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7 19:02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이름부터가 복잡한 게 좀 골치 아픈 영화를 만들 것 같은데
예상 외로 아주 웃기고 재미있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네요.
좋아하게 되는 영화에도 첫 장면부터 마음에 드는 영화가 있고 어느 정도 본 후에 마음에 드는 영화가 있는데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1989)>는 첫 장면을 보자마자 반했어요.
이런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개성 넘치는 구두라니... 이 시베리아 밴드가 순식간에 미국 음악에 적응해서 만들어 내는
노래들도 저는 다 참 재미있고 마음에 들더군요. 영화 시작하고 한 30분 동안은 계속 웃은 듯...
예전에 본 성냥공장 소녀(The Match Factory Girl, 1990)는 블랙코미디여서 웃기면서도 조용하고 비극적인 느낌이었는데
<성냥공장 소녀>도 흥미진진하게 봤지만 같은 감독이 이렇게 다른 분위기의 웃기는 영화를 만들 줄은 몰랐어요.
이 감독 영화는 상영 시간도 짧아서 <레닌그라드...>는 엔드 크레딧 빼면 1시간 10분 정도, 성냥공장 소녀는 1시간 정도예요.
날씨도 흐리고 추워서 꼼짝하기 싫은 오늘 같은 날 이런 영화를 보고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보고나니 이 감독의 영화를 다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예전에 찾아놨다 외장하드에 묻혀있던 영화들도
꺼내놓고 없는 영화들은 여기저기서 찾아보고 있어요.
과거가 없는 남자 (The Man without a Past, 2002), 나는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했다(I Hired a Contract Killer, 1990),
보헤미안의 삶(La vie de Boheme, 1992), 르 아브르(Le Havre, 2011), 아리엘(Ariel,1988), 천국의 그림자(Shadows in Paradise, 1986)
등이 있네요. 오징어 노동조합(Calamari Union, 1985)과 햄릿, 장사를 떠나다(Hamlet Goes Business, 1987),
어둠은 걷히고(Drifting Clouds, 1996)도 재밌을 것 같아 찾아놨어요.
혹시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를 보신 적이 있는 분은 어떤 게 재밌었는지 추천해 주시면 그것부터 볼게요. ^^
2017.11.17 19:11
2017.11.17 19:21
안 그래도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는 걸 좀 전에 발견하고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 하고 있었어요. 번역 제목이 <희망의 건너편>이군요. 이 영화도 코미디에 속하네요.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를 보면서 이 감독은 코미디의 웃기는 타이밍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생각이 들던데 노년에 만든 코미디는 또 어떨지 궁금하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11.17 19:35
2017.11.17 19:47
밴드가 총 9명이었던 것 같은데 (많아서 다 못 셈 ^^) 촬영 한 번 할 때마다 헤어스프레이 값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영화 메이크업 및 헤어팀에 특별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017.11.17 21:49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영화의 시작 부분을 가장 잘 만드는 감독 중의 한 명일 것 같아요.
처음부터 관객을 확 집중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네요.
좀 전에 <과거가 없는 남자>를 다 보고 <르 아브르>보기 시작했어요.
<과거가...>는 좀 심각하고 스릴 넘치게 시작하는데 점점 진행되면서 감독이 코미디 본능,
음악 본능을 못 이기고 결국 웃겨주시고 마는군요.
이 감독의 영화는 이상하게 제 취향이네요. 유머 감각도, 음악도, 스토리의 단순함까지.
보는 데 힘도 하나도 안 들고 두 편 연달아 봤는데도 피곤하지도 않고 술술 편하게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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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아브르>를 10분쯤 보다가 이 감독이 더 젊었을 때 만든 영화가 더 재밌을 것 같은 생각에
<나는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했다>를 봤는데 이 영화는 대놓고 웃기는 건 아니지만 묘하게
비현실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에 은근히 웃기는 게 있어서 재미있게 봤어요.
음악은 역시나 멋지고 촬영도 멋지고...
2017.11.18 11:56
2017.11.18 13:04
저도 성냥공장 소녀의 복수극 재미있게 봤어요. ^^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영화가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 중에서 가장 조용하고 어두운 쪽에
속하지 않나 싶네요.
<보헤미안의 삶>은 찾긴 찾았는데 화일 용량이 8기가여서 아무래도 유튜브에서 영어자막으로
봐야할 것 같아요. https://youtu.be/E4uiEvOun40
2017.11.19 18:54
어둠은 걷히고, 아리엘, 르 아브르를 봤는데 이 순서대로 재미있었어요.
르 아브르는 등장인물들이 다 너무 착하고 동화 같아서 제 취향은 아니네요.
지금까지 봤던 영화들의 순위를 매겨보면 1순위 그룹은 레닌그라드, 과거가 없는,
성냥공장, 어둠은 걷히고 (앞의 2개는 웃기고 뒤의 2개는 좀 어두워요),
2순위 그룹은 살인청부, 아리엘, 3순위가 르 아브르에요.
이 감독 영화는 머리도 안 아프고 참 쉽게 볼 수 있네요.
상영시간도 1시간 10분에서 1시간 30분 사이라서 금방 보고요.
2017.11.21 13:22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가 나오니 반가워서 댓글써봅니다. 소장하던 모든 VHS 테잎을 버렸는데, 이 영화는 차마 테잎을 버리지 못했어요.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의 속편인,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모세를 만나다. http://www.imdb.com/title/tt0107384/ 도 있습니다.
1편보다는 영 못하지만, 그래도 캐릭터들을 다시 만나는것만으로도 반가워서 챙겨 봤었습니다.
2017.11.21 21:38
<레닌그라드...>를 재미있게 보셨다니 저도 반가워요. ^^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영화 대부분을 한글자막 영상으로 찾아놨는데 이상하게 <...모세>는 없더라고요.
인터넷에서 떠다니는 영상은 있긴 한데 자막이 없어서...
이 감독이 영화 속에서 만들어 내는 세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저는 참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