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필립 K 딕의 단편 소설 앤솔로지 시리즈입니다. 시즌 하나 밖에 없구요, 글 내용에 스포일러도 없구요.



 - 일단 전체적으로 이야길 하자면... 저는 만족했습니다. 왜냐면 전 필립 K 딕을 좋아하거든요. 스티븐 킹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좋아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아예 이 작가의 덜 유명한 단편들로 드라마 시리즈를 만들어주면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볼 수밖에 없고 또 어지간하면 재밌게 보겠죠. 이걸 감안해주시고.

 지금 말한 저게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필립 K 딕에게 헌정된 시리즈라는 거. 그리고 그게 동시에 또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합니다.


 말장난이 아니라 이유가 있어요. 일단... 이 작가 양반은 그 독특한 개성과 아이디어들로 꽤 인기가 있고 특히 영화 제작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SF작가이긴 합니다만. 그 작품들이 그렇게 문학적(?)이지는 않아요.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라든가, 뇌리에 꽂히는 인상적인 대사빨이라든가... 그런 쪽으로 기대할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또한 아무래도 이 양반이 좀 오래된 분이다 보니 지금 보기엔 낡은 느낌이 드는 구석들도 분명히 있구요. 결정적으로... '블레이드 런너' 이후로 이 사람의 특기가 너무 유명해져 버렸죠. 왜 있잖아요 뭐 디스토피아적인 세계 속에서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라는 고민에 빠진 주인공이 이런저런 일을 겪다가 마지막에는 "아니!! 내가 ???이었을 줄이야!!!"로 끝나는 류의 이야기들. 


 열 개의 에피소드들을 연달아 달리다보면 나름 제작진이 다양한 소재와 톤의 이야기들을 골고루 골라서 그걸 또 현대적 감성으로 많이 업데이트 해서 개작하는 식으로 이런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쨌거나 원본이 딱히 21세기적(?)인 이야기들이 아니다 보니 그렇게 신선한 느낌을 주지는 못 합니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실망할 수도 있는 시리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다시 강조하건데 전 이 작가 빠돌이(...)라서 저런 문제들은 그냥 대부분 극복이 되구요.

 또 보면 제작진이 굉장히 신경 써서 만든 티가 납니다. 대부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시리즈들보다 (이야기는 둘째치고) 때깔이 좋고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요. 그렇다고 해서 무슨 블럭버스터 느낌이 나고 그런 건 아니지만 예산 절감을 위한 몸부림이 눈에 띌 수준도 아니구요. Q님께서 회원 리뷰란이 이 시리즈를 리뷰하면서 하신 얘기처럼 다 같이 'SF'라는 탈을 쓰고 있어도 매 에피소드마다 비주얼 스타일이 다 달라서 그거 구경하는 재미도 꽤 좋습니다. 덧붙여서 배우들도 이런 단막극 드라마 치고는 꽤 무게감 있는 캐스팅이 많아서 배우들 연기 보는 재미도 있어요.

 아마 이 시리즈로 필립 K 딕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저보다도 더 재밌게 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시다시피 이 양반 스타일이 좀 튀잖아요. 그리고 특히 SF 장르 경험치가 적은 사람들에게 쉽게 잘 꽂히는 면도 있구요. 네. 제가 바로 그런 시기에 이 양반을 접해서 지금까지 좋아합니다. ㅋㅋㅋ


 어쨌든 정리를 하자면, 대체로 때깔 좋고 만듦새 좋은 SF 앤솔로지 시리즈입니다. 이런저런 개작이 많이 들어가긴 했어도 대체로 작가의 개성이나 스타일은 충분히 잘 느껴지구요. 이 작가의 팬이거나 아님 아예 이 사람 작품들 본 게 없는 사람들. 환상적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단막극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그럼 이제부터 에피소드별로 간단히. 에피소드 순서는 당연히 제가 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배치 순서대로 합니다. 티비 방영 땐 달랐다네요.


