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2 14:25
요즘 EBS 과학다큐에 심취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소개해 드린 해외 과학다큐도 재미있었지만
<EBS 과학다큐 비욘드>라고 EBS에서 직접 제작한 다큐도 최근 아주 흥미진진한 내용을 방송하고 있더군요.
얼마 전 방송한 해외 다큐 <우리의 미래>에 나온 내용들에 대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과도 같은
재미있는 다큐들을 요즘 연속해서 방송하고 있어요.
어젯밤에 방송한 "가상, 현실의 미래"에서는 그냥 실감나는 오락, 혹은 신기한 체험 정도로 생각했던 가상현실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더군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가치관을 형성하죠. 이렇게 행동해라 저렇게 행동해라 백날 말로 들어도
자신이 직접 체험하지 않은 것은 잘 받아들이지를 못해요.
그래서 특정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생각이나 가치관을 바꾸기는 굉장히 힘들죠.
그런데 가상현실은 사람들에게 실제 경험과 비슷한 정도의 강렬한 경험을 하게 만들 수가 있어서
그런 가상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겐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간단한 예로 난폭운전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 백 번 천 번 안전 운전을 하라는 말을 해도 별로 효과가 없지만
난폭 운전을 했을 때 심각한 교통사고를 겪는 가상현실 경험을 몇 번 하게 되면 실제 사고를 당한 것과
비슷한 정도의 강렬한 체험 때문에 그 사람의 생각이 훨씬 효과적으로 바뀔 수 있을 거예요.
또한 우리가 현실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것들, 남자가 여자가 된다든지, 백인이 흑인이 된다든지 하는
그런 경험들을 가상현실에서는 할 수 있네요. 이 다큐에서는 백인 여성이 흑인 여성이 되는 가상현실 경험을
한 후에 인종에 대한 내재적 편견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기도 해요.
말로는 설득하기 힘든, 그 사람의 입장에 서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을 가상현실로 이해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 저에겐 굉장히 희망적으로 느껴집니다.
가상현실을 통해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신의 경험의 틀에 갇혀있지 않은,
훨씬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다큐에서는 사람들이 곤충이 되는 체험을 하는 장면도 나와요. 간접 경험이 아닌 직접 체험의 강도로
경험의 폭을 엄청나게 확장시켜줄 수 있는 도구를 가질 수 있다면 사람들은 정말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거예요.
미래에는 윤리 교육을 책이 아닌 가상현실로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환자, 노인들이 가상현실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고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나 모험을 즐길 수도 있게 될 테죠.
가상현실을 통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멋진 자연이나 문화적 체험의 폭도 훨씬 넓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유튜브를 통해 돈 한 푼 없는 사람도 좋은 음악, 영화, 강좌 등을 볼 수 있는 것처럼요.
가상현실을 시각이나 청각적으로뿐만 아니라 후각, 미각, 촉각, 우리의 모든 감각에서 가능하게 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던데 한 가지 흥미로운 연구 결과는 우리의 감각이 달라지면 우리의 몸이 실제로 달라질 수가 있더군요.
예를 들어 후각이 마비되면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몸에서 지방이 빠지는 효과가 나타나는데 만약 가상현실이
어떤 감각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어떤 감각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줄 수도 있다면 이렇게 어떤 감각을
차단함으로써 우리의 몸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요. (예전에 전자코에 관한 다큐를 봤는데 후각을 상실하면
상한 음식을 모르고 그냥 먹을 수도 있고 음식이 타는 냄새나 가스 냄새 등을 맡지 못해 일상생활 속에서 상당한 위험에
처할 수 있으니 살 빼려고 일부러 후각 마비시키려는 시도는 하지 마시길... ^^)
사실 가상현실과 관련해서는 좀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게임 중독처럼 진실이 아닌 것에 몰입하게 만들 것 같다는...)
