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 감상기(스포일러 없음)

2019.07.15 13:00

ally 조회 수:1590

작년에 개봉한 <유전>을 너무 감명깊게 본 데다가 얼떨결에 플로렌스 퓨의 팬이 되었기 때문에(레이디 멕베스! 리틀 드러머 걸!!) 개봉하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미국인 커플이 스웨덴 시골의 지역공동체 축제에 참여하면서 인생을 뒤바꾸는 체험을 한다쯤으로 요약할 수 있는 줄거리만 보아도 그 축제에서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건 다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유전>을 보면서도 느낀 그 찜찜하고 암울한 예감이 예상대로 다 실현이 되는데 감탄했습니다.

 

두시간 반짜리 러닝타임이 좀 과한게 아닌게 싶었지만 하나도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필요한 절차를 밟아가면 마지막까지 걸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첫 화면의 일러스트 한 장이 영화 줄거리 전체를 요약하는 미술 파트의 중요성에서부터, 소품, 의상, 음식까지 디자인된 디테일도 맘에 꼭 드는 영화입니다.

 

90년에 한번 열린다는 축제의 정체는 뻔하다면 뻔하지만 그냥 이유없이 잔혹한 게 아니라 나름대로 원시종교적인 당위성으로 벌어지는 거라서 흥미롭고요. 원래 이런 영화는 어둠을 틈타서 꽉막힌 방에서 무서운 일들이 슬쩍 보이는게 특징인데 환한 백주대낮에 넓은 공간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걸로 설정을 해서 그게 더 으시시한 느낌을 줍니다.   

 

가족의 비극과 도움 안되는 남자친구 때문에 괴로워하는 우리의 주인공 플로렌스 퓨는 좀 황당할 수 있는 줄거리를 붙잡아주는 감정적인 축을 충분히 해 주고요. 감독은 이 영화를 커플이 깨지는 이야기라고 설명하기도 했는데, 우리의 주인공은 재수없는 남자친구를 걷어차고 진정한 운명의 상대를 만난 거라고 제 맘대로 해석해 버렸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9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5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693
121438 [시즌바낭] 소리소문 없는 K-호러 앤솔로지, '미드나잇 호러: 6개의 밤' 잡담 [2] 로이배티 2022.11.03 526
121437 이태원 현장인력들을 "압수수색"하는 윤석열 정부 [8] Sonny 2022.11.03 1079
121436 돌발영상(오세훈, 윤석열, 한덕수, 용혜원) [1] 왜냐하면 2022.11.03 539
121435 [디즈니플러스] 예쁜 쓰레기... 가 아니라 '스크림 퀸즈' 시즌 2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2.11.02 671
121434 (노스포) [자백]의 배우들 [7] Sonny 2022.11.02 539
121433 어른의 논리(그리고 새 생명에게) [4] 예상수 2022.11.02 365
121432 프레임드 #236 [6] Lunagazer 2022.11.02 126
121431 욱일기와 자위대 깃발은 다르다? [3] 분홍돼지 2022.11.02 421
121430 아 참 별일이야 [5] 가끔영화 2022.11.02 367
121429 일본의 현대사 인식 다이쇼 시대 catgotmy 2022.11.02 182
121428 하다 하다 이젠 어린이놀이터까지 노키드존? [6] soboo 2022.11.02 743
121427 뜯겨서 버려진 윤석열 조화 [1] 사막여우 2022.11.02 729
121426 인종을 색깔로 표현할때 [2] catgotmy 2022.11.02 322
121425 언론의 보도행태 유감 [28] 타락씨 2022.11.02 1032
121424 [듀나인] 사당역 일대에 단체로 모여 토론할 만한 장소 [4] 2022.11.02 270
121423 이번 사태로 외국인 반응이 우려됩니다 [6] 모르나가 2022.11.02 724
121422 [펌] 이태원에 왜 갔냐고 하지 마세요.twit [2] 사막여우 2022.11.02 750
121421 [넷플릭스] 엔터갤럭틱, 와우. [4] S.S.S. 2022.11.01 397
121420 [핵뻘글] 요즘 주식하는 사람 마냥 하루에 몇 번씩 멜론 차트를 봅니다 [9] 로이배티 2022.11.01 649
121419 타락씨님 이제 그만 좀 하십시오 [26] Sonny 2022.11.01 163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