1. Real Life


언제 어디서나 무슨 역을 해도 근심과 걱정이 많아 보이는 우리의 안나 파킨씨가 자동차가 슝슝 날아다니는 미래의 경찰입니다. 어여쁜 레즈비언 아내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걸로 보이지만 근래에 본인 실수로 동료 여럿을 잃은 일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네요. 그게 영 보기 딱했던 아내가 이걸로 휴가라도 떠나 보라며 건넨 가상현실 체험 장치(블랙미러에 맨날 나오는 멀미 패치와 똑같이 생긴!!)를 달았더니... 

그냥 현대의 잘 나가는 갑부 흑인 남성 CEO가 됩니다. 근데 휴가랍시고 체험하는 이 세계의 주인공님의 삶이 너무 구려요.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범인을 잡겠다며 밤마다 자경단 놀이를 하러 다니는 사람의 삶으로 무슨 휴가를 즐기라고(...) 그런데 상황을 좀 파악해 보니 이 양반이 잃은 그 아내가 저쪽 현실의 그 아내와 똑같은 사람이고. 처단해야할 범인이 저쪽 현실에서 동료를 살해한 놈이랑 똑같은 놈이고. 뭔가 전혀 다른 삶이면서도 묘하게 비슷한 구석들에서 위화감을 느끼다가 주치의가 '이걸로 잠깐 쉬어'라며 건네는 가상현실 체험 장치(!?) 시제품을 써봤더니...


 - 원래는 시즌 중반 에피소드였는데 아마존에서는 1번으로 배치했어요. 보고나면 이유를 알 것도 같은 것이, 정말 보다가 피식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작가의 대표 스타일이 그대로 담겨 있는 이야기입니다. '난 누구이며 여기는 어디이고 둘 중에 진짜는 무엇인가'라는 혼란을 겪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요. 원작자가 필립 K 딕이라는 걸 모르고 봤다면 백프로 필립 K 딕 짭 스토리라고 생각했을 듯. 그래서 대표격으로 1번에 배치한 것 같습니다.

 굳이 반전과 결말을 숨기려고 애쓰지 않는 이야기라는 게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결말이 되게 빤히 보이지만 그 덕에 그냥 주인공의 고민과 고통에 더 잘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안나 파킨과 테렌스 하워드의 연기도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너무 흔해져버린 반전 도구 같은 데 신경쓰지 말고 그냥 죄책감에 시달리는 섬세한 인간의 내적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보면 나름 괜찮은 이야기였습니다.


 - 안나 파킨이 사용하는 도구는 위에서도 말 했듯이 블랙미러의 그 유명한 멀미 패치였고. 테렌스 하워드가 사용하는 도구는 스트레인지 데이즈에 나왔던 '스퀴드'라는 물건과 많이 닮았더군요. 그러고보면 스트레인지 데이즈의 배경이 무려 1999년이었는데... 전 젊어서 본 sf영화 속 미래가 이미 20년전이 됐을만큼 늙었군요. (쿨럭;;) 이미 늙어 버린 건 어쩔 수 없으니 제발 누가 스퀴드 같은 것 좀 빨리 만들어 주세요. 기다리다 현기증 납니다. ㅋㅋ



2. Autofac


인류는 핵전쟁으로 멸망했습니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대략 마을 하나 규모의 공동체를 이루어서 비루하지만 그냥저냥 견딜만한 삶을 살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핵전쟁 직전에 그 동네에 Autofac이라는 인공지능 자동 공장이 생겼고 이 공장은 여전히 지들끼리 잘 돌아가고 있다... 는 게 문제입니다. 자꾸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생산해서 보내주는 거야 그렇다 쳐도 사방에 무장 경비 로봇들을 세워서 공동체 주민들의 자유를 제약하고 또 지속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거든요.

