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25 15:31
1. 노키즈존이라고 명시적으로 써붙이지 않아도 묵시적으로 아이들 데리고 가기 힘든 곳들이 많죠. 언어적으로는 티를 안 내지만 비언어적으로 티를 팍팍 내는 곳들이요.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없거나 유아의자가 없는 곳은 어차피 갈 수가 없습니다. 매운 음식 전문점이나 곱창집 같은 곳은 그냥 자연스럽게 안 갑니다. 예전에 식당에서 흡연 가능했을 때는 담배연기 나는 식당도 아예 못 갔겠죠. 아이와 같이 들어가면 냉랭한 표정으로 맞는 곳도 그렇고요.
"You are not welcome"이라고 원래부터도 느껴졌다고요. '장애인 입장 불가'라고 써붙이지 않아도 장애인 이동권이 제한된 곳은 그냥 묵시적인 노 장애인 존입니다.
그런데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너도 내가 아는 걸 알고 나도 네가 아는 걸 알지만 그래도 대놓고 아동입장금지라고는 말하지 않았는데, 명시적으로 노키즈존이라고 말하는 순간 변화가 생깁니다. 차별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겁니다.
정말 진상짓 하는 양육자에게 직접 표현을 하고 제지했어야 하는 문제를 아직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은 대다수 아이들과 양육자까지도 배제하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죠. 여러 번 나온 이야기이긴 하지만, 진상짓은 여러 나이와 계층의 사람들이 저지릅니다. 술 먹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아재, 하루 종일 4인 테이블에 죽치고 앉아서 과제를 하는 대학생, 직원에게 너도 촛불 편이냐며 욕하는 태극기부대, 정말 높은 확률로 화장실에서 손 씻지 않고 나와서 음식을 만지는 남성 등등. 아이 동반 여성이 진상일 확률이 특정 서브그룹에 비해 객관적으로 높은지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만만한 욕받이 무녀라 느끼거든요. 특정 카테고리의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이면서 싫어지고 점점 더 가시적으로 느껴지고 급기야 출입금지를 선언하게 된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내가 어떤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로 배제된다면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날 겁니다. 그런 낙인은 언제나 위험합니다.
만일 광화문의 어느 까페에 박근혜 사진을 들고 경상도 말씨를 쓰는 70대 남성이 들어온다면 저는 90%의 확률로 저 손님은 박근혜 지지자이며 주문도 안 하고 공짜 물만 마시다가 큰 소리로 까페를 소란스럽게 할 거란 필터링을 할 겁니다. 하지만 1%의 확률로 그 분은 박근혜 우상화에 대한 역사적 연구 중인 좌파 재야 학자일 수도 있죠.
진상 확률이 높은 집단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목적이 진짜라고 믿어도, 사실 노키즈존은 전혀 엄밀하지 않죠. 초등학생 이후에는 남자아이들이 소란을 피울 확률이 훨씬 높거든요. 그렇다고 노 보이 존을 내거는 상점은 없을 겁니다. 그랬다간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테니까요. 마찬가지로 '노인 입장 금지'를 명시적으로 내걸 배짱있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아이와 엄마만 타겟이 되는 건 이들이 만만하기 때문입니다.
2. 듀게에서 이런 댓글을 보게 되다니.. 정말 충격적입니다. 너무 기념비적인 댓글이라서 제 글에도 인용합니다.
<게이나 인종문제를 끌고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이 문제를 그저 차별이라는 단순한 시각에서 보기때문이죠. 다른 손님이나 업주가 느껴야하는 물리적인 불편함이 무시된거에요.
만일 게이거나 흑인이라서 가게를 어지럽히거나 망가트리는 경우가 많다면, 게이거나 흑인이라서 사방팔방돌아다니고 동행이 그걸 제지하지 않는다면 노게이존 노흑인존도 충분히 고려해볼수 있겠지요.>
이 댓글이 문제가 된다고 느끼지 않는 분과는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 같네요.
2017.08.25 15:35
2017.08.25 17:20
자꾸 노키즈존과 흑백분리는 다르다고 생떼를 쓰다가 순간 드러난 본심이겠죠..?
2017.08.25 15:38
손 씻지 않고 음식을 만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는 객관적인 지표는 있나요?
2017.08.25 15:51
어차피 애를 데리고 오는 고객이 더 진상을 부린다는것도 객관적인 지표는 없죠.
진상고객중에 애 데리고 오는 사람도 있다.는 증거일뿐.
2017.08.25 15:54
거기서 "어차피"가 들어가면 안 되죠.
그럼 본문은 근거 없는 아동 혐오를 비판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근거 없는 남혐을 끌어들인 꼴이 되는 건데요.
2017.08.25 16:05
어차피 근거 없는걸로 특정 대상을 베제하기 시작했으니, 그런 식이라면 다른 대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2017.08.25 17:10
http://cdc.go.kr/CDC/cms/cmsFileDownload.jsp?fid=28&cid=1141&fieldName=attach1&index=1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입니다.
성별로는 남성은 54.6%, 여성은 72.1%가 손을 씻는 것으로 관찰됨.
http://www.dailymail.co.uk/health/article-2971931/Do-wash-hands-going-loo-62-men-40-women-admit-don-t-bother.html
영국에선 남성 38%가 화장실 사용 후 손을 씻고 여성 60%가 손을 씻는다고 하고요.
http://www.nytimes.com/2010/09/14/us/14hands.html?mcubz=3
http://www.cleaninginstitute.org/assets/1/AssetManager/11CM_JanFeb.pdf
미국에서도 확실히 여성들이 손을 더 잘 씻는다는 조사들이 있고요.
객관적인 경향성은 확실히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성은 다 드럽다거나 여성은 다 깨끗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죠. 개인과 집단을 착각하면 안 되니까요.
2017.08.25 17:44
아이 동반 여성이 진상일 확률이 유의하게 높다는 가능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경향성이 다소 관찰된다 해도 집단 전체를 낙인찍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2017.08.25 15:41
그 댓글... 정말...
2017.08.25 15:56
1. 그런데 말입니다... 노키즈존이라고 써붙이는 가게는 높은 확률로 접근성이 괜찮았던 곳입니다. 불편해서 묵시적으로 아이동반 팀을 배척하는 곳이었따면 애써 써붙일 필요도 없었죠. 그리고 직접 부모에게 어필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점에서 노키즈존이란 발상이 나온 겁니다. 왜 처음 시작부터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2. 듀나님 표현을 빌려... 어느 짐승의 X구멍에서 나온 댓글이랍니까.
2017.08.25 16:02
원래부터 아동친화적이지 않은 나라에서 굳이 노키즈존 이야기까지 듣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부모들의 느낌 이야기입니다.
하긴 1층에 단차가 있고 기저귀 교환대가 없는 대다수 가게를 말하니까 그런가게가 영업이 가능하기는 하냐? 그렇게 지으면 망하지 않느냐? 하고 하시는 육아미경험자한테 이런 말을 해봤자죠.
2017.08.25 17:54
그 댓글 저도 정말 대꾸할 말이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