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어른이 된다는 것

2019.03.17 20:06

흙파먹어요 조회 수:1158

아빠 환갑 때였을 거에요.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빠가 말 했습니다.
- 난 말이야. 실은 지금도 내가 그냥 열 일곱 같아.

세월이라는 거울만 없었다면
아빠는 열 일곱에는 당연히 열 일곱이었고,
엄마 손을 잡고 버진 로드를 걸었을 때도,
자기랑 똑같이 생긴 작은 인간이 세상에 나왔을 때도,
그 놈이 결혼을 하겠다며 여자를 데리고 왔을 때도,
그 놈이 이별하자 빗자루로 등짝을 때렸을 때도
아빠는 쭉 열 일곱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도, 그냥 제가 열 일곱 같습니다.
침대에 엎드려 이어폰으로 전람회의 노래를 들으며
귤을 쌓아놓고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읽고 있으면
엄마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공부 좀 하라고 발로 걷어찰 것 같아요.

그렇게 아빠나, 저나 모두 여전히 열 일곱만 같은데
어른이 되어야 한다니 어른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어른이 되는 준비만 하다 덜컥 늙어버린 것 같아요.
열 일곱에 열 일곱을 더한 숫자보다 더 나이를 먹었음에도
여전히 제대로 어른이 될 준비는 되어있지 않은데.

종종, 자기 자신을 어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봅니다.
어른이 하는 말은 들어.
어른들에게는 너희가 모르는 지혜가 있다.
어른들이 틀린 말 하는 것 봤니?
그 사람들은 정말로 어른일까요?
스무살에는 스무살을 살았고, 서른에는 서른을 살아
모두들 정말 어른이 되어있는 걸까요?

정말로 어른이 되었다면 그 비법을 배우고 싶어요.
저기요, 전 아직 열 일곱이거든요?
어른이 되는 법 좀 알려 주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3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8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48
121532 밀정 (2016) catgotmy 2022.11.12 235
121531 기억이란 건 참 재미있네요/마리안의 허상 daviddain 2022.11.12 378
121530 폭스레인저 30주년이라고 합니다 [3] 돌도끼 2022.11.12 252
121529 [넷플릭스바낭] 뜻밖의 기대 이상!! '워리어 넌' 시즌 2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2.11.12 549
121528 바낭 - 붕어빵에 빠져있는 요즘 [7] 예상수 2022.11.12 388
121527 [슈퍼 뻘글] 도넛이 제철이었는데... [16] 2022.11.12 580
121526 뭐 심어놓은걸까요 [2] 가끔영화 2022.11.12 188
121525 <피스톨>보다가 [4] daviddain 2022.11.11 200
121524 수퍼 레트로 튠 - 굿나잇 투나잇 [2] theforce 2022.11.11 149
121523 배우의 죽음 이후 영화들의 운명, 그리고 블랙 팬서 [3] 모르나가 2022.11.11 581
121522 비상선의 여자 (1933) catgotmy 2022.11.11 153
121521 [왓챠바낭] 불란서산 탑골 성장 무비 '귀여운 반항아'를 봤어요 [6] 로이배티 2022.11.11 453
121520 에피소드 #10 [4] Lunagazer 2022.11.11 108
121519 프레임드 #245 [4] Lunagazer 2022.11.11 115
121518 감기의 장점 [5] catgotmy 2022.11.11 253
121517 윤석열 정부, 10.29 참사에 경찰과 소방서 압수수색 외... [16] Sonny 2022.11.11 922
121516 MBC 언론통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이콧하는 언론은 두군데밖에 없네요 [3] 으랏차 2022.11.11 756
121515 와칸다 포에버 를 보고<스포유 [2] 라인하르트012 2022.11.11 508
121514 뉴공도 이제 끝나는 군요.. [2] 라인하르트012 2022.11.11 670
121513 [스크린 채널] 폭력의 씨앗, 밤의 문이 열린다 underground 2022.11.10 27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