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치 (searching)

2018.09.03 07:07

겨자 조회 수:1482

미국은 지금이 노동절 주말이라서, 짧은 여행을 가지 않는다면 극장에서 간단히 휴일을 즐기는 시간입니다. 이번주에는 존 조가 나온 Searching을 보았는데요. 워낙 영화 보기에 적합한 주일인 만큼 'Searching' 영화관의 객석이 거의 다 차 있더군요. 한국인 주연에 한국인 배우들이 대거 나와서 흥행이 잘 안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의 질이 어느 정도 충분히 확보된 데다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서, 흥행은 괜찮게 풀려나갈 것 같아요. 


아시안 관객들은 꽤 만족할 것 같아요. 'Crazy Rich Asians'과는 달리 아시안들이 모범적으로 나와요. 데이비드 킴(주인공, 존 조 분)는 모범적인 아버지, 사랑받는 남편, 테크놀로지에 능한 실리콘밸리의 직장인이죠. 피터 킴 (삼촌, 조셉 리 분)은 몸을 잘 만든 키큰 아시안이구요. 파멜라 킴 (어머니, 사라 손 분)은 헌신적인 미모의 어머니, 딸 마고 (미쉘 라)는 피아노 잘치고 주변을 돌보려는 착한 딸로 나오죠. 


영화는 실종된 딸을 추적하면서 아무런 문제도 없는 모범생 딸의 실제 흔적은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었음을 먼저 보여줍니다. 텀블러, 유캐스트,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지메일, 야후메일 등을 오가면서 극장에 온 부모들에게 SNS세계를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가이드라인 역할도 합니다. 그리고 딸의 친구라고 믿었던 급우들이 사실은 친구가 아니었음을, 인기인인 줄 알았던 딸이 사실은 혼자 점심을 먹는 외로운 아시안 소녀였음을 보여주죠. 부모들의 공포를 하나하나 펼쳐서 보여줘요. 강간? 납치? 성추행? 낯선 사람과의 채팅? 마약 거래? 매장 살해? 


영화 초반부에 데이비드 킴은 자기가 딸에 대해서 모른다는 걸 알고, 죽은 아내의 컴퓨터 계정에 들어갑니다. 아내는 딸의 급우들 연락처만 모아놓은 게 아니었어요. 급우들이 무슨 알러지가 있는지, 이혼가정인지 아닌지, 딸과 무슨 감정적 교류를 갖고 있는지도 연락처에 정리해놓았죠. 사실상 아내는 딸과 남편의 통로이면서 또한 딸과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이기도 했던 거죠. 도대체 무슨 여자가 저렇게 완벽하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코드들이 숨어 있어요. 데이비드 킴의 스카이프에 '엄마'라고 등록된 마고의 할머니가 매일 한 번씩은 전화를 해준다는 것. 그리고 피터 킴과 데이비드 킴이 자기의 부모들을 'Eomma, Appa'라고 칭한다든지, '김치' 검보 레시피를 만든 재미교포 파멜라 킴이라든지. 매일 '엄마와' 피아노 연습을 하는 마고라든지. 중간에 뉴스 나올 때 보면 "한국전에 참전한 용사가 ..."하면서 자막이 흘러가요. 


컴퓨터 스크린을 영화관 스크린으로 옮겨놓는다는 건 무리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영화관 스크린은 크고 컴퓨터 스크린은 작으니까요. 하지만 후반부 들어가면서 컴퓨터 스크린을 나눠가며 정보를 보여주는데, 그럴 때는 브라우저를 나눠 붙여보여주면 영화관 스크린도 충분히 채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반지의 제왕'이나 '아바타'처럼 스케일이 크고 보기에 황홀한 장면을 압도적으로 쏟아부어서 영화체험을 재발명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이것도 묘하게 영화체험을 재발명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익숙한 인터페이스들을 펼쳐보이면서 설명을 안합니다.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영화 언어랄까 비주얼 언어랄까, 컴퓨터 인터페이스로 사건을 보여주거든요.  


https://www.wired.com/story/searching-movie-process/

https://www.indiewire.com/2018/08/timur-bekmambetov-screenlife-interview-searching-unfriended-1201989768/

https://www.imdb.com/title/tt7668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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