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29 01:10
4월은 언제나 잔인하고 봄은 언제나 찬란하게 슬프군요. ^^
좀 전에 <도라지꽃>이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왠지 가슴이 쩌르르 해서 올려봅니다.
아주여성합창단 - 도라지꽃 (유경환 시, 박지훈 곡)
도라지꽃
산속에 핀 도라지꽃
하늘의 빛으로 물들어 있네
옥색치마 여민 자락
기다림에 물들어 있네 물들었네
도라지꽃 봉오리에
한 줌의 하늘이 담겨져 있네
눈빛 맑은 산노루만
목 축이고 지나가네
비취이슬 눈썰미에
고운 햇살이 입맞추고
저녁 노을 지기 전에
꽃봉오리가 오므리네
꽃입술에 물든 하늘
산바람이 비껴가네
꽃송이에 담겨진 하늘만
산그늘이 젖어있네 젖어있네
산속에 핀 도라지꽃
기다림에 젖어있네
도라지꽃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랍니다.
2017.04.29 01:34
2017.04.29 01:59
scherzo 님께 귀여운 동요 <도라지꽃>도 보내드려요.
김혜인 - 도라지꽃 (박은주 작사, 석광희 작곡) 볼륨을 약간 줄이셔야 할 듯
도라지꽃
보라색 고운 꽃 도라지꽃
아기별이 잠시 내려와
나비와 친구 되어 뿌리 내린
예쁜 도라지꽃
작은 꿀벌 찾아와 얘기 나누고
꽃나라 요정들이 미소 짓지요
보라색 고운 꽃 도라지꽃
친구별이 그리워져서
아침이 올 때면 은빛 이슬
맺혀 있대요.
2017.04.29 03:32
2017.04.29 04:37
우와우와 쑤우 님 반가워요. ^^ (제가 여차저차 검색하여 쑤우 님 회복하고 잘 계시는 거 다 알아요. ^^)
좀 전에 조지훈 시인의 시전집을 보고 있었는데 이 시인에게도 도라지꽃은 슬프고 외로운 느낌인가 봐요.
도라지꽃
기다림에 야윈 얼굴
물 위에 비초이며
가녀린 매무새
홀로 돌아앉다.
못 견디게 향기로운
바람결에도
입 다물고 웃지 않는
도라지꽃아.
좀 전에 읽은 조지훈 시인의 '절정'이라는 시가 마음에 들어서 꽤 길지만 옮겨봅니다.
(듀게에서 자주 만나요. ^^)
절정(絶頂)
나는 어느새 천길 낭떠러지에 서 있었다 이 벼랑 끝에 구름 속에 또 그리고 하늘가에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는 누가 피워 두었나 흐르는 물결이 바위에 부딪칠 때 튀어 오르는 물방울처럼 이내 공중에 사라져 버리고 말 그런 꽃잎이 아니었다.
몇만 년을 울고 새운 별빛이기에 여기 한 송이 꽃으로 피단 말가 죄 지은 사람의 가슴에 솟아 오르는 샘물이 눈가에 어리었다간 그만 불붙는 심장으로 염통 속으로 스며들어 작은 그늘을 이루듯이 이 작은 꽃잎에 이렇게도 크낙한 그늘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한점 그늘에 온 우주가 덮인다 잠자는 우주가 나의 한 방울 핏속에 안긴다 바람도 없는 곳에 꽃잎은 바람을 일으킨다 바람을 부르는 것은 날 오라 손짓하는 것 아 여기 먼 곳에서 지극히 가까운 곳에서 보이지 않는 꽃나무 가지에 심장이 찔린다 무슨 야수의 체취와도 같이 전율할 향기가 옮겨 온다.
나는 슬기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한 송이 꽃에 영원을 찾는다. 나는 또 철모르는 어린애도 아니었다 영원한 환상을 위하여 절정의 꽃잎에 입맞추고 길이 잠들어버릴 자유를 포기한다.
다시 산길을 내려온다 조약돌은 모두 태양을 호흡하기 위하여 비수처럼 빛나는데 내가 산길을 오를 때 쉬어가던 주막에는 옛 주인이 그대로 살고 있었다 이마에 주름살이 몇 개 더 늘었을 뿐이었다 울타리에 복사꽃만 구름같이 피어 있었다 청댓잎 잎새마다 새로운 피가 돌아 산새는 그저 울고만 있었다.
문득 한 마리 흰나비! 나비! 나비! 나를 잡지 말아다오. 나의 인생은 나비 날개의 가루처럼 가루와 함께 절명(絶命)하기에 ― 아 눈물에 젖은 한 마리 흰나비는 무엇이냐 절정을 꽃잎을 가슴에 물들이고 사(邪)된 마음이 없이 죄 지은 참회에 내가 고요히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