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24 15:49
아래 박훈정 감독의 VIP 관련 글과
타 커뮤니티의 관련글을 보니 이 영화의 잔혹성에 대해 말들이 많더군요.
언론 시사회를 통해 제법 잔인하다라는 소문이 파다한 모양입니다.
헌데 반응이 그냥 잔인해서 싫다라기 보다는 이제는 이런 잔인한 영화 좀 그만 만들면 안되냐?
누가 더 폭력적인지 경쟁하냐?는 식의 지친 반응이 많다는거네요. 잔인하다니까 패스할께염~
이런 반응도 많구요.
참 이런 반응을 보니 격세지감을 느낀달까요? 정말 한국영화판이 바뀌긴 많이 바뀌었구나 싶습니다.
저도 소시적으로 삐짜테잎으로 원판 영화를 보기 시작해서 집에서 잡히던 일본방송의 편성표를 구해서
원본으로 감상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었죠. 후에 PC통신으로 직접 해외판 VHS, LD의 복사본을 구해서 보거나
호러영화동호회에 가입해서 소위 '소스'를 공유하기도 하는등 이런 '금지된 영화'들에 대한 추억이 참 많습니다.
물론 지금도 해외 여러나라의 이런 익스트림한 장르 영화들 좋아하는 편이긴 하구요.
그런점에서 돌이켜보면 90년대까지 한국영화들은 검열의 손이 많이 탈때라 표현수위에 있어선 그 뚜렸한 한계가
있는 느낌이었는데 2000년대 들면서 여러 문화개방풍조로 인해 이부분이 많이 완화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또 김기덕, 박찬욱 등 한국의 뉴웨이브라고 평가받고 해외에도 많이 알려진 감독들도 이런 표현의 수위에 있어
거리낌없는 대담한 비주얼을 선보인바 있죠.
김지운 감독이 회고하길 2000년대 초중반의 한국영화들을 접한 일본의 감독들이 요즘 한국영화들은 정말 파워풀하다,
쎄다, 대담하다는 식의 찬사를 늘어놓고 요새 일본영화들은 결이 너무 곱고 심심하다, 너무 얌전하다 이렇게 탄식하자
속으로 '이 양반들 뭐야? 지네 나라의 영화역사를 몰라? 엄살은 피식~~' 이랬다는군요. 하기사 그 당시엔 메이저 영화판에서 쎈 영화 만드는 감독이 미이케 다카시 정도밖에
없었지만 일본이야 뭐 70년대에 이미 '고문포르노'장르가 제작되던 곳이니까요.
즉 해외에서는 잔혹물, 고어영화들은 꾸준히 제작되어 왔고 오히려 국내에는 이런 장르영화의 전통이 없죠.
다만 왜이렇고 많은 우리나라의 관객들이 영화의 폭력성에 질색하는가 하고 생각하면
유독 우리나라는 메이저 영화판에서 제작되는 작품중에 이렇게 폭력성이 짙은 영화들이 많다는겁니다.
'친구'나 '올드보이'의 경우도 작중 표현 수위만으로 보면 뜨악할 정도죠.
반면에 해외에서는 외외로 메이저 영화들의 경우 표현수위나 낮고 결이 고운 경우가 많죠.
아니 아주 다양한 영화들이 공존하고 다양한 층위의 영화계와 팬층이 존재한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네요.
영화판 관계자들이나 장르영화 관련 커뮤니티나 업에 종사했던 사람들 얘길 들으면
이상하리 만치 한국영화관객들은 수동적이고 트렌디하다고 하더군요. 즉, 적당히 팔릴 영화들만 계속 만들게 된다고.
관객들이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골고루 분산이 되어있지 않고 그때그때 뭐볼래? 정도로 움직인다는 겁니다.
해외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히 장르영화가 계속 발전될 수 있었던 토대가 이런 다양성을 좇는 팬들이 있고 그런 팬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합니다. 한국영화는 이런 구분이 모호하고 대중영화에도 일단 될만한거는 다 때려 넣고 잡탕찌개처럼 만들다 보니
이게 대중영화인가 착취영화인가 구분이 모호할때가 많더군요. 그런 의미로 한국 영화의 폭력성에 대한 성토도 이해가 됩니다.
심지어 모 영화계 관계자는 이제 한국영화에서 장르가 사라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더군요.
