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딱히 스포일러는 없이 적을 예정입니다.



사실 이 시리즈를 꽤 오래전에 보긴 했습니다.

듀게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어서 궁금해하다가 비교적 평이 더 좋았던 시즌2만 챙겨봤었죠. 어차피 시즌별로 별 상관이 없는 드라마라서.

다른 시즌은 나중에 봐야지... 라고 생각하다가 오랜 세월 잊고 지냈는데. 넷플릭스에서 볼거리를 찾아 헤매다 발견해서 일단 시즌1을 먼저 달렸죠.


와 세상에.

이것이 천조국의 막장이구나!!!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ㅋㅋㅋ

아니 정말 압도적이더라구요. 제가 한국 막장드라마를 기피하는 성향이라 막장으로 유명한 작품을 본 게 얼마 안 되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제 인생 최강의 막장극으로 등극했습니다. ㅋㅋ 정말 장면 하나하나 넘어갈 때마다 웃음이 터지는 시간들이었네요. 호러스토리인데


귀신들린 집 이야기라는 점에서 '힐하우스의 유령'과 자꾸 비교하면서 보게 되는데, 뭐 완성도로 따지자면 힐하우스 쪽이 압도적으로 우월합니다.

귀신들린 집 + 아빠 때문에 한 가족이 콩가루가 되어 바람결에 흩날리게 되는 이야기라는 골자는 비슷하지만 애초에 방향이 전혀 달라요.

힐하우스가 등장 인물 하나하나에 디테일과 입체감을 불어 넣고 심리와 행동에 개연성을 세워가며 차근차근 전개되는 진중한 드라마라면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1은 그냥 시종일관 자극과 더 센 자극과 더더더 센 자극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팝콘 무비 같은 느낌입니다.

뭐 딱히 전자가 후자보다 우월하다는 얘길 하려는 건 아니구요. 그냥 그런 방향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얘기지요.


사람이 원체 많이 죽어나가기도 하지만 그렇게 죽어 나가는 와중에 사용되는 소재들이 외도, 임신, 유산, 낙태, 성폭행, 동성애, 친족 살인, 연쇄 & 토막 살인에다가 총기 난사 사건까지 정말 아무리 미국이지만 이렇게까지 막나가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강력한데. 그 와중에 또 그 소재들에 대해 딱히 깊이 있는 접근을 보여준다는가 하는 일이 극히 드물어서 정말 보고 있노라면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입니다. 


아니 뭐, 그래서 시간은 잘 가고 또 한 회를 보고 나면 다음 회를 바로 재생하게 만들었으니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요(...)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무슨 인생 낭비용 쓰레기 막장 드라마 같은데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옆집 마성의 섹시 할매와 두 얼굴의 가사도우미 같은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농약 같은 매력의 캐릭터들이 있었고.

또 많이들 좋아했다는 젊은 커플의 꽁냥거림도 (전체 맥락에서 보면 난감하기 그지 없지만) 보기 좋았구요.

후반으로 가면서는 의도된 블랙 유머들도 꽤 먹히는 것들이 있었고.

뭐 이래저래 볼만 했습니다만.


절대로 남에게 추천은 못 하겠네요. ㅋㅋㅋ


그냥 제시카 랭 여사님의 정신 나간 매력에 빠져보고픈 분들에게만 추천합니다. 여사님 정말 멋지세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시즌 2는 이미 본 거라 다시 볼 생각이 없었는데. 넷플릭스 특성상 그냥 바로 이어서 재생되길래 처음만 좀 다시 볼까... 하다가 끝을 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완성도 면에서는 시즌 1과는 비교 불허입니다.

시즌 2는 '전두엽 절제술과 각종 인체 실험이 행해지던 음침한 정신병원'이라는 소재로 시작을 하는데, 여러모로 시즌 1보다 배경 설정부터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나요.

시즌 1의 귀신들린 집은 일단 등장인물들의 극중 평가와는 다르게 장소부터 별로 매력적이지가 않았고. 또 그 배경 스토리도 뻔했던 데다가 '힐하우스'의 그 집처럼 집 자체가 무시무시한 캐릭터로 묘사되는 일도 없었거든요. 그냥 그 집에 사는 사람들 사이의 막장극 중심이었죠.

반면에 시즌 2의 정신병원은 일단 비주얼부터가 압도적이고 분위기도 되게 잘 살려 냈어요. 

