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다이어트

2019.04.17 17:47

흙파먹어요 조회 수:798

덮어 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말도 있지만, 덮어 놓고 먹다보니 글쎄 돼지꼴을 못 면하게 생겼습니다.
뱃살을 빼려 달렸더니 얼굴살이 빠지더라는 인체의 신비와, 결국 오각형이 되어 되돌아온 역삼각의 원대한 포부.
라면 따위 어떤 맛인지 알지 않느냐며 허벅지를 꼬집으며 잠들었건만, 이튿날 라면 먹고 잤냐는 소리나 듣는 가슴 저릿해오는 애통함.
어제는 침대 위를 뒹굴다 단추가 툭하고 떨어지더만, 오늘은 잡아먹기 딱 좋게 생겼다는 말을 듣게 된 비극.

이 파렴치한 숙명의 원인이
오직 노력 성실만이 주린 배를 구원하리라는 조국 근대화의 신화를 계명처럼 어깨에 이고 살아 온 인생이기에
오늘도 피 토하기 좋은 날이라며, 이러다 죽지 싶을 때까지 쇳덩이만 냅다 들어올린 무식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멀어져가는 스키니의 꿈만큼 오늘도 착실히 쌓여가는 승모근의 두께와는 별개로,
북방에서 발원한 조상의 수난이 핏줄에 단단히 각인 된 저효율 고연비 생존전략.
주린 자식을 뒤로한 채 식량을 찾아 설원을 향해 내딛던 시절의 서러운 기억이 여즉 눈가에 남아
모닥불을 피워 놓고 주린 배로 추었던 절실한 풍요의 춤을
신화적 가난 따위 진작에 떨쳐낸 지 어언 수십 년이건만,
그들의 후손도 주린 배를 움켜쥔 채 깊은 밤 체지방의 신명께 눈물로 빌고 또 빌며 추게 되버린 것입니다.
대를 이어 짊어지게 된 가족 잔혹극.
당장에 차린 적 없는 제삿상이라도 걷어차 버리고 싶은 저주 받은 육신의 죄업.

인스타그램을 보니, 제 키에 옷발이 받는 몸무게라고 66kg을 적어놨더만요.
그저 단순히 아.. 이것이 인싸들의 체형인가 싶다가도,
얼마나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를 작아져야만 저 좁고 좁은 문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그저 한숨이.

그러나 운명에 스크래치 긋는 마귀는 핏줄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공만 들어갔지 쌓는 족족 무너져버리는 탑을 부여잡고
공수된 간식 앞에 눈을 돌리는 저를 보며 날리는 누군가의 한 마디.
"살 빼려고?"
정말이지 악-마 같은 목소리로.
이어지는 삼연타.
무슨 다이어트야. 포기해요 편해.

이쯤 되면 다이어트가 아니라 거의 투쟁인 겁니다. 공격하자 바스티유에요
그래, 열심히 비웃어라 이것들아
나도 이번 여름에는 배에 표의문자 하나 자랑스레 새길 거야. 해서 아가씨를 꼬셔야지.
뒤의 거는 과연... 잘 될지는 모르겠다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2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8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78
126044 부끄러운 이야기 [2] DAIN 2024.04.23 376
126043 [티빙바낭] 뻔한데 의외로 알차고 괜찮습니다. '신체모음.zip'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3 296
126042 원래 안 보려다가 급속도로.. 라인하르트012 2024.04.22 236
126041 프레임드 #773 [4] Lunagazer 2024.04.22 64
126040 민희진 대표님... 왜그랬어요 ㅠㅠ [8] Sonny 2024.04.22 1282
126039 미니언즈 (2015) catgotmy 2024.04.22 87
126038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스위트 아몬드, 라떼 catgotmy 2024.04.22 88
126037 최근 읽는 책들의 흐름. [8] 잔인한오후 2024.04.22 378
126036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4.04.22 40
126035 눈물의 여왕 13화?를 보고(스포) [2] 상수 2024.04.21 328
126034 [왓차바낭] 선후배 망작 호러 두 편, '찍히면 죽는다', '페어게임' 잡담입니다 [10] 로이배티 2024.04.21 256
126033 프레임드 #772 [4] Lunagazer 2024.04.21 43
126032 LG 우승 잔치는 이제 끝났다… 3년 뒤가 걱정이다, 구단도 냉정하게 보고 간다 [5] daviddain 2024.04.21 206
126031 [넷플릭스] ‘베이비 레인디어’ 굉장하네요 [10] Gervais 2024.04.21 1004
126030 [왓챠바낭] 다시 봐도 충격적일까 궁금했습니다. '성스러운 피' 잡담 [4] 로이배티 2024.04.20 687
126029 프레임드 #771 [2] Lunagazer 2024.04.20 331
126028 비 오는 날 mlb 벤클 영상 daviddain 2024.04.20 375
126027 그냥 이런저런 킹콩 잡담 [1] 돌도끼 2024.04.20 426
126026 페이크 다큐의 먼 조상이자 어쩌면 괴수영화의 성립에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르는... [2] 돌도끼 2024.04.20 577
126025 잡담) 관계의 종말 - 우리... 끝난 겁니까? 그렇단다 인간아 영원한 없는 법이지 [5] 상수 2024.04.20 59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