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분위기에 맞지 않아 올릴까 말까 고민되었지만, 지금 체면 따질 상황이 아니라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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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까운 지인이 백혈병입니다. 2차 항암으로 일단 고비는 넘겼지만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아야 살아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백혈병 환자를 위한 기증은 골수이식, 그러니까 전신마취하고 엉덩이뼈에서 골수를 뽑아내는 수술을 받아야만 가능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기술이 많이 발달해서 이제는 그 방식으로 거의 하지 않고, 95%는 헌혈식으로 기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잘못된 편견으로 기증자의 가족이 격렬히 반대해서 기증이 철회되는 (환자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기사화가 된 적도 이미 있어요.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366405&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sbs 기사의 사례 두 개를 옮겨봅니다.


# 사례 1 


  ‘백혈병에 걸린 5살 꼬마에게 골수를 기증하겠단 사람이 나타났다. 꼬마는 골수이식 전 처치에 들어갔다. 몸에다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식으로 고용량 항암제를 투약해 문제가 있는 골수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의 골수세포를 모두 죽여 놨는데 기증을 약속했던 사람이 기증의사를 철회한 것이다. 아이의 아빠 엄마는 거의 미쳐버렸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꼬마는 결국 죽었다.’ 


-강주성 /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 中- 


# 사례 2 


  인터뷰는 건조했다. 

(기자) : “원망스럽지 않습니까? 무섭진 않은가요?” 

(환자) : “원망은 안 합니다. 무섭고 그런 거는 잘 모르겠습니다.”


초췌한 환자는 자신보다 옆에 선 부인을 걱정하는 듯 했다. 56세인 정두성씨는 지난해 초 골수이형성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골수에서 혈액세포를 제대로 생성하지 못하는 병이다. 백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 과거에는 전 단계 백혈병으로 불렸다.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지 못하면 완치율은 0에 가깝다.

하지만 정 씨는 운이 좋았다. 조혈모 기증센터에 기증을 약속한 등록자 중 정씨와 유전자가 일치해 기증이 가능한 사람이 13명이나 됐다. 한 사람만 기증해준다면 완치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데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다. 13명 전원이 기증을 거부했다는 소식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이제 살겠구나, 희망을 제가 정말 많이 가졌는데..” 정 씨 부인이 펑펑 울었다. 



....

기증 희망자 중 일치 환자가 나타나서 연락을 했을 경우, 기증의사를 철회하는 경우가 절반이나 된답니다. 이 기증 변심 비율이 전세계 중 한국이 가장 높대요. 그 대부분은 가족들의 격렬한 반대.... 기증 절차를 위해 기증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부모가 나타나 머리채를 끌고 나간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헌혈 방식으로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데, 어이없는 반대 때문에 중단되니 속이 탑니다.  사진 찍으면 영혼이 달아난다거나 하는 미신과 다를 바 없는 편견이에요. 이 같은 가족의 반대로 기증이 취소되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배우 김지수씨, 최강희씨, 개그맨 정명훈씨도 이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셨어요. 세 분 다 기증 후에도 건강하게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죠. 김지수씨는 "이렇게 고통 없이 혈액 채취만으로 가능한 조혈모세포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기증"이라고 밝히셨고, 조혈모세포 기증 홍보대사까지 되셨습니다. 정명훈씨는 기증 후에 운동으로 소위 '몸짱'도 되셨고요. 


부탁드립니다. 


1) 만18세~39세의 건강한 분이라면 

되도록 빨리 헌혈의 집에 가서 기증 서약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제 지인과 유전형이 일치할 확률은 2만분의 1이지만, 그래도 다른 백혈병 환자라도 살릴 가능성 역시 높아지니까요. 기증할 마음이 없는데도 괜히 서약부터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기증 등록에도 17만원의 예산이 쓰이고 예산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기증을 꼭 하고 싶은 누군가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2) 당신의 가족이 기증하겠다고 한다면

지지해주세요. 제발 반대하지 말아 주세요. 기증자의 몸에 남는 영향은 없는 반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3) 당신의 직원이 기증한다고 한다면

기증 절차를 위한 휴가를 쓰도록 허락해 주세요. 좋은 일에 참여하는 것이니 이왕이면 유급 휴가를 주세요.


4) 이미 기증 서약을 한 분이라면

연락처가 바뀌었으면 서약한 기관에 연락해 수정하세요. 연락처가 끊겨 기증자와 닿지 않는 사례도 많다고 합니다. 이식 직전에 기증을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사례 1의 5세 환자와 같은 상황이 생깁니다. 처음의 소중한 마음을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5) 작가님이시거나 대중에게 강연을 하는 분이시라면 

<일단 헌혈의 집에 가서 3ml 채혈하면 기증 서약을 할 수 있고, 일치하는 환자가 나와서 진짜 기증하게 되더라도 성분헌혈과 같은 방식으로 해서 2주 후면 기증자의 혈액은 원상복귀됩니다. 기증자에게는 부담이 덜 하지만 환자는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언급해주셨으면 해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기증 변심이 없어질 것입니다.


혈액암 환자 상당수가 젊은 사람들이라 지켜보기 더 안타깝네요. 제 지인도 이대로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입니다.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고, 조혈모세포 이식만 받아서 완치되면 원래대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만일 안 된다면.. 사망하겠지요. 


이건 매우 부수적인 거지만.. 기증자에게는 극진한 예우를 한다고 합니다. 1인실이나 특실에 입원하게 되고.. 담당 코디네이터가 일정을 전부 세심하게 조율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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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을 위해 기증할 사람이 많을까 걱정도 되었는데, 듀게 회원분도 기꺼이 참여해주셨더라고요. 그 분의 마음에 힘입어 게시판에도 올려 봅니다.


절취선 안의 부분은 복사해서 널리 퍼뜨려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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