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밴쿠버를 다녀와서

2017.12.04 15:26

초마짬뽕 조회 수:1291

밴쿠버 다녀와서 계속 공부하면서 일자리 찾다가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서 글을 썼어요.

일자리는 커녕 면접까지도 가지 못하는 사태들이 계속 발생해서 집에서 계속 이력서 손질하고 공부하다가 머리가 너무 무거워 져서 그냥 손가락 가는 대로 글 썼어요.

어쩌면 매일은 아닐지 몰라도 또 글을 계속 쓰는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밴쿠버의 시간은 SJ와 나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두 달 동안 건강을 챙길 수 있었고, SJ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북미 지역에서 어학연수를 해보고 싶었던 SJ의 소원이 풀리는 순간이었으며, 다른 삶의 궤적들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

SJ는 처음에 끊임없이 궁금해했었다. 왜 여기 사는 사람들의 얼굴은 이렇게 편안해 보이냐고. 시차적응이 덜 된 나는 글쎄 일찍 퇴근하니까 그렇지 않을까로 대답했었다. 두 달의 기간 동안 SJ가 느낀 건 분명 한국 사람들과 다른 삶의 가치들을 가지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두 달 동안 찰떡같이 붙어다니던 우리는 다녀와서도 계속 찰떡같이 붙어있다. 둘 다 백수이니….

SJ는 더 이상 회사에 다니고 싶어하지 않는다. 본인만의 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거 같은 눈치이다. 지금 열심히 알아보고 있는 걸 보니 어쩌면 회사 생활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좋은 인생의 기회를 맞이한 것일 수도 있고. 단지 이 열정이 조금 더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일뿐. 컴퓨터를 그렇게 싫어하는 SJ가 사업계획서까지 쓰는 걸 보면 정말 사업을 하기는 할 모양이다. 나로서는 딱히 도와줄 일은 없고 이것저것 체크포인트만 같이 만들고 확인하면 될뿐


결국은 내가 문제다. 2월까지 어쩌면 나는 계속 무직 상태로 있어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그 이상도. 내년에 전세 계약이 끝나면서 다시 한 번 은행에 대출을 받아야 할 수 있는 상황이 올텐데 그 때까지는 직장이 있었으면 하지만 잘 모르겠다. 생각보다 나이의 벽이 있는 듯 하다. 그것도 아니라면 내 실력이 잡마켓을 맞춰주지 못하는 만큼 매력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니. 직장 생활에서 크게 출세해서 임원을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해본 적은 없다. 큰 회사에서 임원까지 갈려면 실력 뿐만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을 조율하고 팀을 이끌 리더쉽까지 있어야 하는데 실력도 간당간당한데 저런게 나에게 있을리 없다. 그래서 잘 나가겠다 라고 생각해본적도 없고 언젠가는 나가서 나만의 뭔가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 2년 정도만 회사 생활을 더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년 정도 회사생활 하면 더 이상의 미련은 없을테니.


10년 전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와서 유학 준비하던 시절 보다는 확실히 낫기는 하다. 그 때는 경력도 없고 어려서 유학 못 가면 어떡하나 생각에 잠도 잘 못 이루고 했는데 지금은 잠은 잘 잔다. 너무 잘 자서 탈인건지 아니면 퇴직금이 조금 그 때보다 많아서 나은 건지, 마지막으로 것도 아니면 지금은 SJ가 내 옆에 있어서 그런건지. 예전에 했던 기획이라는 일에서 지금은 더 공부를 하고 싶어서 데이터 분석 쪽을 공부하고 있지만 과연 이 쪽으로 커리어 전환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아마 내 나이쯤 되는 사람에게 조직이 원하는 건 관리라는 능력이나 여튼 어디 가서 사바사바를 해서라도 뭔가 얻어오고 그래야 하는 걸 더 원할테니. 


밴쿠버에 있을 때만 해도 뭐라도 하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건 밴쿠버의 공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한국의 공기를 맡으니 나도 모르게 불안에 쌓이면서 ‘아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점점 커지는 걸 누르고 있다. 내가 너무 경솔했나. 그렇지는 않다. 어떻게든 핑계를 대서 뛰쳐나왔을 것이다. 회사가 내 인생의 옳고 그름을 정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돈은 어쩌면 내 생활의 질을 결정지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결론은 3~5년차 직장인 분들이 부럽다. 그 분들은 요즘 잡마켓에 많은 기회를 가진 것 같다. 나이 있는 직장인들은 정말 나오면 할 게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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