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


 개봉 당시엔 포스터만 흘깃 보고, 액션물(!)인줄 알았습니다. '설리' '강' '기적' 어떤 단어에도 호감이 가지 않았어요. 제겐 제목이 안티였던 셈입니다.

나중에 영화 소개 팟캐스트에서 '잔잔한 재난 영화'였나.. 여튼 그런 표현을 들었는데, 그 때 비로소 궁금해졌고, 무엇보다 OST가 너무 좋아서 한동안 최애 백색소음으로 사용했습니다.

 

 VOD로 집에서 봤습니다.

 

기내에 물이 차오르는 장면에선 저도 정말 흠칫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여전한 국민적 트라우마겠지요. 당시에 영화관에서 봤다면...좀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족 : 하필 그 당시에 이 영화도 개봉했고,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도 바다 속에 가라앉은 배가 나왔죠. 그걸 보며, '커다란 거인이 되어 배를 들어올리는 상상을 해'라는, 유가족의 편지 구절이 생각나서 마음이 저렸습니다. 영화 속에서 특정 하루를 반복하며 매번 응징하는 설정에 대해 김혜리 기자님이 '너무나 되돌리고 싶은 어떤 일에 대한 간절함이 만들어낸 상상' 비슷한 표현을 쓰셨던 것도 기억났고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건, '혹시 나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었으면 어떡하나' 끊임없이 질문하고 돌아보는 주인공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신만만함, 독단적 카리스마, 누구보다 더 대단한 결정을 내리고, 이 길이 혁신이다, 나를 따르라! 장담하며 나아가는 캡틴들의 모습을 얼마나 많이 봐왔던가요.

불안한 세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인 우리들은 그런 리더쉽을 가진 지도자를 기다리기도 하죠.


그런데 이 주인공은 반대에요. 

책임을 다하지만, 자신의 행동과 판단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않죠.

자만하지만 책임은 다하지 않는 사람들만 주구장창 보다가 이런 캡틴을 보고 나니, 

낯설었고, 하지만 너무나

고마웠어요.




<땐뽀걸즈>


역시 제목과 포스터가 안티일 뻔 했습니다.ㅎ

그러니까 이 영화에 대한 선입견은,

-> 해맑지만 딱히 꿈은 없는, 가진 건 젊음뿐인, 게다가 여자인, 발랄한 십대들이 (이걸 다 줄여서 반도에선 '여고생'이라고 하죠 아마-_-) 처음으로 춤이란 걸 추며 꿈을 키워가고 그 과정에서 싸우기도하고 누군가는 가정사도 있고 누군가는 짝사랑도 하고 그게 얽혀서 2/3 지점에서 갈등을 만들지만 결국 화해하고 다같이 '포기하기엔 아직 젊으니까^ㅁ^!! 를 외치며 대회장에 들어서고, 경쟁팀들에 잠깐 주눅들지만 아니야! 최선을 다했잖아! 우리만의 매력을 뽐!내!보!자!고 손모아 화이팅..뜨거운 조명 아래..숨멎는 순간에서 시작되어 마침내 어려웠던 기술을 성공해내고! 햇살을 향해 점프하며 끝나는 발랄한 성장기! 

........

딱 이런 느낌이잖아요? 그런 건 이미, 다 봤다고 생각했거든요.


KBS다큐의 내용을 영화로 재편집한 것이라고 하지요.

의외로 많이 웃었고, 개인적으론 의외로 또 많이 눈물이 났어요.


예전에 다큐 영화 <목숨>이 있었죠, 죽음을 다룬 그 영화에 의외로 명랑한 요소들이 있었는데, 인물들 덕분이었어요. 한 사람 한 사람 각자 개성이 있고, 이야기를 갖고 있는 거죠. 그게 만나니 또 이야기가 되고요. 어쩜 저렇게 사랑스러울까, 어떻게 저렇게 해맑을까, 어떻게 저런 태도를 가질까, 라는 생각이 들어 자꾸 들여다보고 싶어졌어요.

