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피해자-가해자 전환 전략

 

터득해서 갖고 있던 개념인데 듀게에서 정확한 용어를 보고 개념이 아주 또렷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해서 남 줘야 해요.)

 

심하게 남초인 학교가 있습니다. 심지어 개교 초반에는 아예 남학생만 받기도 했어요. 이게 얼마나 황당한 일이냐면, 공대 무슨 과에 여학생이 1년에 몇 명만 입학한다고 해서 남학생만 선발한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아무튼 남학생만 선발하다가, 몇 년 뒤 여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학생 학부모들이 반발을 합니다. 여학생들이 물을 흐리고 남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한다는 거죠. . 진짜 저런 워딩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연애를 한 번 이상 한 여학생에게는 걸레, 꼬리친다, 여우같다, 이런 말들이 따라다닙니다.

 

여기까지도 기가 막히죠. 그런데 크고 작은 성폭력 사건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합니다. 소수자인 여학생들이 피해자입니다. 그런데 여학생들이 오히려 욕을 먹습니다. ? 남자들만 들어왔을 때는 생기지 않았을 문제가 생겼다고요


여자들이 역시 문제야,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어, 이래서 여자는 받으면 안 돼.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 시설을 보강하는 공사를 할 때 학교 교사들이 했던 말입니다. 당시 학교 교사들도 다 (.. 그랬습니다..) 남자였어요.

 

피해자인 여학생들은 졸지에 가해자 또는 문제의 근원이 되어 버린 거죠. 저는 이런 전환 전략을 그 뒤로도 많이 접했습니다. 용어까지 정립된 개념이었는지는 몰랐지만요.

 

2. 아동의 관점

아동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아동은 피해자입니다. 화상을 입거나 베이거나 골절을 입은 것만으로 이미 명확한 피해자입니다. 그런데 아동은 어느새 상점 주인에게 피해를 입힌 가해자가 되어 있네요. 피해자 가해자 전환이 일어난 거죠. 가해자는 아동을 방임한 보호자, 위험한 시설을 방치한 상점 주인 둘 다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아동은 피해자입니다.

 

3. 통계학의 관점

보호자와 상점 주인의 책임은 0 아니면 1, 모 아니면 도일까요? 아닙니다. (통계 아시는 분은 건너뛰셔도 됩니다.)

 

예를 들어, 아동이 성인에 비해 안전사고를 당할 확률이 1.5배라고 합시다.

같은 조건에서 성인 100명 중 2명이 안전사고를 당하고, 아동 100명 중 3명이 안전사고를 당하는 겁니다.

 

그러면 어떤 아동이 사고를 당했을 때 <아동이라서 사고><아동 아니라 누구라도 사고>의 비율은 이렇게 따질 수 있습니다.

아동이 아니었더라도 2%의 비율로 사고가 날 수 있는 것이니, 아동의 사고 위험도 3%에서 2%를 뺀 1%<아동이라서 사고>원인이 됩니다.

 

<아동이라서 사고>의 원인에 기여한 비중은 1, <아동 아니라 누구라도 사고>의 원인에 기여한 비중은 2인 것이지요. 즉 아동이 입은 피해가 9라면 그 중 3은 보호자 책임, 6는 상점 책임이 될 것입니다. 법원에서 원고 일부승소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이 기여위험도(attributable risk)라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면 비흡연자 1000명 중 1명이 폐암에 걸리고 흡연자 1000명 중 50명이 폐암에 걸린다고 쳐요. 흡연자 폐암환자 50명 중 49명은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렸으되 1명은 사실 담배 아닌 원인으로 폐암에 걸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흡연자도 1000명 중 1명은 걸리니까요. 그래서 담배회사는 죽어라고 비흡연자 일부도 폐암에 걸린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유전적 원인, 본인의 몸관리 잘못 등으로 몰아가려 합니다. 그래도 담배와 폐암의 관계는 너무나 명확해서 반론의 여지가 없기는 합니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담배를 뛰어넘는 엄청난(=끔찍한) 인과관계의 질환이 발생할 줄이야. 그게 바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입니다.

법조인들은 통계 개념을 이해하고 있어야겠습니다. 특히나 판사가 기여위험도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판결을 내린다면.. 판결이 안드로메다로 가겠죠.

 

p.s

내가 임신 중기를 넘긴 임신부였을 때는 식욕 폭발해서 한 끼에 메뉴 두 개 시켜서 조용히 잽싸게 먹고 (점심시간은 일정하니까요) 나갔거든요. 나도 식당에서 환영받는 손님이었던 시절이 있었다고요.

아이들이 학령기를 지나면 제2급성장기인 사춘기가 되고 엄청나게 많이 먹습니다.

 

그럼 내가 임신해서 많이 빨리 조용히 먹을 때는 환영하고

그 아이가 어릴 때는 출입금지시키다가

그 아이가 조금 더 커서 많이 먹을 때가 되면 다시 환영한다는 거구나.

 

.. 진짜 치사하다.

 

저라면 아이가 크고 나서도 그 식당은 다시는 안 갈 거예요. 그리고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안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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