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루프물이야 어차피 사랑의 블랙홀의 변주이지요

그런데 슬래셔의 장르 규칙이랑 섞이니까 새로운 규칙들이 생기면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터져나오더라는 말이죠.

자기들이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또 게임의 규칙이 무엇인지 잘 파악한 똑똑한 창작자들이

루프물과 슬래셔의 규칙을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 모습이 상상됐어요. 자기들끼리 얼마나 낄낄대면서 만들었을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왜 이 지점에 주인공은 저런 바보같은 행동을 하는가'가 없어서 그것도 오랜만에 좋았습니다.

이 시점에 이 고난에 주인공을 쑤셔넣기 위해 절대 이성적으로 말이 안되는 바보같은 짓을 잔뜩 저지르게 하는 영화가 참 많은데

(몇번 삽질은 했지만) 똑똑하고 실행력 甲인 주인공이 거침없이 이야기를 결말로 끌고가는 게 요새말로 엄청 '사이다' 였어요.

벡델 테스트 쯤이야 가볍게 통과하고 캐릭터들도 생생하고 낭비하는 일 없이 꼼꼼하게 잘 써먹고 있고요. 


마지막 반전은 호불호가 좀 갈리는 거 같던데 저는 그럭저럭 좋았습니다. 하지만 더 좋은 뭔가가 나올 수도 있었을 거 같다는 생각은 자꾸 들더군요.

어쨌든 '착한 사람 되기 / 자신의 삶 소중히 여기기'에서 적당히 훈훈하게 끝나버리면 '사랑의 블랙홀'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간 거잖아요.

성취야 어쨌든 간에 그 다음으로 더 갔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거기서 끝날 거면 '사랑의 블랙홀' 보면 되니까.


썸남께서는 코미디인가 싶다가 무서웠다가 갑자기 또 코미디였다가 훈훈했다가 했는데 그게 안 어색하고 자연스럽고 재밌었다고 하시던데 저도 동의합니다.

원래 좋은 공포 영화는 거의 대부분 좋은 코미디 영화이기도 하니까요, 또. (이 영화를 공포영화라고 할 순 없겠지만)

장르가 이것저것 섞이는데 그게 잡탕같은 느낌이 안 들고 플롯의 흐름 따라서 참 자연스럽고 교활하게 바뀌더란 말이죠.

아무튼 재미있었습니다. 뒷맛이 깔끔하고 유쾌한 게 데이트할 떄 보면 좋을 거 같아요.



+ 주인공이 참 브리트니 스피어스 닮은 거 같지 않아요? 길쭉길쭉 8등신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느낌.


++ 작중에서도 '사랑의 블랙홀' 농담이 나오지요. 이게 농담만도 아닌 게, 썸남께서도 '사랑의 블랙홀' 모르시더란 말입니다.

'고스트 버스터즈'는 작년에 나온 그 재미없는 영화라고... 세대차이가 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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