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문화

2017.12.05 12:22

겨자 조회 수:5721

1. 사팍님이 알려주신 세번째 링크를 보니까 허핑턴 포스트에서 강간 문화를 이렇게 규정했네요. "강간이 만연한 환경,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환경"


2. 제가 윗 세대 선배 한 분은 강간 당해서 결혼했습니다. 강간한 사람과 강간 당한 사람은 선을 봐서 만났고, 두번째 만났는데 납치해서 강간했어요. 아랫도리가 만신창이가 되어서 집에 돌아왔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였고 여자는 명예가 중요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강간 사실이 알려지면 여자는 직업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집안의 망신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선을 봐서 만났는데 마음이 없다면 왜 두 번을 만났느냐 라고 이야기들 할 거라고 생각했죠. 알리 오웹스의 허핑턴 포스트 기고에서 “대체 왜 밤에 그 동네에서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던 거야?” 라고 사람들의 의아해하는 것처럼, "그 여자는 왜 두 번이나 그런 남자를 만난 거야?"라고 말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죠. 그 사람은 그래서 강간한 남자와 결혼합니다. 아이를 셋 낳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강간당했다는 소리를 하지 않다가, 그 남편이 사망하고 한참 지난 다음에 비로소 그 이야기를 해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좌중의 사람들은 아무도 경악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둘은 결혼했고, 아이를 셋 낳았고, 따라서 그 성폭력은 결혼으로 인해 '규범' 안에 들어왔기 때문이죠. 과부 보쌈이 성폭력이지만 결혼 이라는 사회의 '규범' 안에 들어와서 규범화 된 것처럼 말이예요.


저는 이런 사례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어요. 제가 막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저의 동료 한 명은 고등학교 때 자기가 여고생 한 명을 윤간했던 것을 술자리에서 아주 자세하게 말했어요. 그리고 또 다른 동료 한 명은, 술집이 있는데, 그 술집 주인이 늘 자기에게 맘에 드는 여자를 데리고 오라고, 돼지 흥분제를 음료에 넣어주겠다고 한다고 말했어요. 전자는 자기가 공부만 잘 할 뿐 아니라 놀기도 잘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말했고, 후자는 자기가 남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인기 있는가를 강조하기 위해 말한 것 같더군요. 이렇게 여자를 성폭행하는 걸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홍준표 의원의 자서전에서 잘 드러나요. 이에 대해서 이은솔씨는 "홍준표 '돼지흥분제' 논란...이건 끔찍한 '강간 문화'다"라는 기사를 씁니다.


그런데 말이예요. 2017년, 그러니까 올해 8월 3일에 중앙일보에 이런 기사가 나요. 2014년에, 26세 남자가 초등학교 6학년 만 12세인 김양을 미성년자 의제 강간했다고 말이예요.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13살이 안된 아동과 성관계 한 사람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어도 강간죄가 적용된다고 해요. 피임조차 안했는지, 만 13세도 안된 여자아이가 임신을 했는데, 이 29세 남자 최씨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아요. 왜냐하면 2015년 여름에 김양이 딸을 낳아서, 최씨가 아버지가 되었기 때문이죠. 원래 국내 민법에 따르면 18세가 안된 미성년자는 부모 동의가 있어도 혼인할 수 없다는데, 이 경우에는 같이 아이를 키우면서 동거를 해요. 만 12세에 강간을 당하고, 13세에 출산하고, 만 15세가 될 때까지, 딸아이가 만 두 살이 될 때까지 모진 시집살이를 겪죠. 이 시집살이로 인해서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자 비로소 학교 교사가 신고하여 조사를 시작해요. 기사 읽어보면 검찰은 "이미 애를 낳아 키우면서 부부처럼 사는 상황을 감안해" " 나중에 결혼할 것을 서약한 점,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 등을 기소유예 배경으로 설명했다고 해요. 미성년자 강간조차 완전한 결혼도 아닌, 사실혼이라는 규범안에 들어오면 처벌받지 않는 사회라는 거죠. 이것이 2015년 한국 사회입니다.