<땐뽀걸즈>에도 그와 비슷한 마법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남들은 어렵고 고되니까 지나치는 길을 자기의 일상으로 하면서, 너무 맑은 눈빛을 가지고 있어서 보는 사람을 흠칫 놀라게도 하는데 마냥 '성인'은 아닌 게 그 사람이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그런데 유머감각까지 있으면 이건 뭐 당해낼 재간이 없지요.

(극영화였다면 전부 다 2배로 오버사이징되었을만한=ㅂ= 특성들이죠;)


또 하나, 이 영화를 칙칙하지 않게 만드는 건 색감인데요, '아날로그 파리'필터를 쓴 것 같은 인스타 감성의 청순한 느낌. 그게 현실을 '포장'하는 표백제였는지, 내용을 잘 담기 위한 딱 맞는 그릇이었는지는 의견이 갈릴 것 같습니다. (본판을 왜곡하는 필터로 쓰인 건 어느 정도 있지만 본래 필터라는 건 찍은 사람이 그걸 어떤 마음으로 보고 있는지까지를 담아내는 기능을 하죠. 혹은, 어떠한 느낌으로 보이고(보여주고) 싶은지.)


청춘영화들은 보통 젊음의 아름다움을 강조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애정하게 되면서 오히려 이들이 아직 너무 젊은데, 어린데, 그래서 눈물이 많이 나기도 했습니다. 



인생극장은 너무 힘들다, 스윙걸즈류 영화는 이미 다 봤다, 싶은 이유로 제껴놓으신 거라면, 한 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


다큐입니다. 다큐입니다. 다큐입니다. 반드시 이걸 알고 가셔야 합니다.ㅋㅋㅋㅋㅋ

왜냐면 전 아멜리에같은 프랑스 극영화를 기대했었거든요.ㅋ


자폐증을 가진 인물과, 그의 부모님, 형이 나옵니다.

디즈니 영화가 그들에게 어떤 의외의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제 성인이 된 그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까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무겁거나, 감정적으로 힘들게 하진 않아요. 디즈니와 연관된 내용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고요.


 이 영화에 대해선 다소 불만이었던 점이 하나 있는데, 카메라의 과도한 클로즈업과 앵글이었습니다. 굳이 그렇게 아주 가깝게, 정면으로, 여러 번 찍어어야 했을까요? 영화는 인물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태도를 취하는지 몰라도, 대상화하고 신기하게 쳐다보(라)는 느낌이 들어 멸 번 불쾌했습니다. (방 안 침대에 앉아 얘기하는장면도, 꼭 그렇게 '비일반성'이 돌출되는 앵글로 담아야했을까요?)


 불만까진 아니고 아쉬웠던 건, 나이브한 구성입니다. 제작진이 영화를 만들게 된 감흥이 영화로 매끄럽게 구현되진 않은 것 같았거든요. 명징하지 못하고, 다소 얕다는 느낌을 줍니다. 소재가 부족했다면 부피를 줄이고 안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사실 소재가 부족해보이지 않았고요. 홈비디오로 직접 찍었던 영상, 현재 인터뷰 영상, 작화, 디즈니 필름들, 이야기 속 이야기.. 쓰인 건 많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장점을 꼽자면, '이야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자폐증으로 세상이 닫힌 그는 '디즈니'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이것이 원래 '이야기'가 가진 기능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린 옛날옛적 호랑이를 만나지도 못하고, 바다 건너 어떤 공주님이나 굉장한 악당도 실제 만나지 않지만,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는 배우게 되죠.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것도 그렇고, 커서 소설을 읽는 것도 그래요.

  

 세상에 예술이란 게, 허구의 이야기라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 라는 무력감에 빠져봤거나, 혹은 그 질문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열어두셨다면 

이런 소중한 사례(?)도 있었다는 것을, 그에게 직접 들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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