요즘 과학다큐들을 보며 여러 긍정적인 측면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가상현실이 앞으로 떠오르는 사업 분야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가상현실 콘텐츠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혹은 어떤 가상현실 콘텐츠가 사회를 더 바람직하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어요.
다음 주 목요일에 방송하는 "생명연장의 과학, 텔로미어"도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요.
텔로미어 길이를 연장할 수 있다면 노화가 오는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데 80세나 100세까지도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보여주려나 봅니다. (늙어가는 게 두려우신 분들은 한 번 보시길 ^^)
<EBS 과학다큐 비욘드>는 매주 목요일 밤 9시 50분에 EBS1에서 방송합니다.
이제까지 방송된 모든 다큐를 무료로 다시 볼 수 있어요. (날짜 제한 없음)
다시보기: http://home.ebs.co.kr/beyond_ebs/replay/4/list?courseId=10027453&stepId=10030459
지난 주에 방송한 "진실을 밝히는 힘, 과학수사"도 아주 재밌었어요. (표창원 의원이 진행자로 나오더군요.)
종이컵에서도 지문을 검출할 수 있었네요. (유리컵이나 플라스틱컵만 되는 줄)
유전자 정보로 범죄자의 얼굴까지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도 정말 놀라웠어요.
"로봇,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다, 닥터 로봇", "교통혁명의 신호탄, 하늘 나는 자동차"도 재밌을 것 같아서 오늘 보려고 해요.
"웨어러블 로봇, 강화인간을 꿈꾸다", "전자코, 미래 인류의 생존을 사수하다", "미래 식량, 새로운 먹거리의 탄생"은
예전에 봤는데 아주 재밌었어요. 미래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이 다큐들도 한번 보시길...
2017.09.22 14:35
2017.09.22 14:46
VR도 결국 하나의 도구라 그 도구를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것 같아요.
저는 기술적으로 아는 건 하나도 없어서 수년 내로 어느 정도까지 이런 바람직한 기능들이 가능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알고 그쪽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수록
훨씬 더 빨리 가능해지겠죠.
2017.09.22 16:08
최근에 읽은 '감각의 미래'라는 책에는,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파병 미군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는 과정이 자세히 나옵니다.
이미 임상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어서, 파병 전의 군인들에게까지도 가상현실을 통한 교육이 확대될거라고 하더군요.
고소공포증이나 무대공포증 등의 각종 포비아 극복을 위한 상업적 어플리케이션은 이미 여러 종 출시되어 쉽게 접할 수 있구요.
2017.09.22 16:39
가상현실이 심리 치료의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군요. 사실 심리 장애도 그 사람이 겪은 경험으로부터
생겼을 테니 그 경험을 상쇄할 수 있는 다른 경험을 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 심리 장애를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건 어떤 사람을 개조할 수 있다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서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러네요. ^^
2017.09.22 20:15
2017.09.22 21:56
정말 SF 영화 같은 현실이 다가오는 것 같아요. 지금보다 훨씬 변화무쌍한 세상이
펼쳐질 것 같아 두근두근해요. 10년 20년 뒤에도 세상은 변하지 않고 똑같을 것이고
내 삶도 변하지 않고 똑같을 것이라는 (혹은 나이 들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사는 걸 힘들게 만드는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 세상은 달라져 있고 내 삶도
즐겁고 편안해질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주는 미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저는 삼시세끼 밥 해주는 인공지능 로봇 하나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은데...
(이런 로봇 만들어 주는 사람은 세상 모든 여성들의 축복을 받을 겁니다. ^^)
2017.09.22 22:52
2017.09.22 23:22
숨이 넘어갈 정도의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한다니 텔로미어 길이를 늘이고 싶은 욕구가
뚝 떨어지네요. ^^ (별 노력 없이 젊어지고 싶은데...) 그냥 의학적으로 늘여주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다음 주 다큐를 꼭 봐야겠습니다.