2004년에는 경남 밀양에서 밀양 지역 남자 고교생 44명이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을 성폭행합니다. 기사에서 특히 놀라운 점은 강지원 변호사의 이 코멘트예요. "경찰은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해자의 고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당시 경찰은 오히려 피해자를 윽박지르고, 마치 ‘사고 친 아이’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골치 아픈 일이 벌어졌다는 것으로 생각했다. 심지어는 가해자들의 가족에게 욕설도 듣게 했다." 이것이 바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용인하는 환경이라는 것이죠.


3. 문화는 물고기가 헤엄치는 물과도 같아서, 그 안에 잠겨 있을 때는 있는지 잘 몰라요. 따라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의 눈으로 보면 한 문화의 특성이 잘 드러나기도 하죠. NZ Herald에 따르면, 2015년 9월에 호주 여성 에어드리 매트너는 한국에서 강간당해요. 이 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60 미닛 리포터 알리슨 랭던이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말하는 순간이예요.


"There's a culture of victim-blaming, if you go out and drink or dance. "They have this culture where they don't take sex crime seriously. When the victim and perpetrator are not South Korean, police care even less." Western women are even known as "white whores" in some circles, added Langdon. 여자가 나가서 술마시고 춤을 추면, 피해자를 탓하는 문화가 있어요. 그들 (한국인들)은 성범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가 있어요.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국인이 아니면 경찰들은 더 신경을 안써요. 랭던은 "서양 여성들은 어떤 그룹에선 "백인 창녀"라고 취급됩니다"고 덧붙였다.


한국 문화란 단어가 나온 사건은 2013년에 또 있었어요.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방미기간에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았어요. 2013년 5월 11일 윤창중씨는 서울 하림각에서 기자회견 중에 이렇게 말을 합니다. “돌이켜보건대 미국 문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는 생각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배국남 기자는 이렇게 써요. "윤창중씨의 해명은 미국 교포 인턴의 성희롱 및 성추행 사건이 한국은 여자에게 성희롱 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이고 미국은 문화가 아니었기에 즉 문화적 차이에서 빚어진 오해일 뿐이라는 황당한 궤변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럼 이쯤에서 한 블로그 포스팅을 한 번 보도록 하죠. "사람들은 격분하면서 한국은 인턴사원 엉덩이를 만져도 되는 나라는 말이냐고 비판했지만, 나의 의견은 좀 다르다. 물론 법적으로 미국과 한국은 모두 성추행이 용인되는 사회는 아니다. 다만 실질적으로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여자들이 경찰에 고발할 수 없는 사회정서가 있는 게 한국이다. 설혹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경찰부터가 무슨 그런 사소한 일로 신고를 하느냐 라는 태도를 보이면서, 여성의 행실을 문제 삼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특히 상사의 성추행의 경우 대부분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서 여자 스스로 조심해야한다는 의식이 강한 나라이다. 그러니 황** 말이 틀린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짓을 당해도 여자가 눈물을 삼키며 침묵하는 게 당연하며 오히려 현명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사회고, 미국은 여자의 신고를 용기있는 행위로 받아주는 사회이다. 미국에서는 설혹 호텔방까지 같이 갔더라도, 침대에서 여자가  No를 했음에도 성행위를 강행하면 성폭행이라 인정해주는 나라이다". 이런 걸 보면 사실은 한국인들도 알고 있는 거예요. 한국의 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문화라는 걸 말이에요.


4. 고려대학교 이야기를 해보죠.


2009년 노컷뉴스는 고려대 문과대 A교수가 술에 취한 제자를 인근 여관으로 끌고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었다고 보도합니다. 사건 발생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징계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네요.


2012년 11월 1일 프레시안은 고려대 교수 H아무개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합니다. 조선일보 기사는 여기에.


2013년 8월 1일 시사인은 고려대 경영대 A교수가 몰카를 촬영했다고 해서 검찰 수사를 받았다고 보도합니다


2014년 11월 21일 한겨레는 고려대 교수 이아무개 (공대)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합니다. 이 교수는 사표를 제출했다고 해요. (제가 알기로 해고되면 연금 날아갑니다. 사표 내면 안 그럴 거예요) 주간조선 기사는 여기 있네요.


