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빅 리틀 라이즈'

2019.07.05 15:21

겨자 조회 수:938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맘에 들어해서 친해지려고 접근했는데, 여자는 그 남자를 두려워하더라, 이런 사연이 인터넷에 올라올 때가 있죠. 예를 들어 거리에서 모르는 남자가 따라와서 "버스에서 보고 너무 맘에 들어서 따라왔다. 전화 번호 좀..."하고 접근한다든가, 도서관에서 여자가 앉는 자리에 일주일 내내 캔커피를 놔두며 포스트잇을 붙였는데 여자가 무서워하더라, 이런 사연에 붙는 댓글들이 있죠. "그 남자가 정우성이라도 그랬겠냐? 장동건이라도 그랬겠냐?"하는 댓글입니다. 여자들이 못생긴 남자들을 미워하고 차별한다는 소리이고, 못생기면 호감을 표현하기도 어렵다는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이죠. 


그런데 '빅 리틀 라이즈'는 "세상사람들이 보기엔 잘생긴 남자도 한 여자에겐 엄청난 공포일 수 있다"란 걸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이 잘 생긴 남자로 캐스팅된 남자가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스웨덴 발음으로는 스카쉬고드)입니다. '트루 블러드'에서 금발 뱀파이어로 나오는 그 사람입니다. 'What Masie knew'에서 바텐더 겸 여섯살짜리 메이지의 순둥이 새 아빠 역으로 나왔기도 하죠. 키는 195cm라는데 은회색 양복을 입으면 프로포션이 모델 뺨칩니다.  하지만 이 멋진 남자가 주먹으로 셀레스틴(니콜 키드만)의 배를 한 방 칠 때, 키 180cm인 니콜 키드만은 검부러기처럼 바닥에 뒹굽니다. 1초전까지 매력적으로 보이던 인간의 질량, 부피, 저 만한 크기의 그 인간과 맞서 싸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절망. 하나의 조그만 생물로서 그 앞에 무력하다는 자각이 들죠.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이 물리력에 부서지는 순간을 니콜 키드만은 온몸으로 연기합니다. 또한 이 남자가 남편이라면 얻어맞아도 주변에 이야기하기 힘들거라는 게 납득이 됩니다. 이런 남자라면 주변에서도 너무너무 부러워할 거고, 남들이 보기에 수퍼맨처럼 보이는 이런 남자와 완벽한 가정을 꾸리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거죠. 이 미니시리즈에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단지 얼굴 표정과 각도를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 자상한 아버지, 매력적인 남편에서 괴물 모습으로 변신합니다.  


처음 이 작품에 리즈 위더스푼, 니콜 키드만, 그리고 메릴 스트립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과연 이런 드라마를 볼까보냐 하고 코웃음을 쳤습니다. 캘리포니어 몬터레이면 부촌 중에서도 부촌이예요. 분명 돈많은 여자들의 자매애에 대한 이야기겠지. 돈이 넘쳐 주체못하는 여자들의 인생상담을 내가 왜 들어줘야하지? 하고 생각했죠. 단지 메릴 스트립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서? 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1화를 틀어보고는 모골이 송연했죠.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전작은 '트루 블러드'인데, 가난한 루이지애나의 시골에도 부유한 몬터레이에도 괴물은 있기 마련이고, 이 사람의 신체조건은 그 괴물을 전달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모두들 전심전력 연기하고, 특히 메리 루이즈(메릴 스트립)은 자기 맘에 안드는 며느리의 세계를 야금야금 먹어치웁니다.  


p.s. 이규제큐티브 프로듀서 중 한 명이 니콜 키드만입니다. 끔찍하게 잘생긴 남자로 소문난 톰 크루즈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사람이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18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192
121488 프레임드 #242 [6] Lunagazer 2022.11.08 140
121487 오늘 달 [2] 가끔영화 2022.11.08 204
121486 [스크린 채널] 스펜서, 비올레타 [7] underground 2022.11.08 313
121485 [최신스릴러바낭] 왓쳐, 오펀: 천사의 탄생, 스마일 [4] 폴라포 2022.11.08 432
121484 내일 블랙팬서2 개봉 [5] 분홍돼지 2022.11.08 263
121483 프라이드 영화제 '파이어 아일랜드(2022)', '세친구(1996)' [3] ally 2022.11.08 254
121482 영화 헬홀 감상(스포포함) [1] Tuesday 2022.11.08 284
121481 파양에 반대한다 [17] 세멜레 2022.11.08 852
121480 말모이 (2018) catgotmy 2022.11.08 135
121479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를 띄엄띄엄 보고(스포) [1] 예상수 2022.11.08 278
121478 슈룹 7회,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프랑스판 [6] S.S.S. 2022.11.08 510
121477 한동훈 닮은 일본 개그맨 catgotmy 2022.11.08 330
121476 NBC뉴스 '한국정부는 부끄러운 사건들을 검열하고,지우고, 잘못기억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11] 사막여우 2022.11.08 721
121475 (스포)[자백] 보고 왔습니다 [2] Sonny 2022.11.08 387
121474 [영드] 파더 브라운 [12] 2022.11.07 590
121473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2.11.07 607
121472 <리사와 악마>,<empire of pain> [8] daviddain 2022.11.07 406
121471 남들 하는 건 다 해 봐야? [16] thoma 2022.11.07 710
121470 프레임드 #241 [2] Lunagazer 2022.11.07 121
121469 적선지대 (1956) catgotmy 2022.11.07 13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