이러다 우리 다 오염에 말라 죽겠다... 고 걱정하던 이 마을에서 제일 용감씩씩한 엔지니어 주노 템플씨가 이 자동 공장의 인공지능과 대화를 시도하고, 그게 뜻대로 잘 안 풀리자 이번엔 공장의 폭파를 시도하는데...


 - 보고 나면 역시 뻔한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초중반까지는 대체로 어떤 이야기로 흘러갈지 예측이 안 되는 관계로 그럭저럭 재밌게 봤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 결말 자체도 그렇게 뻔하진 않아요. 사건의 진상은 예측가능하지만... 음. 여기까지만 얘기하겠습니다. ㅋㅋ 그냥 적당히 볼만한 90년대 B급 SF느낌이었네요.



3. Human Is


지구가 아닌 어떤 행성에서 전체주의적 군사 국가 비슷한 걸 이루고 살아가는 딱한 인류가 등장합니다. 게다가 이 별의 환경도 영 좋지 않아서 테라포밍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필요한 자원은 그 옆 별에 있고. 거기엔 호전적인 외계인 종족이 버티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나라에서 시킨 강제 결혼으로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한 부부가 위기를 맞게 되는데... 남편이 부대 하나를 끌고 옆 별로 자원 도적질하러 갔다가 몰살을 당한 거죠. 간신히 사람 없는 우주선만 자동 조종으로 귀환을 시키게 되었는데 우주선 문을 열어보니 남편이 있습니다? 

이 후는 뭐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그 남편이 뭔가 이상합니다. (왜 아니겠어요. ㅋㅋ)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남편의 달라진 점이 너무나도 근사하고 매력적이라는 겁니다. 당연히 아내는 고민에 빠지게 되고...


 - 열 개의 에피소드들 중 가장 느릿느릿하게, 가장 별 일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자체도 별 게 없어서 좀 지루하기도 해요. 그런데 그런 느릿함으로 인해 생기는 여유를 몽땅 여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때려 박는다는 게 나름 신선합니다. 왜 별 무의미해보이는 일상 생활 모습 같은 걸 클로즈업을 잔뜩 써서 느릿느릿 의미심장하게 보여주는 식 있잖아요. 원작은 못 읽어봤지만 분명히 21세기 작가들의 개작일 거에요. 필립 K 딕이 여캐릭터의 심리 묘사 같은 데 신경 썼을 양반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천만 다행히도, 그 와중에 주인공을 맡은 두 배우가 정말로 연기를 잘 해줍니다. 이게 뭐라고 막 심정 이해가 되고, 이게 뭐라고 막 공감이 되고, 그래서 결말 부분에선 이게 뭐라고 살짝 감동이... 이런 느낌으로 마무리가 되는 오묘하게 괜찮은 에피소드였습니다.



4. Crazy Diamond


지구는 지구인데 환경 오염으로 망해가는 지구에요. 그렇다고해서 뭐 매드맥스스런 배경이 막 나오는 건 아니구요. 그 와중에 인류는 이제 돼지와 인간의 유전자를 결합해서 만든 인조 인간들을 부리며 살고 있구요. 얘들은 유통기한이 짧아서 금방 죽어서 썩어 버린다는데, 인조인간 공장에서 생산되는 영혼(!) 주사를 맞으면 수명 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답니다. 그리고 이 인조인간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기술자 스티브 부세미 아저씨가 어느 날 옛날 필름 느와르 무비에서 복사해 붙여 놓은 듯한 '팜므파탈'과 엮이게 되는데...


