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먹는 건 사회적 자폐인가.

2017.07.25 15:48

김지킴 조회 수:2449

혼밥이라고 하면 제가 또 권위자 아닙니까.

제가 학교다닐 때 도시락을 잘 안싸 다녔어요. 왜냐하면 같이 밥먹는게 싫었거든요.

초등학교(=국민학교) 땐 같이 밥먹는게 없었거든요.

다들 자리에서 자기걸 먹었고, 몇몇은 같이 먹는 그룹이 있었지만 그게 아닌 사람도 있었죠.

그땐 별 문제가 없었고요.


중학교(=남중)에 오니 그런게 없어지고 다 모여서 같이 먹는데,

저는 남의 반찬을 먹질 못해요 애초에. 제가 지금도 친척집에 가면 밥을 잘 못먹어요. 

내일 모레면 나이가 50인데도 그렇습니다. 

하여간 옛날이라 급식 이런건 없던 시절이고.


그런데 친구들은 다 내 반찬을 먹는데 나는 남의 반찬을 못먹으니...

중학교 초만해도 밥을 다 버리고 왔습니다.

그러다가 어찌 돈이 생기면 매점에서 뭘 먹고 하다가

중간에선 집에 얘길하고 도시락을 안싸고 매점에서 해결하고,

고등학교 땐 친구 하나랑 매일 담을 넘어서 점심에 짜장면이나 분식을 먹고 담배를 피우고 왔죠.

보통 제가 밥을 사고 걔가 담배랑 자판기 커피를 샀어요.  정당한 거래였는지는 몰라도.

걔랑 나랑은 학교에서 꽤 유명한 월담콤비였죠. 

우리학교 담이 정말 높아요 애초에 학교가 산 중턱에 있어서 학교랑 밖이랑 지대가 다릅니다.

학교 안에서 보면 담 2m+철조망 2m인데 박에서 보면 그 아래 2정도 되는 담이 따로 있어서 

담이 한 6m가까웠는데 그 담을 정말 몇초만에 넘었어요,  제가한 10초 걸리면 그친구는 한 정말 3초?


하여간 걔가 고1때 퇴학을 당해서, 

그 뒤로는 매일 혼자 담을 넘거나 매점에서 뭘 사먹거나 했죠

사실 같이 퇴학을 당해도 되는 일이 있었는데,

걔가 다 뒤집어쓰고 저를 끝까지 보호해 줬어요.

매일 짜장면을 사 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지금도 저는 사람들이랑 밥먹는게 싫어해서 

특히 김치찌개 이런거 한 그릇에 여러명 먹는거 잘 못먹고.

한 불판에 여러명 고기 구워서 먹는거 잘 못먹고,

그래서 회식이 있는 날이면 집에서 먹을걸 남겨 놓지요. 


나이가 들면 밥을 사줘야하는 일이 많은데 이때마다 고역이고.

직급이 좀 된 이후로는

"팀원들이 상급자랑 밥 먹으면 불편할까봐, 밥이라도 편하게 먹으리고"

라는 핑계로 혼자먹고 .

밥때문에 헬스끊어서 점심에 운동한다고 헬스장가서 줄창 티비보고...


어제 황교익이 라디오에 나와서 혼밥은 사회적 자폐라고 했다는데.

그리고 그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경우에 논외겠지만, 

저처럼 일부러 사람을 피해서 혼자 먹는 사람은 사회적 자폐가 맞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그 말 자체는 틀린 말은 아닌데.


그런데 관점을 달리보면 사회적 자폐라는게, 어쩌면 자폐인 사람이 문제일수도 있지만,

사회가 문제일 수도 있는거거든요. 또 그 둘다 아무 문제가 아닐 수도 있구요,

물론 제 경우엔... 제게 문제가 좀 있어요. 인정합니다만.


뭐 인생이란게 다 문제가 있는대로 살고 그런거 아니겠어요?

 

오늘 점심엔 오랜만에 예전 직장 동료들이랑 같이 밥을 먹었어요,

스파게티가게를 갔는데  보통 남자들은 김치찌개 이런거는 한 냄비에 여러개 수저로 먹고 그러지만.

스파게티나 이런건 각자 먹거든요.


그런데 여성분들은 이런것도 같이 나눠먹더라구요. 지나친 일반화인가?

하지만 그럴줄 알고 피자를 시켰기 때문에 잘 먹고 왔습니다.


사회적 자폐가 있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저랑 같이 밥먹자고 해주는 친구들 참 좋은 친구들이네요.


가수 이소라는 데뷔를 낯선사람들로 했는데

낯선사람들 1집에 'thanks to' 이런거 있는데  이소라가 거기에

"때 되면 영화보자고 불러내주는 친구들 고마워" 이런 비슷한 얘길 써 놨습니다.


저도 생각해보니 

밥 먹자고 불러내주는 애들 참 고마운데.

나이 많다고 돈 내라고 할땐 패버리고 싶기도하고 그렇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01456
107071 추석에 어울리는 웹툰 '며느라기' [46] Journey 2017.10.03 2410
107070 CGV 데이빗 린치 특별전 [12] 프레데맄 2017.10.03 806
107069 추석에 어울리는(?) 공명GongMyoung의 곡 하나 [2] Journey 2017.10.02 223
107068 동네에 괜찮은 제과점이 있다면 [24] Bigcat 2017.10.02 1748
107067 고양시 침몰사건의 재구성 [2] 세멜레 2017.10.02 1070
107066 영화의 이런 허무맹랑한 유머 코드 [1] 가끔영화 2017.10.02 788
107065 명불허전 유감.. [3] 라인하르트012 2017.10.01 1252
107064 내꺼면서도 대충 쓰는 버릇 가끔영화 2017.10.01 538
107063 (스압!)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치바이스 전시회 [8] 샌드맨 2017.10.01 756
107062 요즘 다녀본 고궁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좋았던 것들 [10] underground 2017.10.01 2245
107061 지금 MBC [5] 달빛처럼 2017.10.01 1560
107060 삼십대의 자화상 (넋두리) [4] 사이드웨이 2017.10.01 1289
107059 가을의 아가씨 [4] 샌드맨 2017.10.01 326
107058 (스압!) 예술의 전당 카림 라시드 전시회 후기 [9] 샌드맨 2017.10.01 1019
107057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라는 철지나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슈에 대해 [1] 휴먼명조 2017.09.30 689
107056 이런저런 일상잡담 [2] 메피스토 2017.09.30 494
107055 올해도 1/4밖에 안 남았군요 [2] 연등 2017.09.30 343
107054 사람들은 진짜 이야기를 좋아하나 봅니다. [6] Bigcat 2017.09.30 1771
107053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면 [2] Bigcat 2017.09.30 734
107052 이번 추석 연휴에는 다들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10] Bigcat 2017.09.30 121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