 쓰기로 함 [1] 가끔영화 2017.08.24 616
106716 데이빗 보위 : 지기 스타더스트 마지막 날들 [7] 칼리토 2017.08.23 1049
106715 푸파이터즈 영접 후기 [3] 디나 2017.08.23 738
106714 이재용 재판 [7] 칼리토 2017.08.23 1288
106713 [퇴사일기]_열네번째 이야기_A급 인재는 존재하는가? [7] 초마짬뽕 2017.08.23 870
106712 동물권이나 동물복지에 관한 서적/논문/기고 추천 부탁드립니다! [3] 고양이대학살 2017.08.23 256
106711 [EIDF] <아흔 살 소녀 블랑슈> 재미있네요. [3] underground 2017.08.23 739
106710 이거야 원 날씨가 미친것 같네요. [9] Bigcat 2017.08.23 1558
106709 이재용 판결까지 D-2. 그러나 생중계 안 한다 [3] 연등 2017.08.23 66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