 - SF 시골&한량 느와르라고나 할까요. 배경은 SF이고 이야기는 필름 느와르인데 스티브 부세미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워낙 현실적으로 찌질하고 현실적으로 웃겨서 전반적으로 참 하찮은(?) 느낌을 줍니다. 이야기 자체는 지나칠 정도로 정직하게 필름 느와르 공식을 따르는데 딱히 개성이나 깊이는 없어서 그저 그렇구요. 막판에 집어 넣은 21세기스러운 반전은 별 재미도 없는데 교훈적이고. 전반적으로 참 별로인 에피소드였지만 스티브 부세미의 연기를 구경하는 재미로 그냥 봤습니다. 저 옛날부터 이 아저씨 연기를 참 좋아했거든요. ㅋㅋ 다만 이 분 팬이 아니시면 안 봐도 인생에 아쉬울 것 없는 에피소드라는 느낌이었어요.



5. The Hood Maker


대략 1950~60년대 느낌으로 도배된 도시인데 보다보면 좀 중세 배경 스팀 펑크 느낌도 나구요. 그 와중에 어떤 건 그냥 현대적이고... 이렇게 뒤죽박죽이지만 어쨌든 꽤 보기 좋은 느낌의 배경을 깔고 전개되는 이야기는... 언제부터인가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작정하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는 텔레파시 능력자들이 태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당연히 위기감과 불만을 느낀 '정상인'들은 그들을 탄압하고. 당연히 텔레파시 능력자들도 반격을 준비하겠죠. 그런데 어느 날 이런 텔레파시 능력자들의 능력을 차단해주는 신통방통한 후드가 사람들 사이에서 유통되기 시작하고, 텔레파시 능력자들을 체제 유지를 위해 고용해서 써먹고 있던 정부측(아 뭐 당연히 이들도 전체주의... 뭐 그렇습니다. ㅋㅋ)에선 유능한 젊은 형사&텔레파시 능력자 콤비를 내세워 이 후드의 제작자를 찾아 나섭니다. 


 - 위에도 적었듯이 배경 묘사가 시각적으로 꽤 매력적입니다. 텔레파시 능력자라는 게 존재할 때 그 능력자와 보통 사람들, 양측이 겪게 될 문제들에 대해서 나름 꽤 설득력있고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구요.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팀이 된 능력자 여성 & 형사 남성의 연애질 이야기를 메인 스토리 삼아 멜랑콜리한 정서를 보여주는데 주력하는데... 그것도 매력적인 시각 요소들 덕에 꽤 좋은 '분위기'로 구현되었던 것 같아요. 뭐 시간 관계상 둘의 감정이 급 점프해버리는 느낌이 있긴 합니다만 보기만 좋으면 그런 건 상관 없... (쿨럭;) 미래랍시고 오히려 오래전 과거의 좀 간지나는 도시를 배경으로 삼는 이야기들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시험삼아 틀어보셔도 좋을 듯 싶었네요. 전 괜찮은 느낌이었습니다.



6. Safe and Sound


또 세상이 한 번 망했나 봅니다. 그나마 살아 남은 사람들은 미국에 흩어져 있는 몇 개의 살아남은 도시에 모여 살고 있어요. 그런데 이 도시들은 거대한 투명 돔으로 덮여 있어서 사람들은 이걸 '버블'이라고 부르죠. 그 중 그나마 대충 자유롭게 막 사는 버블에서 살던 여성 정치가가 자기 고등학생 딸래미와 함께 다른 지역 버블로 이주를 하는데 이 동네는 안전을 위해서라면 사생활 침해든 개인의 자유든 뭐든 신경 안 쓰는 전체주의 성향의(...) 동네였네요. 엄마야 애초에 그런 거 다 알고 이 동네의 그런 정책을 무너뜨려 보겠다는 의도로 쳐들어온 사람이지만 학교에서 왕따 당할 위기에 처한 딸래미 입장은 피곤할 수밖에 없겠죠. 딸에겐 엄마의 정치적 지향이야 어쨌든 본인이 살아남는 게 중요하고. 결국 최신 트렌드를 따르고 테러범 취급을 피하기 위해 이 동네 사람들 모두가 차고 다니는 만능 컴퓨터 겸 위치 추적기 같은 물건을 엄마 몰래 구입해서 갖고 다니다가... 그 물건을 파는 회사의 1:1 상담원에게 영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 시작부터 끝이 너무 뻔히 보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겪는 고난을 보면서도 걱정이 되기 보단 답답함이 앞서는 이야기였어요. 정해진 결말을 위해 달리기 위해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가 자꾸 납득 안 가는 방향으로 급선회 한다는 점도 맘에 안 들었고. 그 뻔한 결말을 뒷부분에 사족을 덧붙여서 굳이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것도 별로였고. 전체적으로 그냥 별로였습니다.



