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박훈정 감독의 VIP 관련 글과

타 커뮤니티의 관련글을 보니 이 영화의 잔혹성에 대해 말들이 많더군요.

 

언론 시사회를 통해 제법 잔인하다라는 소문이 파다한 모양입니다.

헌데 반응이 그냥 잔인해서 싫다라기 보다는 이제는 이런 잔인한 영화 좀 그만 만들면 안되냐?

누가 더 폭력적인지 경쟁하냐?는 식의 지친 반응이 많다는거네요. 잔인하다니까 패스할께염~

이런 반응도 많구요.

 

참 이런 반응을 보니 격세지감을 느낀달까요? 정말 한국영화판이 바뀌긴 많이 바뀌었구나 싶습니다.

 

저도 소시적으로 삐짜테잎으로 원판 영화를 보기 시작해서 집에서 잡히던 일본방송의 편성표를 구해서

원본으로 감상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었죠. 후에 PC통신으로 직접 해외판 VHS, LD의 복사본을 구해서 보거나

호러영화동호회에 가입해서 소위 '소스'를 공유하기도 하는등 이런 '금지된 영화'들에 대한 추억이 참 많습니다.

 

물론 지금도 해외 여러나라의 이런 익스트림한 장르 영화들 좋아하는 편이긴 하구요.

 

그런점에서 돌이켜보면 90년대까지 한국영화들은 검열의 손이 많이 탈때라 표현수위에 있어선 그 뚜렸한 한계가

있는 느낌이었는데 2000년대 들면서 여러 문화개방풍조로 인해 이부분이 많이 완화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또 김기덕, 박찬욱 등 한국의 뉴웨이브라고 평가받고 해외에도 많이 알려진 감독들도 이런 표현의 수위에 있어

거리낌없는 대담한 비주얼을 선보인바 있죠.

 

김지운 감독이 회고하길 2000년대 초중반의 한국영화들을 접한 일본의 감독들이 요즘 한국영화들은 정말 파워풀하다,

쎄다, 대담하다는 식의 찬사를 늘어놓고 요새 일본영화들은 결이 너무 곱고 심심하다, 너무 얌전하다 이렇게 탄식하자

속으로 '이 양반들 뭐야? 지네 나라의 영화역사를 몰라? 엄살은 피식~~' 이랬다는군요. 하기사 그 당시엔 메이저 영화판에서 쎈 영화 만드는 감독이 미이케 다카시 정도밖에

없었지만 일본이야 뭐 70년대에 이미 '고문포르노'장르가 제작되던 곳이니까요.

 

즉 해외에서는 잔혹물, 고어영화들은 꾸준히 제작되어 왔고 오히려 국내에는 이런 장르영화의 전통이 없죠.

 

다만 왜이렇고 많은 우리나라의 관객들이 영화의 폭력성에 질색하는가 하고 생각하면

유독 우리나라는 메이저 영화판에서 제작되는 작품중에 이렇게 폭력성이 짙은 영화들이 많다는겁니다.

'친구'나 '올드보이'의 경우도 작중 표현 수위만으로 보면 뜨악할 정도죠.

 

반면에 해외에서는 외외로 메이저 영화들의 경우 표현수위나 낮고 결이 고운 경우가 많죠.

아니 아주 다양한 영화들이 공존하고 다양한 층위의 영화계와 팬층이 존재한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네요.

 

영화판 관계자들이나 장르영화 관련 커뮤니티나 업에 종사했던 사람들 얘길 들으면

이상하리 만치 한국영화관객들은 수동적이고 트렌디하다고 하더군요. 즉, 적당히 팔릴 영화들만 계속 만들게 된다고.

관객들이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골고루 분산이 되어있지 않고 그때그때 뭐볼래? 정도로 움직인다는 겁니다.

 

해외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히 장르영화가 계속 발전될 수 있었던 토대가 이런 다양성을 좇는 팬들이 있고 그런 팬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합니다. 한국영화는 이런 구분이 모호하고 대중영화에도 일단 될만한거는 다 때려 넣고 잡탕찌개처럼 만들다 보니

이게 대중영화인가 착취영화인가 구분이 모호할때가 많더군요. 그런 의미로 한국 영화의 폭력성에 대한 성토도 이해가 됩니다.

심지어 모 영화계 관계자는 이제 한국영화에서 장르가 사라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더군요.

 

저도 장르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한국영화들을 보면 그런 의문이 들때가 좀 있거든요.

뭔가 장르영화를 '표방'만 했지 정작 뜯어보면 장르영화가 아닌 그런 영화들이 많으니까요.

 

60~70년대 온갖 장르영화들이 절정기를 맞이했던 일본, 이탈리아, 홍콩, 미국 등등의 관객들을 그런 시절을 겪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일종의 면역이 있거나 다양성에 대한 어떤 성숙함이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정말 지금 눈으로 봐도 정서적으로 감당키 힘든 작품들이 줄줄이 쏟아지던 시기였기도 하구요. 일부 관계자들은 그 시절이

좀 지나쳤다고 회고하기도 하더군요. 억압적이고 보수적인 사회분위기에서 60년대 후반의 혼란기를 겪고 나자 이런 것들이

너무 과격하게 분출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더군요. 그에 대한 반동도 심해서 루치오 풀치같은 고어영화의 거장?은

일부 시민단체의 살해협박도 받았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3S 정책으로 얄팍하게 나마 성애물(이라 쓰고 강간물이라 읽는)이 80년대 범람했던 적이 있지만 적어도

폭력성에서 만큼은 매우 억압이 심했었죠. 솔직히 한국영화에서 해외처럼 고어영화라고 할만한 영화는 거의 없다고 보지만

해외를 배경으로 다른 인종, 다른 언어와는 다르게 같은 한국이라는 배경이 더 정서적 측면에서는 충격이 더 하기에 유독

한국영화의 폭력성에 놀라는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육체적 폭력보다는 정서적 폭력이 더 심하기도 하니까요. 

 

아무튼 작금의 한국영화판이 엄혹하고 암울했던 과거로 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살짝 기형적으로 발전해온거게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해외에서 영화가 가진 폭력성으로 인해 관객들이 이렇게 염증을 느끼는 경우는 잘없다고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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