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에 있을 때는 개 트라우마가 있었어요.

물려본 적은 없는데 언제나 큰 소리로 짖고 달려드는 위협하는 개들의 행동때문에요.

제가 어렸을 때는 반려동물로 기르는 개보다는 집 지키라고 마당에 묶어놓고 기르는 개들이 많아서 지금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죠.  

그런데 시드니로 이사오고 나서 개 공포증을 극복했습니다.

워낙 개들을 많이 기르고 길이나 공원에서 천지로 돌아다니는 개들을 마주하다보니 공포증을 극복하지 않으면 제가 다니는 게 불편하거든요. 

또 막상 겪어보니 큰 개들도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고 공격적이지도 않아요. 심지어  사람을 향해 짖는 개도 단 한 번도 못 봤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맞은 편에서 큰 개가 마구 달려와도 편안하게 제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이 동네도 목줄 무지하게 풀어놓고들 다닙니다. 물론 법규는 반드시 목줄을 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 '통제 가능해야 한다'는 조항때문에 성인이라도 네 마리 이상의 개를 한꺼번에 산책시켜서는 안된다...고 정해놓았지만

개 산책 시키는 대행업자들이 여섯마리 이상도 데리고 다니는 걸 봤습니다.


공원에서 개들이 바람처럼 달리면서 뛰어노는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목줄 풀어놓고들 다녀도 사람을 위협하거나 공격하는 개는 아직 못 봤습니다.

물론 개 주인들도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이런 소리 안하죠.

일단 개가 사람을 위협이라도 해야 그런 말을 할텐데 그런 상황 자체가 안 생기니..

대체 차이점이 뭘까요? 


이번 사고가 생기기 이전부터 한국 인터넷에서 '제발 목줄 좀 하고 다닙시다. 우리 애는 안물어요 이딴 소리 하지 마시고요. 당신 개는 당신만 안 물어요.' 라는 얘기를 무쟈게 많이 봤습니다. 뉴스에도 계속 개한테 물려 응급실 간 기사, 자기가 기르던 개한테 물려 죽은 사람들 얘기가 계속 올라왔죠. 그런 걸 보면 단순히 이걸 교통사고와 비교해서 적은 건수라고 치부할 건 아니라고 봐요. 일단 애견 인구가 엄청 늘었다는 거고 개를 기르는 사람은 많은데 그에 비해 인프라와 제도 확충은 안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교통사고도 사고 발생이 잦으면 대책 마련을 합니다.)


하지만 공원이나 길에서 사람을 향해 위협적으로 짖거나 공격하지는 않아도

여기도 개들이 사람을 물어죽입니다.

1-2년에 한 번 정도 그런 뉴스를 듣습니다. 실제로는 더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모두가 뉴스가 되지는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죠.

주로 사망사고는 이웃집 큰 개가 아기들을 물어서 죽이는 경우입니다. 어떻게 펜스를 뚫고 탈출해서, 주인이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나죠.

산책나온 개가 목줄 풀어줬더니 사람을 물었다..이런 경우는 아직 못 들어봤고요.

어쨌든 개들은 뭅니다. 개 좋아하는 사람들은 충성심을 높이 사는데 어쩌면 그것 때문에 타인을 향해서는 공격성을 발현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동전의 양면처럼요. 그런 경우 희생자는 약하고 작은 아이들인 경우가 많고요. '우리 애는 안물어요'라고 절대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개를 기르는 게 아니다보니 정확한 법령은 몰랐고 사람을 무는 개는 안락사 시킨다는 것 정도만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법규를 좀 찾아봤더니

개의 행동에 대한 주인의 책임은 상당히 엄격한 편이네요.


일단 목줄 안하고 통제 안하는 상황에 대해 벌금은 120만원에서 1200만원 사이로 규정되어 있고요.

개가 사람을 상해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과실치사가 적용되며 징역 10년이하

그리고 사람을 상해한 개는 구청에서 데려가서 안락사 시킬 수 있는데 이 때 그 비용은 개 주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줄을 풀어놓고 마음껏 산책을 시킬 수 있는 건 그냥 배짱인가요?

대형견을 기르는 회사 동료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그건 훈련의 문제'라고 얘기합니다.

사회성도 기르고 사람을 대하는 교육 (낯선 사람 포함) 을 해야 하는데 그런 교육도 안 하고 목줄없이 밖에 내놓는 건 위험 천만하다고요. 

자기는 대형견이라서 밖에 나갈 때 목줄하고 입마개도 꼭 하고 나간다는데 본 적이 없으니 모르겠고

개를 기르는데 최소한의 교육과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 합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서구 사회가 동물복지도 잘 되어 있고 사람들도 동물의 행동에 대해 무척 관대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본인 책임하의 동물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굉장히 엄격하게 집행합니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 밤마다 미친듯이 짖어서 온 동네 잠 못자게 하는 개가 있었는데 (본 적은 없고 소리만 들었습니다.) 워낙 여러 날 지속되니까 누가 신고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랬더니 경찰인지 구청 동물관리 담당자인지가 와서 입마개를 씌워놓고 갔는데 밤에 사람들이 자는 시간에는 절대 풀어놓으면 안된다고 며칠을 그렇게 지냈던 모양입니다. 신고한 사람이 오히려 측은해서 죄책감을 느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자기 개를 사랑한다면, 그래서 고생 안시키고 싶으면 정말로 주의깊게 관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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