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 개인적인 이야기에요.
저는 삼십대 초반의 평범한 한남이고
여자친구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이십대 여성입니다. 일단 저희가 가까워 진데에는 페미니즘이라는 화두가 크게 한몫을 했어요. 저는 평균치의 남성들 보다는 여성문제에 공감을 하는편이고, 페미니스트들(메갈리안 포함)을 대개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서로가 젠더 이슈에 대해 관심이 있는 편이어서 그런 대화들을 스스럼없이하는 편인데요. 이 과정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고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한남에 대한 여러 멸칭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는편이라도 생각합니다만 어쩌면 오만인지도 모르겠어요.

여자친구는 사회 전반적으로 성행하는 여혐 현상에 대해서 커다란 분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편이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고하죠. 제가 남성이기때문에 여성의 고통을 함부로 축소 평가하거나 가벼운 것으로 치부해 버리지 않을까 항상 고민합니다.

그치만 문제는 여자친구의 거친 언어들을 들을 때 제 머리나 이성으로는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싶어하지만 기분이 왠지 좋지가 않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대화의 대부분은 여자친구의 주장 -> 저의 침묵 -> 여자친구의 주장 --> 저의 침묵 이 굴레가 반복된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여자친구가 한국 남자는 다 때려죽여야 한다, 나는 이제 한남이라는 용어 대신 도태남이라는 용어를 쓸거다, 등의 말들을 할때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 가끔은 여자친구가 한남에 포함되는 저를 만나면서 제 앞에서 그런말을 하는건 어쩌면 나에 대한 배려가 없는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언짢아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여자친구의 말에 공감해요. 저는 평생 여자로 살아본적도 없고 앞으로 그럴일도 없기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위협이나 불안에 대해서 어느정도 수준이다 라고 짐작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머리로는 이런 생각을 하지만 여자친구의 언사가 거칠어질때면 머릿속이 백짓장처럼 하얘진달까요.

제가 어떤 반응을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자친구의 논지에 대체로 공감을 하면서도 찜짐해하는 저를 발견할때면 내가 과연 페미니즘을 진정으로 지지한다고 말할수있을까? 자괴감도 들기도 하고요.

제가 이 글을 왜 썼는지 모르겠네요. 방금도 이런 얘기로 대화를 하다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헤어지는길에 심경이 복잡해서 글을 남겨봅니다. 제게 부족한 점을 꾸짖어 주시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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