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요즘 '남자로 사는 건 힘들어...'라는 일기를 많이 썼는데 어쩔 수 없죠. 그건 남자가 2등 시민이기 때문이예요. 여성성은 귀속 지위라서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 없거든요. 심지어는 출산을 안 해도 말이예요. 사회의 존속에 기여한 바가 있든 없든 여성은 사회의 존속에 반드시 필요한 자산인거죠.


 하지만 남성성은 성취 지위이기 때문에 일정 이상의 지위와 생산성을 증명하기 전에는 남자 취급을 못 받는다...가 내가 요즘 늘 하는 소리죠. 이것 자체는 문제없어요. 원시 시대부터 현대까지 늘 그래 왔으니까요. 한데 이제 슬슬 문제인게, 인간의 성능은 그대로고 세상은 너무 발전해버렸다는 거죠.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톱니바퀴가 되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는 거예요.


 옛날에는 근력이나 성실성만 갖췄어도 그런 남자가 쓰여질 수 있는 곳이 제법 많았었죠. 옛날에는 기본적인 노동으로도 어떻게든 돈을 벌 수 있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데 긴 교육 기간이 필요하고 첨예한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단 말이예요. 여성은 2천년 전에도 지금도 기술로는 대체할 수 없는, 출산이라는 기능을 갖추고 있죠. 출산이라는 기능은 다른 여자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영역이고요. 게다가 본인의 선택으로 출산의 시기를 늦추는 것도 출산을 안하는 것도 자유죠. 


 

 2.출산이라는 기능(가능성)을 갖추고 있고, 그 가능성을 수행할지 안 할지 사회와 딜을 할 수 있는 건 좋은 옵션이죠. 출산을 안 해도 사회에 기여하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사회가 충분한 여건을 제공해 주지 않아서 출산을 안하겠다고 하면 아무도 문제삼지 못하니까요. 


 아니면 '나는 인간으로 사는 걸 택하겠어. 사회가 존속하는 데 쓰여지는 도구가 아니라.'라고 당당히 말해도 되고요. 여자가 그런 말을 하면 다들 멋지다고 환호해 주잖아요? '와 이 언니 멋져!'라고요.



 3.하지만 남성은 같은 사회 내의 경쟁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신세예요. 그리고 이제는 인간이 아니라 기계와 경쟁해야 할 판이죠. 기계를 쓰는 것보다 가성비가 나은 남자가 되거나 기계를 쓰는 것보다 아웃풋이 나은 남자가 되어야 돈을 받는 일에 고용될 수 있어요. 


 아직은 AI와의 경쟁이 완전히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좀더 미래엔 글쎄요. 남자는 cheap one이 되거나 special one이 되는 길밖에 없을걸요. 아니 뭐 거기까지도 괜찮아요. 남성들의 경쟁력을 지켜 주자고 30년마다 러다이트 운동을 벌일 수는 없잖아요. 더 값싸고 일은 더 잘하는 기계는 속속 등장하게 되겠죠.


 한데 문제는 이거예요. 남자는 '좋은 일자리는 못 구하겠고 힘든 일자리는 하기 싫어. 돈 많은 여친을 사귀어서 재정적인 도움을 받으며 살 수 없을까.'라고 말하면 욕먹거든요. 니 주제를 알라고 말이죠. 남자에게 다른 옵션이란 건 없단 말이예요. 어떻게든 생산성을 발휘해야만 사회에서 인간 대접을 받을 수 있단 말이죠.



 4.휴



 5.여기까지 읽었다면 '한남이 또 징징거리는구나'라고 빈정댈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예요. 그냥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고 중얼거리고 싶었어요. 사실 오늘 쓰려던 말은 이거예요. 저 위의 예를 완전히 반대로 생각해보면? 자원이 충분한 상황이라면 말이예요. 남자는 어떻게든 번뇌에서 벗어날 수도 있지만 여자는 번뇌의 나선에서 내려오기 힘들다는 거요. 


 전에 이런 말을 썼었죠. '남자는 돈만 많으면 100% 미친놈이 될 수 있지만 여자는 아니다. 여자는 돈만 많은 걸로 100% 미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여자에겐 돈 말고도 뭔가가 더 있어야 한다.'라고요. 요즘 느끼는 건데 이건 정말 맞는 말이예요. 사실 별 생각없이 한 소리였는데 지나고 보니 내가 한 말 치고는 명언이더라고요.



 6.왜냐면 남자는 권력을 가지면 가질수록 태생적인 것들...성별, 신체조건, 성격 같은 요소를 몽땅 버리면서 나아갈 수 있거든요. 아니 사실, 권력 같은 거창한 말까지 안 써도 그래요. 어차피 권력이라고 일컬어지는 건 군중들의 합의에 의해 대여된 힘이니까...공인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라면 구매력 정도겠죠. 


 얼마간의 구매력은 남자를 나아진 사람으로 바꿔주지만 엄청난 구매력은 그 남자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주거든요. 완전 그냥...완전 다른 놈으로 말이죠. 왜냐면 남자의 구매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그 남자의 구매력에만 집중하게 되지 그 남자의 다른 요소를 신경쓰지 않게 돼요. 구매력이 너무 커져서 아무도 그 남자의 다른 요소를 신경쓰지 않게 되는 단계로 간다면 그 남자 본인도 자신의 다른 요소를 신경쓰던 속박에서 벗어나게 되는 거고요.


 살다보니 남자가 여자와 다른 점은, 구매력으로 매력을 커버할 수 있다는 점 같아요. 남자는 매력이 모자라거나 아예 없다고 해도 그걸 커버할 구매력이 부족한가 아닌가의 문제일 뿐이죠. 당신이 남자라면, 매력이 1점에 구매력이 99점이라고 해도 당신은 100점의 남자일 수 있는 거죠. 



 7.하지만 여자는 구매력으로 매력을 완전히는 커버할 수가 없단 말이죠. 모자란 매력을 벌충할 수는 있겠지만 아예 없는 매력을 구매력으로 꽉꽉 눌러 담아서 100점의 여자가 될 수가 없어요. '본인의 매력'이 아주 약간은 있어야 해요. 그러지 못하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이 100점짜리 여자라고 자신하며 살 수 없는 거죠. 


 뭐랄까, 여자의 경우에 그건 커피를 완성시키는 것과 같은 거예요. 커피를 완성시키려면 아메리카노를 만들든 라떼를 만들든 에스프레스로 그냥 마시든, 어쨌든 원액은 있어야 하잖아요? 원액이 없다면 우유가 아무리 많아봐야 그건 우유지 라떼가 아니니까요. 원액이 없다면 최고로 좋은 커피머신을 가지고 있어도 커피를 만들 수 없고요.


 위에는 남자가 힘들다고 썼는데, 그 이유는 남자의 행복이 가진 자원의 양에 좌우되기 때문이예요. 남자는 사실 돈만 있으면 완전히 행복해질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여자는 남자보다는 복잡하죠. 여자는 아무리 자원이 많아도 자신의 베이스가 되는 원액이랄까...그런 게 있어야만 행복한 여자가 될 수 있는 거 같아요. 외출해야 하니 이건 뭐 나중에 써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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