또한 주요 등장 인물들에게도 나름 적절한 배경과 사연들을 부여해서 누가 죽든 말든 겁도 안 나고 슬프지도 않던 시즌 1보단 여러모로 몰입해서 보게 만들었구요.

뭐 그렇긴 한데...


6화였나 7화였나... 쯤 지나고 나니 이제 몇 화가 남았는지 확인하게 되더군요.

분명 주된 갈등 요소로 설정되어 있던 몇 가지가 그 쯤에서 해결되거나 사라져 버리면서 국면 전환이 시작되는데, 이 전환 이후가 굉장히 사족스런 느낌이었습니다.

이쯤부터 마지막 13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음? 내가 이걸 봤었나?'라고 기억을 뒤적거리는 일이 잦아졌는데 아마 처음 볼 때 지루해서 대충 봤었나 봐요.

뭐랄까. 이야기 전개에서 '어떻게든 13화까지 끌고 간 후 마무리하겠어!!'라는 작가진의 의지가 강력하게 전해오는 그런 느낌.

사실 뒤에 전개되는 이야기가 아예 재미가 없거나 그랬던 건 아닌데. 그래도 대략 3화 정도로 정리 가능한 이야기를 6~7화 분량으로 늘여 놓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또 그러는 과정에서 몇몇 캐릭터들이 당하는 일들이 너무 개연성 없이 혹독해서 맘 상하기도 했구요.

그리고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듯 다뤄지다가 그냥 아무 설명 없이 사라져버리는 캐릭터나 설정들이 꽤 많아서 다 보고 나면 그게 문득문득 떠오르며 허망해지는 것도 있습니다. (보는 도중엔 하도 전개가 빨라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만.)


암튼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1과 2를 비교한다면 완성도로나 재미로나 시즌 2가 압도적이었던 것 같아요.

혹시 이 글을 읽고 시리즈에 관심이 생기는 분이 있으시다면 굳이 시즌 1부터 볼 필요 없이 그냥 시즌 2를 추천해요.

시즌 1을 보고 나서 시즌 2를 볼 경우 얻을 수 있는 장점이라면... 그냥 시즌 1의 나왔던 배우들이 역할 바꿔서 등장하는 걸 보는 재미 정도?

재커리 퀸토 같은 경우엔 확실히 시즌 1을 보고 나서 보는 게 더 재밌기도 합니다. 그냥 시즌 2만 보면 궁서체로 진지한 캐릭터이지만 시즌 1을 먼저 보고, 배우의 개인사 한 가지를 알고 보면 캐스팅 자체가 농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웃음이 나거든요(...)



시즌 3은 볼지 안 볼지 모르겠습니다.

워낙 자극이 강한 드라마인지라 두 시즌을 연달아 달리고 나니 뭔가 정신적으로 지쳐서 좀 쉬다가 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아마 이러다가 그냥 또 까먹을 것 같아요. ㅋㅋ



끝.



...에다가 사족 몇 개만.


 - 시즌 1이나 2나 이야기 측면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경향이 '진상 남자들에게 학대당하거나, 머저리 남자 때문에 억울하게 같이 피보는 여성들' 이라는 기조인데요.

워낙 남성 캐릭터들이 찌질한 만악의 근원들로 나와서 여성 혐오 같은 얘기를 꺼내긴 어려운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캐릭터들이 너무 심하게 고생을 해서 좀 난감한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임신, 출산 같은 소재를 너무 자극적으로만 써먹어서...;


 - 시즌 1의 아빠 역할 배우가 낯이 익다 했더니만, '프랙티스' 시리즈의 주연이면서 '앨리 맥빌'에도 크로스 오버로 잠시 출연했던 그 분이더군요. 전 '앨리 맥빌'로 기억합니다만. '프렌즈'의 로스를 진지한 분위기로 튜닝해 놓은 듯한 분위기가 찌질 민폐 캐릭터에 잘 어울렸습니다. ㅋㅋ


 - 보다가 중간에 익숙한 이름이 뜨길래 누구로 나왔지? 하고 검색해보니 '아메리칸 뷰티'의 미나 수바리더군요. 별 비중 없는 역할이었어요. 음... 세월아


 - 시즌 1의 딸 역을 맡았던 타이사 파미가는 이름부터 노골적으로 의심스러워서 검색을 해봤더니 역시 베라 파미가... 의 '동생'이라니!! 나이 차이가!!!!


 - 무려 2011년도 드라마 소감을 이제사 적고 있다니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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