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9 12:28
'안아키'에 대해서는 최근에 여기저기서 들은 바가 있긴 한데,
새로운 내용이 있는 건 아니라서 크게 신경은 안 썼어요.
지금은 고인이 된 ㅎㅎㅎ씨 사건 때도 충분히 이야기가 됐었던 거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아키' 같은 내용이 혹해서 자기 아기한테 백신을 맞히지 않는 부모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여유가 있으면 정기구독하고 싶은 '한국 스켑틱'의 블로그에 안아키에 대한 글이 올라왔네요. (http://blog.naver.com/skepticmgz/221014596673)
결국 읽기 싫은 책을 사서 읽고, 카페도 들어가 보았다. 해독요법을 강조하기에 저자가 운영하는 한의원에 전화도 해보고, 인터넷에 떠 있는 '해독 체험기'도 읽어보았다.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인간의 몸과 질병, 그리고 약물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원시적인데다 사고의 틀이 '편가르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약은 모두 '내성'을 일으키는 '나쁜 편'이므로 약을 쓰는 의사도 '나쁜 편'이고, 약을 만드는 제약회사도 '나쁜 편'이며 그들이 만드는 백신도 '나쁜 편'이라는 논리였다. 성인의 병을 빌어 어린이의 병을 해석하고,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자극적인 언사를 동원하여 현대의학을 공격하며, 병원이 건강한 아이를 아픈 아이로 만든다는 비방도 서슴지 않았다. 대부분의 처방은 "30년간이나 동네 한의원을 운영하며 네 아이를 건강하게 길러낸" 저자의 '의견'과 '개인적 경험'을 근거로 제시할 뿐, 과학적 배경은 전혀 없었다.
뉴타입의 행동 방식은 아니고, 흔하게 보아온 것이기 때문에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한의학이 의학 분야에서 50년 정도 철지난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한의학을 박물관에 존치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는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번 정권에서 그걸 할 생각도 없어보이는데,
만약 하게 된다면 한의학계 및 러다이트로부터 욕은 엄청 먹으면서도
지지하는 사람들은 조용하게 공부하는 사람들이라 칭찬은 별로 못 듣지 않을까 싶어요.
2017.05.29 13:27
2017.05.29 14:43
2017.05.29 14:55
침술을 받았기에 안면마비가 치료되었다는 증거가 없고요,
과학적 방법론으로 그 증거를 만들면 효과를 인정하는 것이 현대의학인데, 저는 아직까지 침술이 안면마비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걸 "과학적으로 입증한" 소식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한의학에서 행하는 많은 치료법이 스켑틱 블로그 글에서도 지적하는 저자의 의견과 개인적 경험에 의존하는 치료법이라는 게 문제인 것입니다.
2017.05.29 15:58
논문 검색했더니 주루룩 나오는데 무슨 말씀을. 링크 하나만 걸어드리자면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612150/ 랜덤화 대조군 연구이고, 침치료받은 군에서 안면 기능, 장애 척도, 삶의 질이라는 객관적인 척도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줬네요.
impact factor 6.72 이니 듣보잡 저널도 아니고요.
2017.05.29 16:28
시간 없어서 대충 읽어봤는데,
우선은 Bell palsy에 침이 효과가 있다는 논문부터 부탁합니다.
이 논문은 연구방법론에서 기본적으로 control group에서는 80%가 완전히 치유되고, de qi 그룹에서는 90%가 치유될 거라고 가정했다고 썼는데, 80% 치유될 거라고 가정하는 근거로 제시한 논문은 corticosteroids를 Bell palsy 치료에 사용해봤는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건데요.
좀 이상하군요.
침으로 Bell palsy를 치료할 수 있는데, de qi 수준으로 아프게 침을 놓으면 더 좋다라는 게 이 논문의 요지일텐데, Bell palsy를 침으로 치료한다는 근거가 있으면 더 좋겠네요.
연구방법론으로 de qi라는 개념을 환자에게 설명해주고서는 침을 세게 놓아서 "de qi 에 도달했냐?"고 물어서 환자가 그렇다고 말하면 de qi 그룹에 넣었다는 건데, 객관적인 지표로 쓸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암튼, 중의 쪽에서 이런저런 논문들이 나온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신뢰성에는 의문이 가네요.
2017.05.29 17:48
참고로 논문 링크 붙입니다.
http://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14651858.CD002914.pub5/abstract;jsessionid=818B30A74DCEAFA904EA5F988A927E23.f03t04
이 2010년 연구는 선행연구를 조사해서 침술이 Bell's palsy에 효과가 있다고 결론내릴 수 있는지를 연구한 것인데, 저자는 어떠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된 연구가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은 실험 설계의 결함이구요. 일희일비님이 인용하신 논문도 제가 보기에는 실험 설계 결함이 있어보이는데, 그건 좀더 엄밀하게 봐야 할 문제구요.
The quality of the included trials was inadequate to allow any conclusion about the efficacy of acupuncture. More research with high quality trials is needed.
이 2010년 논문을 인용한 2013년 논문이 있는데, 이건 한국학자가 쓴 거네요.
https://www.theacupuncture.org/journal/view.php?doi=10.13045/acupunct.2013005
이 논문도 선행논문을 조사해서 침술이 Bell's palsy에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검사했는데,
결론은 2010년 논문과 비슷합니다.
방법론의 결함 때문에 유의미한 결론을 내릴 충분한 증거가 없다.
Because of methodological deficit, there is no sufficient evidence to allow any conclusion about the efficacy of acupuncture for peripheral facial palsy. Therefore, well designed trials with high quality is needed from now on.