저도 장르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한국영화들을 보면 그런 의문이 들때가 좀 있거든요.
뭔가 장르영화를 '표방'만 했지 정작 뜯어보면 장르영화가 아닌 그런 영화들이 많으니까요.
60~70년대 온갖 장르영화들이 절정기를 맞이했던 일본, 이탈리아, 홍콩, 미국 등등의 관객들을 그런 시절을 겪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일종의 면역이 있거나 다양성에 대한 어떤 성숙함이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정말 지금 눈으로 봐도 정서적으로 감당키 힘든 작품들이 줄줄이 쏟아지던 시기였기도 하구요. 일부 관계자들은 그 시절이
좀 지나쳤다고 회고하기도 하더군요. 억압적이고 보수적인 사회분위기에서 60년대 후반의 혼란기를 겪고 나자 이런 것들이
너무 과격하게 분출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더군요. 그에 대한 반동도 심해서 루치오 풀치같은 고어영화의 거장?은
일부 시민단체의 살해협박도 받았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3S 정책으로 얄팍하게 나마 성애물(이라 쓰고 강간물이라 읽는)이 80년대 범람했던 적이 있지만 적어도
폭력성에서 만큼은 매우 억압이 심했었죠. 솔직히 한국영화에서 해외처럼 고어영화라고 할만한 영화는 거의 없다고 보지만
해외를 배경으로 다른 인종, 다른 언어와는 다르게 같은 한국이라는 배경이 더 정서적 측면에서는 충격이 더 하기에 유독
한국영화의 폭력성에 놀라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육체적 폭력보다는 정서적 폭력이 더 심하기도 하니까요.
아무튼 작금의 한국영화판이 엄혹하고 암울했던 과거로 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살짝 기형적으로 발전해온거게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해외에서 영화가 가진 폭력성으로 인해 관객들이 이렇게 염증을 느끼는 경우는 잘없다고 알고 있으니까요.
2017.08.24 15:57
2017.08.24 16:11
고어영화라고 반드시 호러와 스릴러만 있는것도 아니고 액션과 느와르 장르까지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전자에 비해 편수는 적겠지만.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선 이런 표현을 써야겠다는 당위성이 있다면야 써도 할말은 없죠. 다만 써먹긴 했는데 영화 전체가 후지다면 그걸로 욕먹으면 그만이고요.
다만 이런 영화들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글에도 언급했듯 한국영화판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닙니다.
워밍업 혹은 연습없이 바로 격렬하게 본게임을 뛰는 그런 느낌이랄까?
2017.08.24 16:00
2017.08.24 16:16
해외에도 그런 영화들 엄청 만듭니다만 걔네들은 하도 많이 팔아먹어서 이젠 어지간해선 안먹혀요.
근데 일본도 홍콩도 아닌 사실상 세계영화계에서 듣보잡 소리듣던 한국영화에서 갑자기 이런 대담하고 쇼킹한 영화가 나오다니...
근데 만듦새도 괜찬아! 우왕짱이얌! 이런 호들갑을 떨었던 것도 사실이죠. 아마 앞으로 시들해지고 안먹히면
이렇게 안만들지도 모르죠. 어찌보면 장르영화의 전통이 없었던 것이 이런식으로 엉뚱하게 수혜를 입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글고 한국을 문명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하진 않을겁니다. 우리가 문명국가가 아니라면 걔네들은 이미 그냥 지옥일테니.....
2017.08.24 16:16
2017.08.24 16:34
하긴 이 부분도 중요한게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가 해외영화제에 초청받았을때 그쪽 관계자들이
보통 한국영화의 폭력성하면 여성에 대한 성적인 학대가 매우 빈번한데 당신의 영화는 그런 폭력성은 나오지 않는다라고 했던게 생각는군요.
그 만큼 해외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얘기겠죠. 헌데 착취영화가 아닌 예술영화로 대접받고 있다니 그것도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뭐 그게 '연출'의 무서움이기도 하죠.
2017.08.24 17:01
2017.08.24 17:49
똥파리때 뿐만 아니라 80년대에도 해외의 기자들이 국내영화관계자들에게 한 얘기가 있습니다.
당신네 나라 영화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여성에 대한 성폭력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한가? 우리는 영화의 흥행성을 생각해야한다. 관객들을 많이 모을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다 보니 그렇게 된거다.
