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인공성)

2018.09.03 14:02

안유미 조회 수:769


 1.어느날 한 직원이 한숨을 쉬며 말했어요. 요즘 걱정이 너무 많다고요. 그래서 대답해 줬어요. '뭐, 열심히 돈을 벌라고.'라고요. 그러자 직원은 왜 뜬금없이 돈 얘기를 꺼내냐며, 자신의 걱정은 그런 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어요. 매우 귀찮았지만 다시 입을 열어 일단 눈을 감아보라고 말했어요. 눈을 감은 직원에게, 지금 겪고 있는 걱정들을 전부 다 생각해 보라고 했어요.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눈을 뜨라고 말해 그녀는 눈을 떴어요. 그리고 물어봤어요.


 '지금 네가 떠올린 것들 중에 돈으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하나라도 있어?'


 라고요. 직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어? 진짜 그러네. 전부 다 돈문제였네.'라고 대답했어요.


 늘 쓰듯이...뭐 그래요. 사람들은 말을 이리저리 꼰단 말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주제는 결국 돈으로 치환된단 말이예요. 사람들이 하는 말은 결국은 돈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것들이란 말이죠.



 2.이건 어쩔 수 없어요. 이유는 두 가지죠. 사람들이 단순한 게 아니라 돈이 그만큼 폭넓은 교환가치이기 때문이죠. 폭넓고, 직관적이고, 매우 용이하게 치환이 가능한 교환가치 말이죠.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의 특이성이기도 하죠. 생각해 보면 꽤나 선진국인 한국...그 중에서도 첨단의 극치를 달리는 서울이라는 도시...그 서울 중에서도 노른자 부위에 해당하는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는 뭘 얘기해 봤자 돈얘기란 말이예요. 왜냐면 첨단을 달릴수록 야만성은 사라지고 인공성만이 남으니까요. 야만의 세계에서 필요한 사회성이 있고 인공의 세계에서 필요한 사회성이 있겠죠. 한데 인공의 세계에서는 돈만 많으면 사회성조차 필요가 없거든요. 돈으로 다 되니까요.


 물론 이건 극단적인 말이고, 돈이 많은 녀석이 사회성까지 갖추고 있으면 사람들에게 칭찬, 칭송을 받아요. 이건 꽤나 이상한 일이예요. 사회성은 사회인의 기본이잖아요? 갖추지 못하면 욕먹거나 제재를 각오해야 하는 것...그게 사회성인 거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돈이 많은 사람들은 최소한의 사회성과 공감 능력만 사람들에게 보여줘도 칭찬을 받는단 말이예요. 정말 개념있는 분이라면서 말이죠. 그걸 관찰하고 있으면 존나 웃겨요.



 3.누군가는 이러겠죠. '돈으로 다 된다는 말을 감히 이곳에서 하다니? 이 신성한 듀게에서?! 건방짐이 또다시 레벨업했구나!'고요. 하하, 그야 그런 해결 방법이 좋다는 뜻으로 말한 건 아니예요. 그런 세상이 그렇다는 거죠. 베테랑에서도 이런 대사가 나오잖아요?


 '야 니들이 생각해봐도 뭔가 이상하지 않냐? 그냥 미안하다고 했음 될일을 지금 여기까지 끌고와 버렸잖아.'


 라는 말이요. 적당한 매너와 말, 태도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꼭 돈으로 해결하겠다고 악을 쓰는 건 스마트하지 못한 일이예요. 왜냐면 그런 것들을 돈으로 치환시켜서 해결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비용은 엄청나게 불어나거든요.



 4.휴.



 5.왜냐면 돈이란 건 위에 썼듯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거니까요. 사막에서 혼자 있다면 돈은 필요가 없죠.


 이건 내 분석...이라기보다 관찰이지만, 이 사회에서 돈의 용도는 3가지거든요. 다른 사람이 가진 물건과 교환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가진 노동력과 교환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가진 존엄성과 교환하기 위해 있는 거예요. 


 한데 첫번째나 두번째의 경우에도 그래요. 돈이 아니라 돈과 매너를 갖추면 더 적은 돈으로도 다른 사람이 가진 물건이나 노동력을 살 수 있죠. 한데 세번째...이건 문제예요. '내가 돈으로 남의 존엄성까지 사 버리겠다.'라고 마음먹는 순간 비용은 미친듯이 올라가거든요. 사람들에게 돈은 필요하지만, 모두가 본인에겐 본인이 인생의 주인공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잠깐 미쳐버릴 가치가 있는'금액이 아니면 사람들은 존엄성은 돈에 잘 팔지 않아요. 그 가격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돈이면 잠깐동안만 미쳤다가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오자.'라고 다른 사람을 마음먹게 만드는 금액은 언제나...꽤나 비싼 법이죠.


 

 6.하기야 그러니까 존엄성이 매매가 잘 안 되는 거긴 해요. 왜냐면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존엄성은 존나 비싸겠지만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다른 사람의 존엄성은 그 정도 지불할 가치는 없거든요. 서로가 생각하는 가격이...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만큼 가까운 거리가 절대 아니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존엄성이 매매되는 사례는 다른 종류의 거래보다 현격히 적죠.


 이러면 누군가는 이러겠죠. '세상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야. 직장에서는 사람들이 매순간 자신의 존엄성을 팔고 있다고. 월급 몇백만원에.'라고요. 얼마간은 맞는 소리긴 한데 내가 말한 건 다른 뜻이예요. 왜냐면 조직에서는 물 온도를 천천히 올리듯이 이런 거 하나, 저런 거 하나...직장에서, 회식 자리에서, 단톡방에서...아주 조금씩 사람을 물러나게 만들잖아요. 그러다가 물 온도가 어느날 100도가 되는 거고 외부인들이 보기엔 '왜 저러나'싶을 정도로 이상한, 일그러진 문화가 형성되어 버리는 거죠.


 내가 위에 말한 존엄성을 산다는 건 100도까지 이미 올려놓은 물을 눈앞에 들이대고 '얼마 주면 여기 뛰어들래?'라고 딜을 한다는 뜻이죠. 한데 말이죠, 고작 푼돈 줘가면서 물 온도를 조금씩 올리다가 100도까지 올려버리는 놈들보다는 100도의 물을 눈앞에 들이대는 놈이 정직한 거예요. 오히려 조직이나 기업이 훨씬 비열한 거죠. 제값에 존엄성을 사려고 하지 않고 싼값에 존엄성을 사려는 놈들이니까요. 노동력만 살 수 있는 돈을 주면서 그걸로 존엄성마저 사버리려는 놈들...정말 비열한 놈들이예요.



 7.비유가 조금 이상하게 된 것 같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거예요. 누군가를 사려고 할 때는 그가 뛰어들 물의 온도가 정확히 몇 도까지 올라갈 지 미리 알려주는 게 공정한 거라는 거죠. 말하자면 이런 거예요.


 '이봐, 네가 뛰어들기로 한 이 물은 아주 뜨거워질 수도 있어. 그리고 너에게 나는 nnnnnnnn까지만 지불할 거야. 그 가격에 그 온도를 견딜 가치가 있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보고 결정해. 네 인생을 중요하게 생각해줄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한명...너밖에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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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인공의 세계가 야만의 세계보다는 나을지도 모르죠. 야만의 세계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존엄성이 자기 것조차도 아니었으니까요. 적어도 존엄성을 팔 기회라도 있는 인공의 세계가 비교적 나을지도요. 왜냐면 인간은 자신의 것만을 팔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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