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질: 안녕하세요, 여러분

지옥에서 온 정모 후기(!)의 길잡이 역할을 맡고 있는 버질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그 분에서 따왔습니다.

독서모임 동적평형의 3월 정기 모임에서는 테리 프래챗과 닐 게이먼의 <멋진 징조들(Good Omens)>를 읽었습니다. 나름 이 시대 가장 성공한? 공동 집필 소설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저와 함께 이야기를 들려주실 “베엘제불”님과 “파이몬”님을 모셔보았습니다. 모임 최초로 시도하는 공동 후기가 되겠습니다만, 간단한 인사 말씀 부탁 드려요.

 

베엘제불: 지옥의 똥파리 베엘제불입니다. 딴소리입니다만 ‘부르잖아요 아자젤씨’는 이제 더 안나오는지 궁금하군요.

 

파이몬: 안녕하십니까? 파이몬입니다. 작년에 영화 ‘유전’으로 여러분께 인사드렸….

 

버질: ?!!!...소개 감사합니다. 저명하신 악마님들께서 자리해주셨군요. 멋진 징조들은 나름 회원 분들과 하하호호 웃어보고자 선정한 책인데… 많은 분들이 난독증을 호소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베엘제불: 친절한 책이라고는 말 못하겠습니다만… 이런 엉망진창 코미디에서는 딱히 단점이 아닐 수도 있습죠.  

 

파이몬: 하지만 상황묘사에 대한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면 그 많은 코미디가 웃음으로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걸림돌이 되죠.

 

베엘제불: 세상 마지막 날인데 좀 봐줍시다. 아무튼 그렇기에 곧 나올 아마존 드라마가 훌륭한 시청각 교재가 되리라 기대합니다만, 드라마 이야기는 좀 있다 하도록 하고. 다시 소설로 돌아가 이야기해볼까요?

 

파이몬: 소설은 세계의 종말을 불러올 적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시작됩니다. 친구를 잘못 사귄 죄로? 타락한 악마 크롤리와 어쩌다보니 악마와 절친이 된 천사 아지라파엘이 다가오는 종말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입니다. 왜냐면 그들이 살고 있는 지구는 생각보다 살만 하고 꽤나 재밌거든요. (천국노잼설)

 

베엘제불: 유튜브, 트위터도 없던 시절이 재밌을 수가 있나요? 아무튼, 천사와 악마가 팀을 짠다는 건 분명 흥미있는 설정이지만 매력적인 두 주인공이 이 스토리에서 대활약을 했느냐… 하면 또 충분치 않은 느낌이군요.

 

파이몬: 중반까지는 두 사람?이 끌고가는게 분명하지만 중반 이후부터 흩어진 이야기들이 한곳으로 모이느라 정작 두 사람?이 한동안 사라지죠ㅠ

 

버질: 둘다 사...사람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활약하는 장면 대비? 임팩트가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멋진 징조들의 주인공들이 태어나기까지 공동 저자인 두 사람이 전화와 플로피디스크를 주고 받으면서 소설을 썼다는 일화가 인상적이었어요. 저희는 지금 구O 드라이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데 말이죠.

어쩌면 국내에서는 샌드맨 시리즈의 닐 게이먼이 더 이름이 잘 알려져있을텐데요. 놀랍게도 또 다른 작가인 테리 프래쳇의 대표작인 <디스크월드> 시리즈를 보유하고 계신 분도 있었습니다. 어떤 책인가요?

 

베엘제불: 우리나라에선 노관심 그 자체라, 출판사에선 두 권만 내고 깔끔하게 접었습니다. 내용은… 십수년 전에 읽은 걸 어떻게 기억해요. 다만 멋진 징조들에서 볼 수 있는 농담스타일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해두죠. 영국에선 해리포터가 나오기 이전 판타지물로는 최고 히트작이라고 하더군요.