저자는 실험을 잘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합니다.
2017.05.29 15:10
한의학이 문제가 아니라 저 이상한 한의사 한 명이 문제인 것이죠. 한의사협회 공식 입장도 백신 지지하는 쪽이고요. 백신 도입한 지석영도 한의사였는데요.
신해철 수술한 의사나, 마취 상태 환자 성추행하고 몰카 찍은 의사 보시면 양의학이 문제라고 하실 건가요? 아니라면, 왜 유독 한의학에 대해서는 이상한 한의사 한 명만 보여도 한의학을 폐기하자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2017.05.29 15:54
저기 언급된 김효진이라는 한의사 한 명이 이상하기 때문에 안아키 사건이 발생한 건 사실이지요.
하지만, 한의학이라는 축적된 경험이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의학과 동등하게 유효성을 입증받은 의학의 체계인 것처럼 취급받기를 희망하는 한의학계의 문제가 진짜 문제지요.
'안아키'의 문제는 바로 이런 비과학적인 방법론과 연결되어 있어요.
다시 한 번 인용하지만 "저자의 의견과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지식체계가 한의학이구요.
그런 방법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그 한계를 해소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쉽지만 이미 그럴 기회를 50년 넘게 놓쳐버려서,
지금 와서 과학적 방법론으로 한의한의 축적된 경험을 들여다보면 쓸만한 치료법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한의학이 무용하다는 게 객관적으로 검증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해도 문제, 안해도 문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한의한이 처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2017.05.29 16:33
한의학이 무용하다는 게 객관적으로 검증될 거라는 건 휴먼명조님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시고요. 과학적 방법론은 이미 도입해서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님이 모르신다고 없는 게 아닙니다.
쓸만한 치료법은 계속 검증되어 확인되고 있죠. 확인되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나는 줄 아세요? 양의학이 그 치료법을 흡수해버립니다. 지금 로컬 양의원에서 침을 얼마나 많이 놓는지 알고 계신지요. 천연물신약은 들어보셨어요?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순간 양약이 되어버립니다.
2017.05.29 17:00
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시는 "양약이 된다"는 건 현대의학의 일부가 된다는 거죠. 한약 vs. 양약의 구분법은 지금은 무의미합니다. 이미 50년 철지난 얘기예요.
지금은 전통의학 vs. 현대의학이예요.
천연물신약도 들어봤고요. 압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에서 하고 있는 한의학 현대화 사업이 거의 헛돈 쓰는 수준이라는 내부자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2017.05.29 16:19
허현회 말씀을 하셨으니 말인데, 허현회가 한의사, 한방병원도 양방과 똑같다, 한의사도 양방지식을 쫓아간다며 악담을 했지요.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9367036?
한의학은 그 이상한 자연요법들이랑 상관이 없어요. 개인적인 경험에 한의학이 의존한다는 건 휴면명조님의 개인적인 의견이고요. 현대한의학은 현대양의학과 마찬가지로 근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2017.05.30 09:42
근거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이 아직도 진행 중인 건가요?
언제쯤 완료될까요?
위에서 인용하신 논문을 보면, 아직도 "과학적 방법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연구자들이 많아 보이는데요.
무려 2013년에 선행논문 조사한 논문에서 선행연구들이 실험설계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하는 거 보면 갈 길이 멀어보여요.
그 먼길을 다 가고 나서, 한의학 책에 나오는 치료법을 다 연구해보고 나서 현대의학이 치료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치료법이 발견된다면 다행이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극히 비관적입니다. 아예 아무런 기대를 안하는 수준이죠.
그렇기 때문에 국가 예산을 들여서 한의학 현대화 사업이니 하는 헛돈 쓰는 일은 안했으면 하는 거구요.
실험설계의 결함이라는 건, 학교 다닐 때에 계속 트레이닝을 받아서 배워야 고쳐지는 문제이고, 사실 과학적 방법론의 핵심과도 관련이 있는데, 한의대에서는 그런 거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게 아닌 가 싶어요. 우선 교수들부터 과학적 방법론과는 담 쌓고 살아온 사람들일테니 가르칠 사람부터가 없을 것이구요.
2017.05.29 18:45
안아키는 안예모랑 다릅니다. 대체로 비슷한 성격을 가진 집단들인 만큼 안아키 회원 중에 안예모도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 회원들은 중요 백신은 대부분 한다고 합디다. 비판할 일이 있으면 비판해야겠지만 정확한 정보는 확인하고 비판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문제가 됐던 한의사 한명이 한의학계에서 돌출행동을 했던 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한의학계 내에서도 학회 회장도 하고 나름 인지도 있는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그렇다고 해서 금방 한의학 무용론까지 끌어들이는 건 확실히 조금 성급한 결론 같기는 합니다.
2017.05.29 19:09
2017.05.29 21:58
선진문물 받아들이자며 수두파티 벌인 게 안아키 커뮤니티라는데... 백신에 대한 입장이 어떨지는 의심스럽네요. 그러니까 까짓 병, 한 번 앓으면 같은 원리 아니냐며 거부할 듯.
2017.05.29 23:58
사실 이것이 시기나 방식의 문제일 것 같기는 합니다만 안예모와 다르게 안아키는 이미 아픈 애를 데리고 이리저리 헤매는 부모들이 많이 유입되다보니(암 환자 카페랑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안아키 하기 전에 백신은 맞아두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디다. 그리고 안아키 안에서도 백신 맞았다고 뭐라고 하거나 공격 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고요.
독일이 백신을 거부하는 부모에게 벌금형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