그렇다면 당신네 나라 관객들은 이런 장면을 좋아한단 말인가?
으음.....그렇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관객의 절반은 여성으로 알고 있는데 당신네 나라 여성들은 여성이 성폭력을 당하는 장면을 좋아한단 말인가?
으음..........응??!!!
2017.08.24 18:10
2017.08.24 16:16
위에서 예를 드신 한국영화의 과거중에 성애물(이 아니라 강간물)과 폭력물을 구분하신 지점이 어디일까 궁금해집니다. 당시 성애물 속 여성은 정서적, 육체적 폭력아래 성적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존재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역시 폭력물이 아니었을까요?
2017.08.24 16:31
아, 이 부분은 표현을 너무 넓게 해버렸네요. 정확하게는 성적 물리적 정서적 폭력, 학대 등등 여러 성적인 폭력성을 제외한
물리적 폭력성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웃기긴 웃긴 시대였네요. 여성을 버젓히 강간하고 학대하는 장면에는 별 문제가 없고
단순 신체훼손은 안됐으니......
2017.08.24 17:04
확실히 트렌드가 있죠. 요즘은 선악에 대한 판단을 배제하고 폭력 수위를 끝까지 올리는 영화가 유행인가봐요. 그래도 장르 영화로서의 한국 누아르는 많이 발전했다고 봐요. 코미디를 짬뽕한 범죄물이나 주인공을 낭만적으로 그린 누아르가 유행하던 시절보다 요즘이 낫죠. 개인적으로는 좀 감당하기 어려운 영화가 많지만요. 사실 저는 아저씨 정도도 힘들었어요. 드라이어로 고문하는 장면 으으..
2017.08.24 17:59
확실히 90년대에 비하면 기술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내적 완성도도 올라간 것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죠.
다만 그때의 감수성 때문에 지금 폭력표현 방식과 드라이한 그런 정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은 있다고 봅니다.
2017.08.24 17:16
2017.08.24 18:06
상당히 문제있는 사람이라? 다른 곳도 아닌 그래도 원류는 영화게시판인 듀게에서 이런 얘길 들으니 조금 당황스럽긴하군요. 박훈정 감독 싫어하는거야 오호에 대한 문제니 이해합니다만.
예전에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클라스에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도 그런 얘길하더군요.
폭력적인 영화 만든다고 욕먹고 그런적 없냐니깐 사람들이 대놓고 자기 앞에서 법규(중지) 날리는 건 예사고
심지어는 어느 영화제였나 시사회였나 사람들이 너무 욕을 하니까 사회자가 말리더랍니다. 해서 내심 고마워했는데
이어지는 사회자의 멘트가....'이 양반 너무 욕하지 마라. 이 양반은 원래 이런 인간이다. 욕해봐야 뭐하나?' 였다고....
아무튼 이런일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멘탈도 강하고 사람도 유하더군요. 여유있고 농담도 잘하고....
루치오 풀치는 살해위협도 받았고 루게로 데오다토는 법정까지 갔고 (솔직히 이건 동물학대도 포함되어서 빼박임) 여튼
70년대 정도에는 영화의 폭력성가지고 시비하는 일도 해외에는 많았었죠. 시기의 차이일 뿐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를거 없을지도....
참고로 기타노 타케시의 영화들에 대해 '폭력적인 영화가 아닌 영화적인 폭력이다'라는 수사가 붙곤했었죠.
2017.08.24 18:18
2017.08.24 18:37
영화나 드라마나 만화나 소설이나 그 안에서 다뤄지는 폭력적인 장면의 농도 자체가 문제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영화를 예로 들면 전 아직까지 한국영화에서 프랑스영화 '돌이킬수 없는' 같은 10년전에 본 영화인데도 지금 생각만 해도 토 나올 정도급은 보지 못했거나 알지 못합니다.
문제는 농도나 빈도수의 증가가 아니라 제작진들이 '아무생각 없이' 폭력적 요소를 상업적 코드로 사용하고 있는 그 자체에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어 유혈낭자하는 잔혹한 폭력이 넘실대는 류승완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같은 경우는 영화를 보고 나면 '주먹질' 자체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내용상 폭력이 넘처나지만 그걸 미화하거나 멋지게 표현하기 보다는 거리를 두고 드라이하게 묘사하는거죠. (그런 의미에서 류승완은 확실히 퇴보하고 있죠.... 초기작이 실수인건지 아니면 먹고 살려고 변한건지 모르겠지만)
2017.08.24 18:44
한가지 재미있는건 이런 상업적 코드 즉 '즐기는 의미에서의 폭력'을 전시하는 소위 착취영화들이 범람했던 시기가 있었죠.