 

파이몬: 좋네요(영혼없음). 멋진 징조들도 지금 기준으로 따진다면 그에 못지 않게 성공한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엑소시스트(1973)/오멘(1976) 이후로 세상의 종말과 사타니즘/오컬트도 충분히 웃기고 인간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장르 전환의 시발점이라고나 할까나요? (물론 이것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견입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던 1990년은 인류가 세기말에 진지했던 시절이니까요. 거기에 성경에 대한 레퍼런스도 많고 슈퍼내추럴 등 후대의 서브컬쳐?에 영감을 준 설정들도 많이 보입니다.

 

버질: 정모 때도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독자들이 이해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레퍼런스가 등장하죠. 저는 절반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만ㅎ 깨알같은 패러디 등 공들인 부분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그 외에도 ‘선’과 ‘악’ 어느 편?이냐 상관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잘 읽히지 않고 ㅋ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ㅋㅋ 문제와는 별개로 이 책이 ‘좋다’ 고 평가해주신 분들이 꽤 있었구요.

두 분께선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뽑으신다면?

 

파이몬: 묵시록의 네 기사와 마녀사냥꾼, 아이들 패거리 등등 모두가 ‘그 곳’으로 집결하는것을 지켜보는 두 사람이 웃겼어요. 한명은 마을 이장님?이고 다른 한명은 군인이었는데 (이부분 기억이 안나요)

 

베엘제불: 지옥견과 아담의 첫 조우!

 

파이몬: 확실하게 후대에 이미지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 것 같고 소소하게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작품인건 틀림없습니다. 다만 정모에서도 이야기 한 것처럼 텍스트보다는 영상으로 구현되었을때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어요. 드라마 기대기대

 

베엘제불: 팬이라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지요. 출간 후 거의 30여년이 다되어 드라마화 되었습니다!

 

버질: 지금 울고 계시는 베엘제불 님은 팬이셨는지……?

 

베엘제불: 테리 길리엄이 영화화 한다는 소식에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고만 해두죠.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지만요...

 

버질: 정리해본다면, 멋진 징조들은 두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잘 녹아 있는 작품이고 출간 후 서른 해 가까워진 지금까지도 회자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한권짜리 책이죠! 좀 두껍긴 하지만.. 정모 때 회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이 책이 가진 장점과 단점이 더 뚜렷해진것 같아요. 그럼 <멋진 징조들>에 대한 마지막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베엘제불: 물론 개인별 선호도는 다르겠지만, 캐릭터의 힘이 인상적인 소설임에는 대부분 동의하실 겁니다. 구판의 오점이었던 번역 문제도 번역자가 그간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개정판을 내었으니 나름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책 소개에도 있지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의 직계 후손이라는 평이 있는 만큼 그 시리즈의 팬이시거나 시니컬하지만 무겁지 않은 분위기의 픽션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파이몬: 데이비드 테넌트, 마이클 쉰, 존 햄, 베네딕트 컴버배치, 프란시스 맥도먼드 등 원작을 몰라도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캐스팅으로 5월 드라마가 방영될 예정이죠.

오랜만에 보는 미레유 에노스의 전쟁(War)등 소설에서는 다소 존재감이 약했던 묵시록의 네 기사가 어떻게 등장할지도 궁금합니다. 딱히 제가 밀덕이라서 그런건 아니고요. 껄껄

 

버질: 3월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 세기말 느낌 나는 황량한 날씨가 계속되는것같습니다 ㅠ 4월의 정모는 귀여운 구마몬과 함께 실외 반 실내 반?으로 진행한다는 근사하고 정확한 예언을 들었는데요. (주제도서: <구마몬의 비밀>)

 

베엘제불: 실외라… 파리의 계절이 슬슬 다가오는 군요.

 

버질: ??? 아무쪼록 번잡한 후기를 읽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이상 지옥에서 온 후기 노예 버질, 베엘제불, 파이몬이었습니다!

아참 혹시 모임에 관심 있으신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 쪽지로 문의해주세요.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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