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기생)

2017.10.24 05:17

여은성 조회 수:442


 1.오늘은 위험한 다리를 건너려고 작정한 날이었어요. 심지어는 지난 주말 교회까지 갔다왔으니까요. 하지만...막상 건너기로 했던 때가 되자 역시 쫄아버려서 건너지 못했어요.


 우리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해 궁금해하곤 해요. '그 때  그날...내가 그 길이 아니라 그 옆길로 갔다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을까?'라고 궁금해해 보지만 대부분의 경우 알 수 없죠.


 하지만 주식이나 부동산은 알 수 있어요. '그 때 내가 그 주식이나 땅을 샀으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에 대한 답이 눈앞에 있으니까요. 그리고 답을 확인해보니...어쨌든 오늘은 안 사길 잘했어요. 오늘은. 가끔은 겁쟁이인 게 도움이 되는 날도 있나봐요.



 2.한번도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어요. 가져본 적도 없고요. 그러니까 아파트에 대해 아는 게 없는 거죠. 아파트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나는 아파트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어요. 무언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관점으로 공포를 자아내는 법이니까요.


 일단 아파트는 땅을 사는 게 아니잖아요? 주거 용도로 사든 투자 용도로 사든 땅까지 소유하는 개념이 아니라 해당 공간만 소유하는 개념이란 말이죠. 이런 건 내 관점에서는 '실제적'이지가 않아요. 뭘 사든 땅을 끼고 사면 땅이라는 '실제적'인 자산이 들어오니까요. 그야 아파트는 땅을 끼고 사는 부동산에 비해서는 싼편이겠죠. 하지만 내 관점에서는 '해당 공간'이라는 실제적이지 않은 개념의 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싸게 느껴져요.  


 뉴욕이나 런던처럼 계속해서 자본과 고급인력이 유입되는 곳이라면 아파트를 사도 괜찮겠죠. 내 아파트 가격을 유지해 줄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계속 몰려올거니까요. 하지만 여긴 뉴욕이 아니잖아요. 자본과 고급인력의 유입이 계속될 곳은 아닌 것 같아요 여긴.



 3.어딘가 새로운 동네를 갈 때마다 닥터스트레인지의 마지막 대사를 떠올려요.


 '이제야 문제가 뭔지 알겠어. 이 세상엔 아파트가 너무 많아.'


 ...라는 대사 말이죠. 어 아닌가? 아파트가 아니라 마법사였나? 하여간요. 어쨌든 우리나라엔 아파트가 너무 많단 말이예요. 서울 안쪽이든 신도시든 어디서든 미칠 듯한 기세로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어요. 저 아파트는 다 누가 사는 거죠? 혹시 잊어버렸을 수도 있겠지만 이 나라에선 아이가 별로 태어나지 않고 있잖아요. 아파트가 중산층의 상징인 나라에서 이민자들이 저런 아파트를 살 리는 없고, 노인이 이제 와서 아파트를 살 일도 별로 없죠. 


 노인 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부동산을 '떠넘기면서' 유지되는 게 부동산 값인데 비싼 값에 형성되어 있는 부동산을 사줄 젊은이가 없잖아요. 문자 그대로 젊은이가 점점 없기도 하고 그런 돈을 가진 젊은이도 그렇게 많지 않아요. 너무 오버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나라에서 아파트를 산다는 건 돈을 주고 폭탄을 사는 것처럼 느껴져요. 아무리 주거 목적이라고 해도 가격이 떨어지거나 사람이 빠져나가는 건 기분이 나쁘니까요. 물론 이런 걱정거리가 현실화 되는 건 20년 후의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나는 걱정 오타쿠라서 말이죠.



 4.휴.



 5.사실 이건 아파트만의 문제는 아니예요. 인구절벽이 별 거 아닐 거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구절벽은 실제로 눈앞에 와 있잖아요. 상가 건물이든 뭐든 내수에 의해 떠받쳐지는 모든 게 무너져내릴거라는 걱정 때문에 늘 마음이 우울해요. 


