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남자에요

2018.11.24 11:35

메피스토 조회 수:2419


* 나는 한국남자에요. 20대일수도 있고 30대일수도 있고 40대일수도 있지요.

어릴적부터 학교에서 남녀차별하면 안되고 남녀평등해야한다는 얘길듣고 배워요.

엄마세대가 차별받거나 억압받는걸 눈으로 보고 자랐지만 그 차별과 억업, 희생에서 떨어지는 이익이 꽤나 달콤해요.

듣고배운게 있으니까 그냥 동정적으로 생각할 뿐이지요. 엄마니까. 엄마가 해야하니까. 아빠는 열심히 일하니까.


사실 우리 엄마나 누나가 어디 해외토픽에나 나올 험한 일들을 일상적으로 당하는건 아니잖아요?  

그래도 힘든건 힘든거니까 이런거 나중에 내가 효도해서 다 보상해줄꺼에요. 정확히는 내 와이프하고 같이 해주겠지만.


우리 엄마에 비하자면 요즘 여자애들은 무척이나 편한거에요. 남자들이 다해줘요. 데이트비용도 지불하고 집도 사고 아이낳으면 같이 돌봐주고.

비용들여가며 지극정성으로 모시는데 돌아오는건 보잘 것 없어요. 돈내주고 같이 있어주는데 섹스를 쉽게 해주지도 않아요. 여기서 불만 1스택이 쌓여요.


요즘처럼 여자들에게 천국인 세상이 없어요. 그런데도 걔들은 항상 불만이고 불평등하다고해요. 군대도 안가고 회사에서도 뺀질거리는 애들인데.

계속 뭔가를 요구하고 계속 뭔가를 얘기해요. 보기싫고 듣기도 싫어요. 정수기 물통 가는 일이나 대신해달라고 안했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불만2스택이 쌓여요.

  

이 징징거림을 보고있자면 확실히 여자보다 남자가 우월한 존재인것같긴해요.

세상이 좋아져서 어디가서 이런 생각을 함부로 말하진 못하지만 어쨌든 그런거같아요.

그런데 메갈이니 워마드니 이런 애들이 등장했어요. 남자를 함부로 폄하하고 비하하고 멸시해요. 불만 3스택이 쌓여요. 


3스택이나 쌓였으니까 궁극 분노를 터트리고 싶어요.

이 여자들 지들이 얼마나 편한지도 모르고 예전 남존여비시대로 돌아가면 아무것도 못할 것들이 설치는게 꼴보기 싫죠.

 


* 그렇지만 중립을 지키고 싶어요. 분노를 쉽게 터트리고싶지 않아요. 왜냐고요?

 

중용적, 중립적 태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뭐 이런 얘기들이 진리라고 주워들었거든요.

명망있는 학자나 논객들이 논리적이고 통찰력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글-말들을 보면 멋들어져보이거든요. 

일베같은 애들이 범죄모의하는거 보면 엄청 혐오스러운데 난 일베 안하고 일베랑 다르거든요.


그런데 내 머리는 기존의 수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았어요. 학교다닐때부터도 남녀평등에 대해 주입식으로라도 교육받았으니까 이 분노를 터트리기가 쉽지가 않아요.

수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중립이 좋은거란 얘기는 주워들었으니, 이 모순을 해결해야해요.


결국 사회적인 맥락이나 여건 등을 외면하고 그냥 '정론'만 얘기해요. 메갈은 나쁘다, 워마드에서 나쁜짓을 한다. 우리사회에서 제도적인 성차별은 없다...뭐 이런것들.  

그럴싸한 사례하나 등장하면 와! 바로 이거다!라면서 달려들고 여기저기 퍼나르죠. 일베를 미러링한다니까 어라?! 그래! 메갈=일베야!!라고 얘기하기도 쉬워요.


여자의 소득이 낮은건 여자가 일을 안해서 그런거고, 여자의 커리어가 끊길 가능성이 높은건 여자가 노오력을 안해서 그래요.

심지어 여자는 군대도 안가잖아요! 조직문화에 적합할리가 없어요. 한국사회에 퍼져있는 군대식 조직문화의 문제같은건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매일같이 일어나는 수십건의 여성상대범죄-그것이 살인이건 강간이건 폭행이건, 이런 것들은 그닥 눈에 안들어와요.

신문기사에 아주 어쩌다가나 실릴법한 특이하고 엽기적인 여성-->남성 범죄나 삽질들은 눈에 확들어와요.


일베와 남성집단이 같은 용어, 같은 목적, 같은 대상으로 지난 오랜 세월동안 여성집단을 비하하는건 외면해요.

메갈이나 워마드에서 미러링을 앞세워서 하는 삽질들은 눈에 불을켜고 달려들어요. 이런 현상이 발생한지 고작 수년밖에 안된건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된장녀, 김치녀, 김여사같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혐오단어와 그런 혐오단어가 유행할 수 있는 사회전반 정서는 외면해요. 일부 사실이잖아요?

그치만 개저씨 한남 같은 단어에는 발끈하지요. 엄청난 혐오단어고 부당한 일반화에요.


사회적으로도 얘들은 인정받지 못하는거 같아요. 어제 기사보니까 여학생회냐고 있는 애들이 부정이나 저지르니까 학생회 자체가 없어졌어요.

학생들도 동의했다니까 정당성도 있는거 같아요. 그 이상은 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냥 여자애들이 망하는게 보기 좋아요.



* 나는 한국남자에요. 내가 뭘 얼마나 누리고 있는지, 누려왔는지 같은건 잘 모르겠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치만 내 영역을 침범하고 내가 가진걸 빼앗는 여자는 혐오스러워요. 적당한 이유도 차고 넘치네요. 조만간 스택을 쌓아온 분노를 마음껏 터트려도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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