2017.09.22 22:57
2017.09.22 23:31
강자라면 일단 떠오르는 게 권력이 있는 사람이나 돈이 많은 사람인데
저는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이 권력이 없거나 돈이 없는 상태로의 가상현실을
반드시 경험해 볼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그 권력과 돈 때문에
꽤 외로울 것 같거든요. 권력 때문에 혹은 돈 때문에 나를 좋아하고 따르는 건지
권력이 없고 돈이 없더라도 내 곁에 있을지, 누구도 믿을 수가 없어서 외로울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 돈과 권력이 없다면 어떤 삶일지 (가상인데 위험한 것도 아니고)
체험해 볼 거라고 생각해요. ^^
그 외 다른 강자들도 (인종, 국적, 성별 등) 자신의 현재 상태에 만족하는 강자는
의외로 그렇게 많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니까, 그리고 가상이니까
반드시 해봅니다. ^^
(뭐 정 안 하겠다면 어릴 때부터 국가에서 가상현실 의무교육을 실시할 수도 있겠죠.
이건 한눈 팔기도 힘든 교육 ^^)
2017.09.23 02:57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러니 저러니 해도 가상현실이 가장 큰 임팩트를 주는 곳은 아마도 Adult Industry쪽일 겁니다.
가상현실이 그쪽 계통에서 제대로 구현되는 순간부터 아마도 현 사회는 새로운 트렌드나 소비 경향이 생길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2017.09.23 09:33
가상현실이 연애와 성생활, 어쩌면 결혼제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네요.
성적 만족감은 인간에게 굉장히 중요한데 그것을 가상현실을 통해 얻을 수 있다면
애써 현실 사람과 데이트를 하거나 결혼을 해야 할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겠어요.
(출산율 낮다고 난리인데 아무래도 이쪽의 가상현실은 국가가 통제할 듯... ^^
아니면 그냥 정자와 난자로 아이를 만들어버리는 출산시스템이 도입되거나)
노인이나 장애인, 모태솔로처럼 연애할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실제와 유사한 성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은데
이쪽의 가상현실은 중독될 위험이 꽤 크긴 하겠어요.
인간의 감각을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을 갖는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인 것 같아요.
2017.09.24 00:45
2017.09.24 10:33
사실 저도 이 다큐를 보기 전에는 가상현실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가상현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런 다양한 용도를 알게 되니 상당히 관심이 생기네요.
가상현실은 일단 이공계에 계시는 분들이 만들어 주셔야 하는 거니까 그분들이 이런 다큐를
많이 보고 개발 아이디어를 얻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방송매체에서도 이런 기술들이
해외에서 어디까지 발전했고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열심히 소개해 주고 널리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일이든 어떤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여주고 동기를 부여해 주면
훨씬 더 잘 할 수 있으니까... 가상현실도 영화처럼 그 안에 어떤 컨텐츠를 담느냐가 중요할 테고
이 기술이 발전한다면 소설이나 영화 시장을 상당히 잠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작가나 영화감독을
꿈꾸는 분들은 가상현실로 사람들에게 무엇을 경험하게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고... 그런 분들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처럼 가상현실의 시나리오 작가로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수 있다면 훨씬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컨텐츠가 나올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가상현실에 관심을 갖고 어떤 것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한다면 그 분야에
계시는 분들은 그런 걸 만들기 위해 연구를 할 수밖에 없을 테니 가상현실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고요.
2017.09.24 13:24
2017.09.24 16:23
과학 공부를 가상현실로 하면 훨씬 재미있겠어요. 우주로 날아가서 달도 보고 별도 보고...
생물 공부도 실제 동물들과 식물들을 가상현실로 보면서 하면 훨씬 실감나겠죠. 해부도 해보고...
역사 공부도 가상현실로 하면 무슨 드라마 보는 것처럼 재미있겠어요. 타임머신 타고 간 것처럼
영어 공부도 가상현실로 직접 외국인과 일대일로 회화도 할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는 교육열이 뜨거워서 가상현실로 교육혁명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
VR이 어서 '비싸고 허접한 장난감'을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1인입니다. 수년내로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