 왜냐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각종 지표를 핑계삼아 호황을 구가하는 투자시장은 사회의 기생충이라고 말이죠. 물론 나도 기생충이고요. 아니 뭐 기생충이 좋거나 나쁘다는 게 아니라, 사회가 꺾여지기 시작하면 나 같은 기생충이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단 말이예요. 왜냐면 옳은 결정의 폭이 좁아질 거고 그러면 옳은 결정의 폭을 맞추는 난이도도 점점 올라가니까요.


 뭐 일단은 배터리에 투자할 거예요. 리튬이 고갈되어가는 중이니까 빌어먹을 뉴타입 2차전지를 개발하는 곳에 투자해야겠죠. 그런데 그 페이즈가 지나가면 그 다음엔 뭘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돈을 돈으로 가지고 있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돈은 매순간 열화되어가니까요. 이렇게 계속 걱정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정확히는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니라 자살하지 않고 있는 거지만요. 



 6.휴...뭐 그래요. 살아갈 용기도 죽을 용기도 없는 녀석은 그렇거든요. '오늘은 도저히 못 하겠어. 내일은 꼭 죽어야지. 부탁해, 내일의 나.'라고 중얼거리며 잠들지만 다음 날이 오면 또 못 죽어요. 그래서 나는 알게 됐죠. 오늘 자살하지 못하는 녀석은 영원히 자살하지 못할 녀석이라는 걸요. 그렇게 죽을 용기를 내지 못하면 제대로 살지도 제대로 죽지도 못한 채로 또 하루를 때우며 살아가는 거죠. 사회에 기생하면서요. 


 어떤 날은 열심히 사는 녀석들을 비웃고, 어떤 날은 열심히 사는 녀석들을 부러워하면서요.



 7.이 글을 읽은 누군가는 이러겠죠. '그냥 기생충을 그만두면 되지 않아? 그러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데.'라고요. 하지만 안 그만둘 거예요. 그만둘 수 있는 시기가 끝나버렸어요.




 ------------------------------------------

 



 글을 쓰다가 나가서 산책 한 번 했는데 다음엔 패딩을 입고 나가야겠네요. 그나저나 심심하네요 정말. 단톡방 만들면 오실 분 있나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04855
108868 저도 영화를 찾습니다. 몇년전에도 질문 올렸었는데 그땐 찾기 실패 다시 올려봅니다. [20] dora 2018.05.09 1399
108867 김국진 강수지 결혼 축하합니다 [2] 가끔영화 2018.05.09 1064
108866 같은 해에 동일 소재의 영화가 개봉한 경우 [40] 자두맛사탕 2018.05.09 1796
108865 신록의 아가씨 [2] 샌드맨 2018.05.08 484
108864 퍼펙트 스톰 (2000) 다시 보기 (거의 첫 줄부터 강력 스포 있어요) [4] 양자고양이 2018.05.08 1363
108863 그가 한국에도 왔군요 [7] 연등 2018.05.08 2010
108862 노인 돌봄이 서비스들 믿을만 한가요? [1] 뻐드렁니 2018.05.08 853
108861 '맞춰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11] 按分 2018.05.08 1464
108860 안철수 vs 홍준표, 승자는 안철수? [5] MELM 2018.05.08 1211
108859 [어버이날의 듀그모] 빌런(악당) (발제자: 밤하늘) [1] rusender 2018.05.08 1257
108858 Ermanno Olmi 1931-2018 R.I.P. 조성용 2018.05.08 277
108857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8] 칼리토 2018.05.08 2425
108856 인천 초등학생 살인범들 [2] usetheself 2018.05.08 1644
108855 요즘 최고의 작품성을 갖춘 예능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7] 프레데리크 2018.05.08 2651
108854 [주간커피, 5월 1주] 해방촌 업사이드, 성수 180커피로스터스 [10] beirut 2018.05.07 1584
108853 영화 좀 찾아주시겠어요? [4] dianb 2018.05.07 900
108852 5월의 꽃 사진과 동물 사진 [11] 샌드맨 2018.05.07 702
108851 어벤저스 3편을 보고 (스포) [5] skelington 2018.05.07 1351
108850 이런저런 대화...(핀잔, 측면) [1] 여은성 2018.05.07 711
108849 (초!초!초!스압!) 아트토이컬쳐 2018 후기 [8] 샌드맨 2018.05.07 108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