7. The Father Thing


- '신체강탈자의 침입'입니다. 너무 정직하게 뻔한 이야기라 줄거리를 설명하고 싶지도 않네요. ㅋㅋㅋ 다만 나름 차별화 포인트가 있긴 있는데 그건 바로 주인공이 초딩이라는 점. 그 덕에 없을 예정이었던 스릴이 좀 생기고 유머도 생기고 해서 그럭저럭 볼만했습니다. 그렉 키니어의 외계인 아빠 연기도 나름 재밌었구요.



8. Impossible Planet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훈훈한 비주얼의 백인 성인 남성이 주인공인 에피소드입니다. 하하하(?)

암튼 이 양반은 여행사 직원인데, 오만가지 헐리웃 영화와 미국 드라마에서 덩치 큰 동양인 아저씨 역할을 독과점하고 있는 베네딕트 웡씨와 파트너로 우주선에 관광객을 태우고 우주의 관광 명소를 돌아다니는 게 일입니다. 폼은 좀 안 나는 일이지만 본인은 그럭저럭 만족하고 살고 싶은데, 와이프(인지 애인인지)는 이 양반이 출세해서 본사로 옮겨가 럭셔리한 삶을 살아 보는 게 꿈이래요.

그러던 어느 날 300살이 넘은 할머니가 시종 로봇을 하나 끌고 와서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시켜 주면 전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당연히 대뜸 수락하고 싶었지만 이 할매가 제시한 여행지가 '지구'였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미 없어졌거든요. 그래서 정중히 거절을 하려는데 또 우리의 베네딕트 웡씨가 음흉한 제안을 하겠죠. 그냥 지구랑 조건이 최대한 비슷한 태양계를 찾아가 멀리서 대충 보여주고 돈을 뜯자는 거에요...


 - 로맨틱한 멜로드라마입니다. 그리고 그 멜로드라마를 성립시키기 위해서 반칙도 많이 해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세계관 설정이라든가 주인공이 막판에 영문을 알기 힘들 정도로 과감하게 로맨틱해져 버린다거나... 그런데 전 또 재밌게 봤어요. ㅋㅋㅋ 제가 평소에 로맨스류를 거의 피하고 살다 보니 이렇게 과격할 정도로 정직하게 막 나가는 로맨스 이야기를 볼 일이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재밌었던 게 첫 번째인 것 같고. 두 번째 이유는 바로 할머니 때문입니다. 전설의 레전드급 아버지 때문에 제가 제럴딘 채플린을 알긴 하지만 정작 연기하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은 몇 번 없는데 (아마 '그녀에게' 정도?) 이 에피소드에서 이 할머니의 연기는 참말로 멋져요. 구멍난 개연성을 상당부분 눈 질끔 감고 넘기게 해주는 훌륭한 연기였고, 덕택에 재밌게 봤습니다.


 - 역시 Q님 리뷰에 따르면 원작은 이런 로맨스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고 하네요. 뭐 그렇겠죠 당연히. ㅋㅋ



9. The Commuter


이런저런 사정으로 사는 게 영 팍팍하고 힘들던 철도원이 어느 날 노선도에 존재하지 않는 기차 정거장과 어떤 마을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까지만 이야기해도 충분하겠죠 줄거리는. ㅋㅋㅋ 그래도 굳이 덧붙이자면 거기에는 요즘 세상처럼 찌들지 않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있고, 그곳과 현실을 오가며 주인공은 둘 중 하나의 세계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고... 뭐 그렇습니다. 


