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냥 자해가 아니었어요. 작년 내내 죽을 생각만 했죠. 전 지금은 제가 그냥 우울증이 아니라

경계선 인격 장애가 아닌가 생각해봐요. (이건 별도의 이야기입니다만,,,,, 이렇게 생각하든 진단을 받든

치료하긴 불가능하죠. 의사한테 들은 얘기로도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바로도 인격장애쪽은 치유불가능이니까요.)


작년 5월부터 죽을 생각뿐이었어요. 아주 근본적으로 "인생은 끝없는 고통일 뿐. 살아있는 한 계속 고통은 끝나지 않아.

어떤 위치에 가든, 성공이란걸 한들 내 고통은 끝나지 않아"라는 깨달음 아닌 깨달음이 오면서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만이 나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생각이었죠.


정신과약은 잘 때만 도움이 되는 진통제지 절대 치료제가 아니에요. 이거 먹고 도움받았다는 분 중에

장기간 치료에서 효과봤다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은 정말 부럽지만 전 아니에요. 4년 이상 복용하고 점점 우울증은 깊어졌어요.


백화점에서 잘드는 칼을 사고, 보드카를 사고(아쉽게도 80도짜리 술은 없었어요. 국내 보드카는 대부분 40도니까

데낄라란 별 차이없는 센 소주 정도 밖에 안되더군요. 정신과약중에 가장 센 약들은 일부러 빼놓고 안먹을 떄도 있었는데

처음부터 모으자 했던 건 아니지만 70알이 넘게 있었어요. 벤조디아제팜 계열이죠.


그 약 70알과 술만 마셔도 어떤 사람들은 잘하면(?) 죽을거에요. 아니면 적어도 병원에 가서 위세척이라도 하겠죠.

저는 그 약들과 술을 모두 마시고 먹고, 욕조에 들어가서 물을 가득 채운 다음에 칼로 목, 팔, 허벅지 안쪽을 최대한

깊이 찔렀어요. 사실 팔은 정말 어리석었어요. 손목도 아니고 팔꿈치를 택한건 주사로 피를 뽑는게 주로 거기였기 때문인데

그건 잔뜩 졸라매야 하잖아요.


팔보다는 목을 깊게 찌르는게 가장 확실한거였는데 유감스럽게도 너무 취해서 더워지니까 목을 물에 계속 담그는게

갑갑한게 통증보다 훨씬 힘들더군요. 술을 마시면 열이 더나고. 거기있던 헤어드라이기를 욕조에 던져넣는거는 못했네요.

-근데 헤어드라이기 물에 던져서 감전사한 사람은 왜 없을까요? 생각해보면 굉장히 쉬운 방법인데 이렇게 죽었단

 사람이 없는거 보니 잘 안되는 듯-


목은 가장 피부가 얇은 층에서 동맥을 찌를 수 있는 부위고 허벅지도 과도출혈로 죽기에 알맞은 부위라서 위험하다 하더군요.


결과는,,,,,, 너무 덥고 피가 쏟아져서 욕조를 가득 채우기를 기대했는데 그냥 혼탁한 정도라서 너무 실망했고

약간 어지럽다고 생각하면서 나와서 몸을 닦고 침대에서 잤어요.


자고 났더니 약간 어지러울 뿐, 놀랍게도 한 알만 잘못 먹어도 심장이 뛰는 그 약이 술이랑 그렇게 많이 한꺼번에 털어넣었는데도

별 이상이 없더군요. 전 체크 아웃하고 아침에 집으로 멀쩡히 돌아왔어요. 의식불명이 되지도, 병원에 가지도 않았죠.


아, 병원에는 상처 봉합하러 갔어요. 다행히 목에는 흉터가 가볍게 남았고-거울을 보면서 그렇게 찔러넣었건만-

허벅지는 누가 보지 않잖아요. 왜 멍청하게 팔을 찔렀는지만 후회스러워요.


그리고 참 자살은 어렵구나라는걸 다시 느꼈죠. 작년에 내가 들은 자살소식만 세 명이었어요. 내 나이 비슷한 사람들이고

다들 그렇게 가더군요. 나만큼 절실했을까 싶은데.


사실은 지금도 자살하고 싶은데 자살에 성공하는게 어려워서 안하는거에요.

자살의 여러가지 가능성들을 꼼꼼히 수도 없이 생각해봤어요. 어설프게 하면 불구자가 되고 개망신만 당할거라는걸 아니까요.


내 나름 치밀했던 시도였는데 불행히도, 그 때 내가 죽을 수 있는 가능성은 술에 취해 어딘가 부딛혀서 완전히 뇌출혈로

사망하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는 씁쓸한 코미디같다고 할까요. 머리에 혹만 났거든요. 어딘가에 부딛혔나봐요.


자살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한 오늘입니다.

자살하면 이 숨막히는 하루하루에서 영원히 모두와 작별할 수 있다는 것, 노새의 등에 얻힌 짐같은 책임감과

돈벌이의 필요에서 벗어난다는 것만으로 날아갈거 같아요.


구토가 날 것같은 동료와 상사를 안봐도 되겠죠. 이 모두가 사실 돈의 노예처럼 묶인 몸이기 때문이에요.


전 아무 일도 하기 싫어요. 아무도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고, 더이상 보고 즐길 것도 누릴 것도 없어요.

충분히 많은 사랑하는 것들이 있었고, 나는 충분히 사랑했고, 즐겼고, 느꼈고 40년 이상을 살았는데 왜 더 살면서

고통을 연장해야 하는지 나자신한테는 이해가 안되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9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5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00
121520 에피소드 #10 [4] Lunagazer 2022.11.11 108
121519 프레임드 #245 [4] Lunagazer 2022.11.11 115
121518 감기의 장점 [5] catgotmy 2022.11.11 253
121517 윤석열 정부, 10.29 참사에 경찰과 소방서 압수수색 외... [16] Sonny 2022.11.11 922
121516 MBC 언론통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이콧하는 언론은 두군데밖에 없네요 [3] 으랏차 2022.11.11 756
121515 와칸다 포에버 를 보고<스포유 [2] 라인하르트012 2022.11.11 508
121514 뉴공도 이제 끝나는 군요.. [2] 라인하르트012 2022.11.11 670
121513 [스크린 채널] 폭력의 씨앗, 밤의 문이 열린다 underground 2022.11.10 273
121512 만화 아일랜드 드라마판 티저예고편 [1] 예상수 2022.11.10 340
121511 엔니오 모리꼬네 생일/terrore dello spazio [1] daviddain 2022.11.10 197
121510 프레임드 #244 [2] Lunagazer 2022.11.10 122
121509 10.29 참사 도대체 왜 그랬을까 [1] 도야지 2022.11.10 419
121508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2015) [2] catgotmy 2022.11.10 284
121507 [왓챠바낭] 알고 보니 내가 인간 병기! 영화계의 듣보 조상, '시한폭탄'을 봤어요 [6] 로이배티 2022.11.10 420
121506 티빙 몸값 재미있군요. (스포) [1] dodo 2022.11.10 457
121505 바낭 - 듀게 밖에서 해야할 일들(또 안해도 될 일) [4] 예상수 2022.11.10 371
121504 문재인도 윤석열과 얽히는 게 진짜 짜증나나 봅니다 [8] Sonny 2022.11.10 1143
121503 대통령실, MBC에 “순방 때 전용기 탑승 불허” 통보... [17] 으랏차 2022.11.10 955
121502 1972년생, 50이 되다 [12] Kaffesaurus 2022.11.10 785
121501 요즘 좋아죽는 드라마속 인물2 [2] singlefacer 2022.11.09 43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