- 교내 양성평등센터에 신고하면서 어떻게 기대했습니까.
“양성평등센터에서 조사해 교수를 처벌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을 버릴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 서울대는 사표수리 방침을 철회하고 성추행혐의자 강석진 교수를 조사받게 했고, 결국 구속기소가 됐는데요.
“그래도 서울대는 서울대라고 생각했어요. 서울대는 자존심이라도 있구나 하고. 그런데 고려대는 어린 여학생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거 같아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2/21/2014122100706.html

2017년 4월 21일, SBS는 고려대 교수 문아무개의 성폭행 사건을 보도합니다. 검찰이 이 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고 수사를 중단해놓아서 피해자가 아주 괴로웠다고 기사는 전합니다.


"10분 정도 지각을 했는데. 워낙에 이 학과 자체에 군대 문화가 있었다. 이렇게 피해자는 얘기하고 있거든요. 평소에도 이 교수가 조교를 때린다거나, 발로 찬다거나, 욕설을 퍼붓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있었던 데다가. 이 날도 하필이면 10분을 늦어서 하루 종일 교수에게 혼이 났던 일이 있고. 그런데 교수가 퇴근 후에 갑자기 전화해서 지금 회식을 하고 있으니까 빨리 나와라. 이런 연락을 받았던 상황이었어요.

이런 분위기 때문에 회식을 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래서 가면서 미리 숙취해소제까지 사서 먹고서는, 그 영수증도 증거로 제출이 됐습니다만. 숙취해소제까지 먹고 갔지만 이 날 따라 술을 굉장히 많이 돌린다고 하죠, 계속 강권하는 교수 때문에 굉장히 만취하게 됐고.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떠보니 교수의 연구실이었던 거죠. 몸이 너무 아파서 눈을 떴는데 교수가 본인을 성폭행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겁니다." - 출처 SBS

2017년 6월 28일에 JTBC는 고려대 교수 정아무개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합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한겨레 21의 보도는 아주 자세해요.


정 교수는 술 마실 때면 종종 이씨를 술자리로 불러냈고, 이후 자신의 집으로 운전까지 시켰다.

술잔이 돌고 있었다. 정 교수, 정 교수의 또 다른 제자 고동식(가명)씨, 고려대에서 강의하던 단국대 조아무개 교수가 함께 있었다. 처음부터 정 교수의 말이 거칠었다. “이미혜는 남자였어야 해. (중략) 전 조교는 총각 교수(나)한테 오는 애가 밤에 일 시키려고 부르면 옷을 이상하게 입고 향수도 뿌리고 왔다. 걘 너무 여자로 어필해서 문제였는데 얘 (이씨)는 함부로 건드렸다간 검찰에 끌려갈 것 같아.” 정 교수의 이야기를 듣던 조 교수가 갑자기 욕을 했다. “개쌍년, 개씨팔년.” 쌍욕이 열댓 번 이어졌다. 이씨의 항의에도 조 교수는 희롱을 멈추지 않았다. “예쁘니 술을 받아라.” “술 못하면 교수가 못 된다.” 정 교수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 교수의 성희롱에 동조했다. “너희 교수(정 교수)가 결혼도 안 한 총각이니 가끔 만져주고 그래.” 조 교수의 말에 갑자기 정 교수가 이씨의 왼쪽 팔목을 덥석 잡더니 자기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어딜 만져달라 그럴까, 여기 만질까? 여기?” 이씨는 팔목에 힘을 줘 정 교수의 몸을 건들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술집 여자가 된 것처럼” 강한 수치심이 치밀었다."


"학교는 이미혜씨를 보호해주지 않았다. 양성평등센터는 물론 학과 교수들은 정 교수와 그를 분리시켜주지 않았다. 이씨를 제자로 삼겠다는 다른 교수도 있었지만 “교수 사이 화합이 깨진다” “형사사건이 끝나고 결정하자”며 학과 차원에서 ‘지도교수 변경’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


5. 조직은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언제든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성추행이나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 만으로 조직의 문화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이릅니다. 하지만, 일단 일어난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가, 그것에서 조직의 문화를 가늠할 수 있죠.


고려대에 강간 문화가 존재할까? 하고 사팍님이 생각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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