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승 시인

2019.07.24 17:42

가끔영화 조회 수:1267

뭐든 와 데려가게 마련이지만 동료시인 말대로 기일도 알리지 않고 술심으로 지상에서 탈출 명복을 빕니다 그의 시 가려워진 등짝을 보니 좋은사람

오월, 아름답고 좋은 날이다 작년 이맘때는 실연失戀을 했는데 비 내리는 우체국 계단에서 사랑스런 내 강아지 짜부가 위로해주었지 '괜찮아 울지 마 죽을 정도는 아니잖아' 짜부는 넘어지지 않고 계단을 잘도 뛰어내려갔지 나는 골치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짜부야 짜부야 너무 멀리 가지 말라고 엄마가 그랬을 텐데!" 소리치기도 귀찮아서 하늘이 절로 무너져내렸으면 하고 바랐지 작년 이맘때에는 짜부도 나도 기진맥진한 얼굴로 시골집에 불쑥 찾아가 삶은 옥수수를 먹기도 했지 채마밭에 앉아 병색이 짙은 아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괜찮아 걱정하지마 아직은 안 죽어' 배시시 웃다가 검은 옥수수 알갱이를 발등에 흘렸었는데 어느덧 오월, 아름답고 좋은 날이 또다시 와서 지나간 날들이 우습고 간지러워서 백내장에 걸린 늙은 짜부를 들쳐업고 짜부가 짜부가 부드러운 앞발로 살 살 살 등짝이나 긁어주었으면 하고 바랐지 1970년 서울 출생 2003년 <파라para21>로 등단 시집 『여장 남자 시코쿠』 『트랙과 들판의 별』
첨부 [1]
댓글 쓰기
목록
로그인...

PC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2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8
121526 뭐 심어놓은걸까요 [2] 가끔영화 2022.11.12 188
121525 <피스톨>보다가 [4] daviddain 2022.11.11 200
121524 수퍼 레트로 튠 - 굿나잇 투나잇 [2] theforce 2022.11.11 149
121523 배우의 죽음 이후 영화들의 운명, 그리고 블랙 팬서 [3] 모르나가 2022.11.11 581
121522 비상선의 여자 (1933) catgotmy 2022.11.11 153
121521 [왓챠바낭] 불란서산 탑골 성장 무비 '귀여운 반항아'를 봤어요 [6] 로이배티 2022.11.11 453
121520 에피소드 #10 [4] Lunagazer 2022.11.11 108
121519 프레임드 #245 [4] Lunagazer 2022.11.11 115
121518 감기의 장점 [5] catgotmy 2022.11.11 253
121517 윤석열 정부, 10.29 참사에 경찰과 소방서 압수수색 외... [16] Sonny 2022.11.11 922
121516 MBC 언론통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이콧하는 언론은 두군데밖에 없네요 [3] 으랏차 2022.11.11 756
121515 와칸다 포에버 를 보고<스포유 [2] 라인하르트012 2022.11.11 508
121514 뉴공도 이제 끝나는 군요.. [2] 라인하르트012 2022.11.11 670
121513 [스크린 채널] 폭력의 씨앗, 밤의 문이 열린다 underground 2022.11.10 273
121512 만화 아일랜드 드라마판 티저예고편 [1] 예상수 2022.11.10 340
121511 엔니오 모리꼬네 생일/terrore dello spazio [1] daviddain 2022.11.10 197
121510 프레임드 #244 [2] Lunagazer 2022.11.10 122
121509 10.29 참사 도대체 왜 그랬을까 [1] 도야지 2022.11.10 419
121508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2015) [2] catgotmy 2022.11.10 284
121507 [왓챠바낭] 알고 보니 내가 인간 병기! 영화계의 듣보 조상, '시한폭탄'을 봤어요 [6] 로이배티 2022.11.10 42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