 - 거의 똑같은 설정으로 유명한 단편을 분명히 예전에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Q님께선 그냥 환상특급 에피소드 얘기만 하시던데 그럼 어려서 본 환상특급을 제가 늙으면서 소설을 읽은 걸로 착각하고 있는 건지...;

 암튼 이야기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만. 차분하면서 따뜻한 느낌의 화면들. 튀지 않게 적절하게 들어가는 특수 효과와 주인공 할배 아저씨의 호연으로 마지막의 뻔한 결말에도 꽤 큰 감동을 주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딱히 할 얘기는 없는데 훌륭한 작품들. 훌륭한데 뭐가 훌륭한지 남에게 설명하자면 별로 할 말이 없는 작품들. 이게 제겐 그런 느낌이었어요.



10. Kill All Others


자 그래서 또 다시 전체주의 국가가 등장합니다!

그래도 이번엔 나름 참신함이 있습니다. 나라 이름과 상황에 디테일이 좀 있어요. 멕시코와 미국과 캐나다가 합체해서 하나의 국가가 되었다는 설정인데 그래서 나라 이름이 Max-Us-Can. 맥서스캔입니다. 영어 철자로 보면 나름 말장난도 가능하죠. 우리가 최대치를 발휘해서 뭐든 할 수 있고 뭐 그런 느낌? ㅋㅋ

암튼 이 나라는 1당 독재 국가인데... 그냥 다른 당이 존재하질 않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투표는 찬반 투표이고 또 국가가 국민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투표 자체가 의미가 없어요. 대한민국 양궁마냥 그 당에서 후보로 뽑히면 그냥 대통령 되는 거죠.

이런 세상에서 우리의 아름다우신 베라 파미가 여사님께서 대통령 후보로 뽑히시고, 이 분이 이제 선거 운동과 겸사겸사해서 국민 캠페인을 전개하는데 그 캠페인의 제목이 바로 저겁니다. Kill All Others.

...이러한 와중에 이런 세상에 아주 가벼운 불만을 품고 있는 자동차 공장 노동자 한 분이 등장하시고. 이 분이 정말 가볍고도 정당하게 품는 세상에 대한 의문과 불평들은 결국...


 - 비평적으로는 오히려 이 시리즈에서 준수한 평가를 받는 것도 같던데 전 그냥 별로였습니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딱히 재밌지도 않고. 음... 뭣보다도 비교적 현재와 현실에 가까운 배경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21세기에 진지하게 봐주기엔 기본 설정이 너무 낡아서 감흥이 떨어지더라구요. 그냥 베라 파미가님께선 무슨 스트리트 파이터 캐릭터 같은 머리를 하고 나오셔도 예쁘시구나... 라는 것만 기억에 남습니다. ㅋㅋ 그리고 예전 리암 니슨 주연의 '커뮤터'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이 분 뭔가 빌런 연기에 재능이 있으신 것 같아요. 아무 히어로물에나 빌런으로 한 번 나와주시면 꼭 극장 가서 보겠습니...





 - 와. 제가 이걸 다 썼군요.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글을 마무리하려니 괜히 혼자 보람차네요. ㅋㅋㅋ

원래는 필립 K 딕으로 이어서 '높은 성의 사나이'를 보려고 했지만 4시즌 x 10에피소드 = 40에피소드... 의 압박에 겁 먹고 먼저 플리백을 봅니다.

25분짜리 여섯개!!! 전 이런 게 좋습니다. ㅋㅋ


 - 이런 뻘글 말고 제대로 된 리뷰를 보고 싶으시면 회원리뷰 게시판 Q님의 리뷰를 추천합니다.

리뷰 파트 1.

http://www.djuna.kr/xe/breview/13413792


리뷰 파트 2.

http://www.djuna.kr/xe/breview/1342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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