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심약의 차이

2019.07.25 06:01

어디로갈까 조회 수:855

(막내의 지도교수님이 어떤 자리에서 "++이는 겸손한 심성을 지녔어."라는 칭찬(비슷한) 말씀을 하셨는데, 옆에 있던 날쌘돌이 선배가 " 저는 심약하다고 느꼈는데..."라는 토를 달았다고 해요. 막내가 꽤 골똘한 채 두 단어의 차이를 카톡으로 물어왔길래 함 써봅니다. -_-)

- 겸손은 현명합니다. '나'는 우주인 동시에 티끌이며, 세상의 중심인 동시에 변방이라는 진실을 이해할 때 비로소 겸손이 가능합니다. 흔히 겸손을 위선이나 비굴로 판단하는 이들이 있는데, 겸손은 처세의 방편이 아니에요.
자아의 블랙홀이 만드는 중력장을 벗어나기 위해 낮아지는 게 겸손입니다. 낮되 겸손은 약하지 않아요. 겸손은 대지처럼 타자를 그 위에서 살게 하죠. 다양한 삶이 그로부터 자라나고 사랑 또한 거기에 포함됩니다. 

겸손은 수신된 정보를 근거로 상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관계에 영향을 주지만 결코 관계에서 영향을 받지는 않아요. 겸손은 객관적 관찰의 시선입니다. 차이를 알 뿐 겸손은 차별하지 않아요. 겸손은 열려 있고 자유롭습니다.

- 심약心弱은 종종 겸손으로 오인됩니다. 심약은 주체를 보호하기 위해 필터링해요. 심약은 방어입니다. 심약한 사람의 눈도 대개는 가차없이 뜨여 있지만, 심약은 시선이 아니라 시선 이후의 마음결에 의해 그 표정이 완성됩니다.
심약은 상대에게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죠. 그렇다해도 심약은 여유롭게 가없이 미소를 지어보내도 좋은 대상은 아닙니다. 심약이 보호하려는 성城은 때로 자만보다 높고, 그 너머를 우리는 알 수 없어요. 심약은 신비를 대하듯 해야 할 것입니다.

덧: "선배의 말은 의견일까? 무례일까?"라는 질문엔 이렇게 답해줬습니다.
"상대방을 무시할 만한 타당한 근거를 찾으려는 마음보들이 더러 있지. '인간이란 무엇인가?' 자문해보는 기회로 삼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0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6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17
121524 수퍼 레트로 튠 - 굿나잇 투나잇 [2] theforce 2022.11.11 149
121523 배우의 죽음 이후 영화들의 운명, 그리고 블랙 팬서 [3] 모르나가 2022.11.11 581
121522 비상선의 여자 (1933) catgotmy 2022.11.11 153
121521 [왓챠바낭] 불란서산 탑골 성장 무비 '귀여운 반항아'를 봤어요 [6] 로이배티 2022.11.11 453
121520 에피소드 #10 [4] Lunagazer 2022.11.11 108
121519 프레임드 #245 [4] Lunagazer 2022.11.11 115
121518 감기의 장점 [5] catgotmy 2022.11.11 253
121517 윤석열 정부, 10.29 참사에 경찰과 소방서 압수수색 외... [16] Sonny 2022.11.11 922
121516 MBC 언론통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이콧하는 언론은 두군데밖에 없네요 [3] 으랏차 2022.11.11 756
121515 와칸다 포에버 를 보고<스포유 [2] 라인하르트012 2022.11.11 508
121514 뉴공도 이제 끝나는 군요.. [2] 라인하르트012 2022.11.11 670
121513 [스크린 채널] 폭력의 씨앗, 밤의 문이 열린다 underground 2022.11.10 273
121512 만화 아일랜드 드라마판 티저예고편 [1] 예상수 2022.11.10 340
121511 엔니오 모리꼬네 생일/terrore dello spazio [1] daviddain 2022.11.10 197
121510 프레임드 #244 [2] Lunagazer 2022.11.10 122
121509 10.29 참사 도대체 왜 그랬을까 [1] 도야지 2022.11.10 419
121508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2015) [2] catgotmy 2022.11.10 284
121507 [왓챠바낭] 알고 보니 내가 인간 병기! 영화계의 듣보 조상, '시한폭탄'을 봤어요 [6] 로이배티 2022.11.10 422
121506 티빙 몸값 재미있군요. (스포) [1] dodo 2022.11.10 457
121505 바낭 - 듀게 밖에서 해야할 일들(또 안해도 될 일) [4] 예상수 2022.11.10 37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