뭐 그때는 억압에 대한 반동으로 나름 인정받기도 했지만 근본은 말초적 코드에 기댄 물건들인데 또 이런 영화보면서 낄낄대면서
자신의 자양분으로 삼은 타란티노나 로드리게즈 같은 감독들을 보면 예술은 정말 마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쓰레기를 가지고 근사한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니까요.
2017.08.24 18:59
그건 그 '악동'들이 폭력이라는 재료를 갖고 노는 방식이 그 전의 허리우드의 관성과는 전혀 달랐으니까요~
선이 악을 응징하는 그런 비현실적인 구도가 아니고 나쁜놈과 이상한 놈과 또 나쁜놈들끼리 얽히고 섥혀 엉망진창을 보여주며 대중들이 평소 거의 안쓰던 감성근육 부분을 자극시켜준 공로?가 있다 봅니다 ㅎㅎ
2017.08.25 08:30
가장 최근 개봉 한국영화에 대한 반응을 보면 문제는 폭력이 아니라 여성폭력이에요. 이 두 가지 방점이 매우 다르죠. 전자에 집중하면 영화라는 매체 아니 예술이란 무엇인가, 한국영화의 역사, 픽션은 픽션으로, 장르영화의 특수성 등등등 끝없는 얘기들이 반복됩니다. 하지만 초점이 안 맞아요. 여성폭력으로 봐야 왜 관객들이 분노하고 반대하는지, 한 영화가 바라보는 세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얘기할 수 있어요. 여성폭력의 여성에 퀴어,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모두 들어갈 수 있구요. 사회 문제를 다룬다면서 이런 소수자들의 문제를 이해하긴커녕 남자 주인공들의 수단으로 삼는데 그 영화에 도대체 뭘 기대하겠습니까.
2017.08.25 12:25
하긴 그 폭력성중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여성에 대한 폭력이겠죠. 과거 서구의 착취영화들이나 일본의 수많은 가학적 영화들이 판치던 시절이 있었듯
한국영화도 이런 논쟁을 겪는날이 오는군요. 물론 80년대 한국영화들도 그랬지만 논쟁할 가치도 없는 후진 영화들이니....
2017.08.25 15:09
2017.08.25 16:10
별로 신경 안쓸거같네요. 남자들끼리의 자멸적인 폭력은 현실세계와도 별 연관이 없으니.....
2017.08.25 16:24
이 영화에서 남자들이 행동하는 방식을 통해 추측하자면 공조가 훨씬 수월하게 이뤄졌을 텐데, 그러면 각자 공조를 안하고 뻗댄다는 영화의 대전제가 무너지겠네요...
2017.09.09 03:09
잔혹물 고어물이야 그런게 나올거고 그런걸 보겠다..는 관객들이 보니까 왠만한 수위가 나와도 그러려니 하는것일테죠.
문제는 장르는 액션물입니다.느와르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실상 깠더니 관객들이 기대하는 수준이상으로 뭔가가 튀어 나오면 당황스러운거고요.
굳이 그런게 그 영화 전체 전개에 필요하냐?는 이야기가 나올수밖에 없는거고..
예를 들면 청년경찰도 청년수사물 버디물 뭐 이런건데-홍보도 그런식이고 예고편에도 그런것만 노출됨- 막상 보면 생각보다는 수위가 세죠.
브이아이피의 경우 프롤로그부분이라고 해서 거의 10여분 가까이를 여성피해자 한명이 죽어가는것 강간당하는것으로 채운걸로 아는데, 그러니까 더 뒷말이 나오겠죠.
막상 남자출연자들이 총맞고 이런건 별로 자세하게 묘사가 된건 아닌것 같고, 그 대상이 딱 여성만이라는게 아이러니..
추측건데 아마 악마를 보았다의 초반 피해자씬과 비슷할거 같은데..
박훈정이야 그런걸 꼭 보여줘야만 이종석의 캐릭터가 설득력이 있다 어쩐다. 했지만 글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