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동적평형 8월 정모 후기

2017.08.31 19:30

디나 조회 수:760


 올 여름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8월의 시작과 함께 미칠듯한 폭염을 퍼붓더니 딱 일주일만에 귀신같이 수그러들고 월말로 가니까 급 가을이 되버리는 바람직한 여름으로요. (저는 더위에 몹시

 취약합니다ㅠㅠ) 8월 정모는 폭염이 지나가고 이제 좀 살겠구나 싶던 중순쯤에 있었는데 밍기적 거리다보니 이제서야 후기를 쓰게 되네요.... 

 

 이번달의 주제도서는 장강명의 '5년 만에 신혼여행' 이었습니다. 모임에서 유일하게 유부남이신 발제자님의 회심의 추천작이자 미혼남녀들을 위한? 결혼권장도서..... 인 것 같았던 책이었죠. 어쨌든 결혼생활에

 대한 책이니까... 결혼에 대한 막연한 제 상상을 말하자면 권태와 자잘한 갈등들의 연속??? 정도였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어릴때부터 결혼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이 없었던 것 같고요. 어쩌면 그냥

 부모님 모습 보면서 '아 별로 저렇게 살기는 싫다' 라고 자연스레 생각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저희집이 특별히 불화가 있던것도 아닌데 그냥 제 성향일수도 있구요. 


 장강명의 책은 처음 읽는데 아내인 HJ를 처음 만나 결혼하기 까지의 과정이 상당히 이채롭더군요. 2년여간의 연애후에 이별. 그리고 외국으로 떠난 여자. 남자는 어찌어찌하다 다시 여자한테 연락하고 무려 5년

 이나 롱디를 하다가 여자의 귀국과 함께 결혼. 뭐 남녀관계 별일이 다있지만 롱디를 저렇게 오래 이어가다가 결혼에 골인했다는게 참 신기했어요. 그것도 사귄 상태로 떠난게 아니라 헤어진 상태에서 지구 반대

 편으로 떠난 사람을 다시 붙잡고 그렇게 물리적으로 엄청 떨어진 상태에서 몇년을 지속한다는게 역시 될 인연이란게 따로 있나보다 싶더라구요. 


 결혼식도 신혼여행도 없이 그냥 그렇게 결혼생활을 시작해서 5년이 지나서야 신혼여행을 계획하는데 저는 막 한달 이상 어디 엄청 외진?곳을 다녀왔나보다....(그러니까 책이 나왔겠찌?) 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보라카이로의 3박5일....의 기록이었네요. 어떻게보면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신혼여행 자체보다는 중간중간 들어간 부부의 여행외의 사적인 이야기들이 훨씬 흥미로웠고 또 여행에서도 둘의 싸움이 가장 인상적

 이었습니다. 2년만에 싸웠다는것에 일단 경악했구요 ㅎㅎ 저는 남녀관계는 8할이 싸움이다...라는 극단주의자라... (그러니까 싸움만한다는게 아니라 자알 싸우는게 관계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아무튼 그 부분에

 가장 눈이 커졌는데 자알 싸우더라고요. 그러니까 같이 살겠지.....뭐 이런 생각을.... 


 다시 모임으로 돌아와서.... 이번달은 간만에 적은 인원이 모였는데 재밌게도 결혼 10년차인 한명의 유부남과 이제 막 결혼을 시작하신 유부녀 한 분이 나머지 미혼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발제자님은 장강명 작가의

 결혼생활 자체에 대해서 상당히 흥미를 느끼신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결혼식 없고 신혼여행도 없고 시댁도 안가고 아이도 없고...  정해진 규격에서 벗어나서 온전히 두 사람만을 위한 결혼이랄까요? 과거에는

 이런건 참 상상하기 힘든일이었고 작가의 선택이 상당히 용감한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그리고 언젠가 아이들이 다 크면 아내분과 다시 한번 신혼여행을 가보고 싶단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라카이는

 배우자나 애인보다는 동성친구와 가보길 권하셨...........


 아무래도 주제가 주제인지라 책에 국한된게 아니라 그냥 결혼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길 한 것 같은데 제가 그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발제자님이 말씀하신 아내분의 10년 묵은 오해 입니다. 그러니까 아내

 분은 본인과 결혼한것이 그냥 결혼할때가 되서 적당한 여자가 있어서 그냥 그렇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가지고 계시고 발제자님은 정말로 눈이 뒤집힐 정도로 푹 빠져서 결혼을 한 것인데 아내분이 믿어주질

 않는다는 것이죠. 지금까지도 그 이야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뭔가 저는 딱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남녀관계의 어떤 모순의 원형?을 본 것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죠. 상대방은 '너 이러이런

 거 아냐?' 라고 넘겨짚는데 정말 그건 절대 아닌데 죽어도 안믿고..... 저 또한 상대가 했던 어떤 말들은 끝까지 믿지 않았거든요.... 이게 남녀의 차이인지 그냥 타인은 영원히 알 수 없는 인간의 차이인지는 모르겠

 습니다만 아무튼 세상에서 제일 골치아픈 일인건 분명합니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갑자기 기운이 쭉 빠지네요. 허허. 다음달은 동적평형의 3주년이 되는 달입니다. 시간이 빠릅니다 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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