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행복하면서도 피곤한 달입니다. 갑자기 보고싶던 영화들이 쏟아지는 탓에 정신이 없네요.
앞의 영화 4개는 (존재를 모른 것도 있지만)원작이 있습니다. <아메리칸 메이드>는 실존 인물 이야기지요.

가장 실망한 건 <살인자의 기억법>. 장르적일 것 같으면서도 독특한 설정들이 좋았는데 결말을 제외하면 지루합니다. 설경구, 김남길은 물론이고 기대 안했던 설현의 연기도 좋지만...

<매혹당한 사람들>은 볼 생각이 없었지만 러닝타임도 짧고 배우들이 맘에 들어서 봤어요. 7명의 여자들만 있는 기숙학교에 부상당한 남자 하나가 들어오고 성적 긴장감이 조성되고 유혹이 계속되다 파국을 맞습니다. 역시나 배우들만 남고 영화는 그럭저럭. 그래도 감독의 예전 작품 생각하면 일취월장이죠.

<그것>은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인데, 한가지 단서를 달자면 어린 시절만 다루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원작의 구조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며 맘에 드는 좋은 각색물입니다. 공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아이들이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던 것들과 맞서싸우며 성장하는 작품으로 보는 게 좋습니다.
다만 <에이리언 커버넌트>와 마찬가지로 15세 상영등급은 납득하기 어렵네요. 근친강간, 존속살해, 어린아이가 팔이 잘리는 장면, 배에 칼로 글씨를 새기며 괴롭히는 장면 등을 고려하면 말입니다.
사족으로 벤의 성인배우는 크리스 프랫 강추!

<몬스터콜> 역시 볼 생각이 없다가 평이 좋아서 보게 된 예상 밖의 관람영화입니다. 힐링영화라고 많이들 얘기하던데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감성의 작품은 아닙니다. 대신 진실을 직면하게 한 후에 보듬어주는 느낌에 가깝죠.
주인공 소년은 엄마와 단둘이 사는데 엄마가 병에 걸리죠. 밤마다 악몽을 꾸고 나무괴물이 밤 12시 6분에 찾아와 이상한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아픈 엄마 대신 엄격한 할머니의 보호 하에 놓이고, 자신을 버린 아버지도 만나게됩니다. 집안의 기물들을 다 부수고, 괴롭히던 친구를 두들겨패도 어른들은 소년에게 벌을 주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년에게 100년 동안 같이 살고 싶다고 엄마는 말하지만, 소년은 엄마가 죽어서 고통에서 해방되길 바라죠. 밤마다 꾸는 악몽도 여기서 발현된 죄책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무괴물은 소년을 위로해주죠. 생각은 문제 없으며 행동이 중요하다고요.

<아메리칸 메이드>는 범죄물입니다. 국가에게 이용당했지만 그 와중에 마약운반을 하며 실속도 챙기다 파멸하는 인물이죠. 아내 제외한 다른 여자는 돌처럼 본 공처가이자 자식을 사랑한 패밀리맨이라는 점에서 이런 부류의 영화 주인공들과는 다릅니다. 그래봤자 범죄자지만.
전체적인 톤은 유쾌합니다. 톰 크루즈가 맡은 주인공을 서로 체포하려고 마약전담반, 무기담당반, 경찰, FBI가 동시에 들이닥쳐 실랑이를 벌일 때가 압권이더군요.

<베이비 드라이버>도 범죄물이죠. 단 주인공은 빚을 갚기 위해 범죄행위에 가담하고 빚 청산 후 뜨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상황은 점차 예측불허로 흘러가지요.
최종보스가 예상 밖의 인물인 점도 놀랍고요. 역시나 분위기는 유쾌한 편입니다.
무엇보다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영화입니다. 끝나고 나서 사운드트랙을 검색할 수밖에 없더군요.

<윈드 리버>는 진지한 영화입니다.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두고 있지만 영화의 주된 관심은 미국 원주민들의 백인에 대한 적개심 및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 쪽입니다.
놀랍게도 이를 다루는 영화의 태도는 담담한데, 이게 최근 극단적이고 선정적인 묘사로 논란이 되곤 하는 한국영화들과 대척점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의 강간 장면은 등장하지 않고 피해자 엄마가 칼로 자해하는 장면은 멀리서 보여줍니다. 피해자 아버지가 울 때에는 다른 사람들이 그의 울음소리를 들을 뿐 눈물 흘리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3년전 비슷한 사건으로 딸을 잃은 주인공도 눈물이 맺혀있는 모습만 보여줄 뿐 눈물 콧물 흘리며 대성통곡하지 않습니다. 이런 절제된 묘사가 밋밋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사려깊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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