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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론화 위원회의 발표에는 꽤 놀랐습니다. 공론화 위원회의 최종 결론은 건설 중단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20% 가까운 차이로 건설재개라니…. 물론 정치적으로는 이게 매끄럽습니다. 이미 매몰 비용 들어간 신고리 5,6호기까지는 짓지만, 이후로는 탈원전 기조로 가라는 권고는 절묘한 균형이었고, (저처럼 중단 쪽으로 예상했을) 야당과 보수언론은 미리 써뒀던 원고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3개월간의 중단에 따른 비용과 시간낭비를 규탄하는 정도의 헛손질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니 아주 유쾌합니다. 

그건 그렇고 원전 자체에 대해서는 어떤가 하면, 저는 몇 가지 조건을 붙여서 원전 유지에 손을 들어주는 쪽입니다. 원전을 신뢰해서라기보다는, 신재생에너지들을 신뢰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서 이야기해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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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가 (지금으로서는) 원자력에 비해 고비용구조이긴 하지만, 그건 별 문제가 아닙니다. 기술적으로, 제도적으로 비용문제는 점점 해결되어 갈 겁니다. 기저부하, 첨두부하, 전력공급의 안정성 등은 (한국이 사실상 섬인 만큼) 더 어려운 문제지만, 탈원전 기조하에서도 앞으로도 꽤 오래 유지될 기존 발전방식들과 공존하면서 해결하면 됩니다.

그보다 제가 신재생에너지를 미심쩍어하는 대목은 환경문제입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장비와 시설을 생산, 설치, 폐기하는 전 과정의 탄소 발자국,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파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반도에 있는 4개 원전과 화력발전소의 상당부분을 대체할 만큼,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발전 설비를 설치하기에는 한반도가 너무 좁습니다. 좁은데 사람은 많아서, OECD와 G20 국가 중 가장 인구밀도가 높습니다. 한반도처럼 무언가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그만큼 땅값 비싼) 곳에서, 대지와 수면의 상당 부분을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기로 채워 넣었을 때 나타날 환경 영향이 어떨지는 좀 더 엄격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반면 원전은 따른 환경 영향이나 이산화탄소 발생 면에서 신재생에너지보다 친환경적입니다.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는' 그렇습니다. 4개 원전이 차지하는 (부지) 면적은 좁은 한반도에서도 부담 없을 수준이고, 건설이나 운영과정에서의 환경파괴나 탄소발자국도 적은 편입니다. (* '원전에서 사고가 날경우의 환경영향'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건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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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찬성론자들이 원전을 옹호하면서 원전의 발전 단가나 경제성을 강조하는 예가 많고, 신재생 에너지 추진자들도 원전의 숨은 비용을 지적하면서 신재생 에너지의 경제성 개선 추세를 주목하곤 하는 데, 저는 그런 경제논리 중심의 접근법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원전 폐로 과정의 비용, 추가적인 안전 설비비용,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은 폐로 후 수십 년 이상을 내다보면서 최대한 충분하게, 여유있게 잡아야 합니다. 설령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원전 발전 단가가 신재생 에너지보다 비싸진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방방곡곡의 산꼭대기와 바다 위에 거대한 풍력 블레이드들이 빙빙 돌아가며 반경 수 킬로에 굉음을 뿌리고, 농사짓고 집 지어도 될 만한 땅에 수명 20년짜리 태양광 패널들을 도배하느니, ‘그냥 돈 더 주고’ 원전으로 발전하는 것이 깔끔할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번 공론화 위원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보여준 소중한 결론 중 하나입니다.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원전 찬성 측이든 원전 반대 측이든, 발전 단가, 전기요금 상승, 건설 중단 시의 매몰비용 등 ‘돈 문제’를 그다지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놓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쉬운 문제’입니다. ‘역경제논리(?)’라고 해도 될 겁니다. 돈 때문에 어떤 불편이나 양보를 감수하는 대신, 돈으로 때울 수 있다면 돈으로 때우는 거죠. 원전에서 사람들을 안심시킬 만큼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면 그 돈 쓰면 됩니다. 한국 뿐 아니라 2017년 시점에서 다른 선진국들도 마찬가지입니다. 

* 원전이 싸니까 원전을 돌리자 - (X) 
* 신재생 에너지도 이제 경제적이다 - (X). 

태양광, 수력, 풍력, 조력…… 이제까지의 신재생 에너지들은 결국 환경을 파먹는 발전방식입니다. 땅을 덮고, 숲과 산을 깎고, 강을 막고, 갯벌을 훼손하고, 내수면과 해수면을 점유하고, 대기 흐름을 교란하면서 발전하는 거죠. 게다가 신재생 에너지들은 발전 방식 특성상 배터리(축전) 관련 인프라 구축도 대대적으로 되어야 하는 데, 이 또한 탄소발자국이나 폐기물 생성면에서 만만치 않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수력도 참 문제입니다. ‘치수’가 아닌 ‘발전’을 위한 댐건설만큼 환경 측면에서 터무니없는 사업이 없습니다. 한반도처럼 좁은 곳에서 댐 하나 만들 때마다 수십 제곱km의 피 같은 땅을 수몰 시키고 수천명의 실향민을 만들어가며 꼴랑 수십만kw 발전이라니… 이것도 일종의 ‘폭거’죠. 싼샤댐이나 이타이푸댐 같은 거대한 수력 발전용 댐들은 전지구 스케일의 환경파괴고요. 중국 정부, 브라질 정부 모두 언젠가 후회할 날이 올 겁니다. 

신재생에너지 추진자들도 경제성 확보에만 주력하지 말고, ‘지구환경은 유한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환경적으로 깔끔한’ 방식으로 눈을 돌릴 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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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다른 거 다 치우고) ‘핵융합’을 기대합니다. 

ITER 건설이 2020년대 안으로는 마무리될 거고, 향후 20~30년 정도면 핵융합 발전이 본궤도에 올라서 상용화 되리라 보는데, 그 시점에서는 원전이건 화력이건 신재생에너지건 비효율적이고 과도기적인 무언가(...)로 전락할 겁니다. 한국도 핵융합 분야에서는 다른 강대국들 사이에 한 자락 걸쳐 놓고 있으니 그 점은 다행이고.

그리고 그때가 되면 원전 폐기물과 각종 고위험 폐기물들은 지구 위에서 언제까지 어떻게 보관할 거냐며 폭탄돌리기 하는 대신 ‘태양으로 던져서’ 해결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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