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대의 자화상 (넋두리)

2017.10.01 02:59

사이드웨이 조회 수:1382



어느덧 추석 연휴가 다가왔습니다. 다들 편안한 일주일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가족들이 있는 서울에 와서 이 글을 씁니다. 어머니가 챙겨준 밥과 과일들을 넙죽넙죽 받아먹으니 정말 극락이 따로 없네요.

 
한때는 그렇게 벗어나려 애를 쓰고, 닮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는데... 막상 따로 독립을 하니 (겉으로는 츤츤하게 굴고 있지만) 점점 더 애틋하고 짠해집니다. 이번 연휴엔 또 친척을 끔찍하게 좋아하는 아버지를 위해 결국 약 70만 원 상당의 '친지 모임' 저녁식사 예약을 했습니다. 지금 제가 이렇게 턱턱 쏘고 다닐 때가 아닌데... 뭐랄까, 벌써 한 10년 전부터, 조금은 쫓기는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지금 효도를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

 
금요일엔 친하게 지내던 대학 동기 한 놈의 결혼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와 그의 여자친구를 만나 같이 술 한 잔 했습니다. 사회를 요청받기도 했는데, 겉으로는 손사래를 쳤어도 내심 뿌듯하더군요. 녀석, 그렇게 분방하게 뛰어다니더니 중요할 때 날 찾는군...

 
아무튼 제 명함을 받고는 둘 다 '직장인들은 너의 용기가 부럽다'는 말을 반복하더군요. 친구놈은 메이저 언론사 기자, 그의 여자친구는 외국계 기업 10년차... 생활이야 엄청나게 여유가 있을 테고, 무려 서울 한복판에 집도 샀더군요. 여하간 수익의 고저를 막론하고 직장인은 사업자나 프리랜서를 부러워하고, 저 같은 사업자+프리랜서는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이 부러울 뿐입니다. 허울 좋은 '대표'란 직함으로 부러움을 사는 호시절도 이제 끝나갑니다. 
 

그저께였나, 꿈에 걸스데이 혜리와 사귀는 꿈을 꾸었습니다... (...) 키스도 했던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촉감은 그녀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서 편히 쉬던 부분이었습니다. 예전에 여자친구들을 사귈 때도 그런 자세를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꿈속에서나 정말 행복했습니다. 이제 주위 친구들이 반 이상은 장가/시집을 간 것 같기도 한데... 전 그저 다음 꿈에는 꼭 아이유가 나오길 바래 봅니다.
 

인터넷에 제가 쓴 글들이 꽤 많은데, 지난달엔 강원도의 도서관 사서분이 섭외를 해 주셔서 이번달까지 몇 번 인문학 강연을 다니고 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기업 강연 에이전시에도 이력서를 넣어봤는데, 아마 11월부터는 정기적으로 기업 강연을 나갈 것 같기도 합니다. 혹시 듀게에 기업 HR 부문 담당자님들이 계시다면... 잘 부탁드립... (쿨럭)
 

책 한 권 내지도 않고 이렇게 강연을 다니는 게 마음에 걸려서... 연휴 때는 이 주제에 대해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 같긴 한데, 얼마나 진척시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망에 오른 저자들에게 기획서 3개를 보내야 하는 일도 있고(저는 출판사를 시작했습니다), 팟캐스트 녹음도 해야 하고, 회사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도 빨리 늘려야 하고... 예전부터 가닥을 잡은 개인적인 원고도 도무지 다시 잡을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허허 망했어요 이러고 웃고 다니면서도 홀로 있을 때 부리나케 일해야 하는데, 어찌 된 게 점점 자신이 없고, 집중도 힘들고, 게을러집니다... 겁이 납니다. 불면증도 생겨서 수면유도제를 먹고 있습니다.

 
출판사를 차리고,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니고... 어찌 보면 정말 '있어보이는' 삼십대를 보내고 있지만, 들여다 보면 대출을 끼고, 매월 돌아오는 카드값과 생활비 걱정에, 이런저런 일들을 즐비하게 벌여놓곤 있지만 막상 무엇 하나를 '제대로' 이뤄놓거나, 나 자신에게 신뢰를 느낄 만한 탄탄한 경험과 전문성이 없는... 그런 위태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냥 허울 좋게만 사는 것 같다는 두려움. 오늘 인스타에서 아래 그림을 봤는데 정말 꼭 제 심정...
 


 
몇 시간 전부터 김광석 노래를 계속 틀어놓고 있는데... 저는 영화도 봤거든요. 저는 영화를 본 직후에도, 자살 타살 여부를 차치하고(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자살 타살 여부를 이런 식으로 심판한다는 게 좀 어이가 없었고), 무엇보다도 저런 여자를 선택해서 일평생을 약속하고, 사랑하고, 또 꾸역꾸역 그 결혼 생활을 이어갔던 김광석의 심정에 이입되어...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느덧 제가 이 땅에 김광석보다 더 오래 살았다니 뭔가 좀 끔찍해지기도 합니다. 운명은 누구에게나 무겁고, 기가 막히고, 에누리가 없습니다.

 
돈도 좀 벌어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고, 좋은 반려자를 만나고 싶기도 합니다. 늦었지만 대학원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습니다. 올 가을에도 축의금을 잔뜩 뿌리고 있고, 아직도 몇 개 식이 더 남았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지를지 말지 고민 중입니다. 비행기 휴대폰 게임인 SKY FORCE Reloaded 게임의 토너먼트 기간인데, 현재 한국 6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하시는 분들은 친구 맺읍시다.) 부모는 점점 더 늙어가서 마음이 안 좋고, 이제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모두 바라는 대로, 말하는 대로 연휴의 평안과 즐거움이 이루어지시길.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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