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PIAAC 리포트

2018.01.03 17:06

겨자 조회 수:1141


이 기사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실업률은 3.7%로 낮은 편이지만, 유독 청년 (15-29세)실업률만 2013년 이후 약 10% 정도로 높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1) 현재 우리나라의 열다섯살에서 스물아홉살의 역량은 똑똑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다른 나라의 최상위권/최하위권의 역량 차이와 비교해) 그 차이가 적은 편이고 2) 이런 중간층에 속하는 일자리가 정보화로 인해 빨리 줄어들고 저숙련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KDI의 최경수 연구위원은 "동질적으로 양성된 청년들"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기사는 한국의 1] 교육문제, 2] 산업구조 문제 두가지를 드러냅니다. 1]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평준화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뤘습니다. 즉 제일 역량이 낮은 학생들의 수준을 끌어 올려서, 어느 일정 수준에 올려놓는 데에는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월성 교육이 안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역량이 좋은 학생들을 더 잘하게 앞으로 쏘아올리는 교육이 안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2] 두번째로 이 기사는 한국 산업구조 문제를 드러냅니다. 현재 한국의 산업은 비슷비슷하게 교육한 젊은이들을 충분히 고용해내질 못합니다. (그렇다고 탁월하게 교육받은 젊은이들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합니다) 그러면 젊은이들이 버틸 만큼 버티다가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를 잡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십대 젊은이들은 삼십대가 될 때까지 버팁니다. 휴학도 하고 연수도 가고 대학원도 가고 고시에도 도전하면서 고임금 일자리에 진입할 한 번의 기회를 노립니다. 그러다 삼십대가 되면 그때는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로 타협하고 들어가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를 잡으면 다시 고임금 고숙련 일자리로 옮기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사무직, 생산직 등 중간 수준의 일자리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일자리가 공무원인데, 그래서 공무원이 박터집니다. 이제까지 초중고 교육을 성실하게 수료한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공무원 일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아무나 공무원 시험을 통과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하위 공무원 일은 해낼 수 있습니다. 시험을 통과한 사람과 통과하지 못한 사람의 역량 차이는 고만고만한데, 시험을 통과했을 때의 금전적 보상과 통과하지 못했을 때의 운명은 너무나 다른 상황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공무원 일자리만 늘리면 공무원 조직은 방만해지고, 조직이 방만해지면 민간의 프로젝트를 뺏어오거나 예산을 남용하는 일이 생깁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고만고만한 젊은이들을 많이 고용할 수도 없지만, 탁월하게 교육받은 젊은이들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윗사람들의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에 대해서 공부해서 한국 기업에 들어가도, 윗 사람이 시키는 일만 하다가 실망해서 퇴사하는 경우를 빈번하게 보았습니다. 이런 걸 내가 배워왔다고, 대박칠 것 같다고 꺼내놓으면, 우리 회사의 금전을 배경으로 한 탕하고 먹튀하려는 거 아니냐 하고 색안경 끼고 보는 일이 허다합니다. 보통 대박칠 만한 아이템을 기술자들이 내놓으면, 매니저가 승인하고, 그 매니저가 승패의 책임을 져야하는데, 매니저는 책임을 안지고 대박터뜨리면 공만 챙겨갑니다. 


  • 한국 조직의 윗 사람들 역량이 떨어진다는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한겨레 기사는 KDI의 '청년 실업률은 왜 상승하는가?"라는 보고서를 풀어 쓴 기사입니다. 그리고 이 KDI 보고서는 OECD PIAAC 리포트에 기반해 쓴 것입니다. 데이터는 여기한글판은 여기있습니다. 보기 좋은 pdf는 여기 있습니다. 이 OECD PIAAC 리포트에 대해서는 조선일보가 2016년 2월 18일에 기사를 낸 바 있습니다. 


이 OECD PIAAC 보고서는 열여섯살에서 예순다섯살까지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세가지 역량을 잰 것입니다. 이 세가지 역량은 1> 언어능력, 2> 수리능력, 3>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입니다. 이 능력에서 한국인들의 역량은 20세에 피크를 찍고, 35세부터는 OECD 평균 이하, 55세에는 OECD 최하위권이 됩니다. 다른 국가는 이렇지 않습니다. 역량의 피크가 좀 더 늦게 옵니다. 


달리 보자면 한국인들은 대학입학 시험을 위해서 역량을 최고조로 올린 다음, 직장에 입사한 다음 점점 역량을 잃는다는 뜻입니다. 특히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력이 피크를 찍는 시기가 겨우 스물다섯살입니다 (In general, proficiency in problem solving in technology-rich environments peaks at around age 25.) 게다가, 교육 수준에 따라서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력이 별 차이 안납니다. (이 리포트 44쪽 그림 2-12를 보세요) 중졸이나 대졸이나 문제 해결능력이 급격한 차이가 없습니다. 고졸이 중졸이하보다 컴퓨터 기반 문제해결력이 오히려 낮습니다. 대졸과 석사 이상의 차이도 미미합니다. 이 리포트의 12쪽을 보면, 한국의 젊은 세대 (16-24)와 노년 세대 (55-65)의 언어능력은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의 윗 사람들은 이른바 586으로 요약되는 50대들입니다. 언어능력, 수리력, 문제해결력에서 OECD 최저 레벨인 사람들이, 이 세가지 역량 면에서 최고인 세대들을 채용하는 결정을 하고, 일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이 세대가 은퇴할 날이 아직도 10-15년은 더 남았습니다. 특히 문제해결력이 낮다는 게 가장 절망스럽습니다.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문제해결을 한다 (work is problem solving)는 뜻입니다. 물론 문제해결에 상업적 가치를 붙이는 것은 또 다른 단계를 요구하긴 합니다. 그런데 문제해결 능력이 안되니 일자리 창출을 할 수가 없습니다. 


  •  그러면 무엇을 할 것인가?

OECD 리포트를 보면 스킬 미스매치를 해소해야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홍춘욱 박사도 한 번 포스팅을 쓴 적이 있네요. 간단히 말해 인문계열은 공급과잉이며 공학계열은 공급 부족이란 소립니다. 이공계가 그나마 답입니다. (특히 여자분들에겐 더 그렇습니다. 앞으로는 문과 일자리가 더 없어질 예정이고, 여성들이 문과 전공을 많이 선택하는지라, 여성들이 더 가난하게 되는 미래가 열릴 수 있다고 요즘 미국에서 걱정들입니다. 왜냐하면 기술발전으로 인해 노동 수입이 STEM 전공자들에게 극단적으로 치우치게 분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자들이 의도적으로 이공계를 왕창 선택해야, 남녀간 소득차가 조금 나아질까 말까 합니다.) 


또한 이미 OECD 리포트에는 summary and policy implications가 곳곳에 잘 나와 있습니다. 이 policy implication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길어지니까 여기서는 더 이야기하지 않고 줄입니다. 


일단 제 머리로는 성인 재교육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지금 학령인구가 줄어든다고 난리인데 대학들이 학령인구를 지난 성인들의 평생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하고, 이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질을 엄격하게 관리해야할 것 같습니다. 잘못하면 학위 장사로 전락하기 좋을 것이니까요. 



P.S.1.

참고로 미국은 반대로 수월성 교육은 되는데 평준화 교육이 안됩니다. 2016년 4월 29일 뉴욕타임즈를 보면, 같은 동일학년의 학생이 학군에 따라 4학년 만큼의 역량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여기서의 동일학년은 6학년 (한국의 중1)인데, 같은 중 1이라 할지라도 어떤 학군은 이미 고 2 수준을 가르치고, 어떤 학군은 한국의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을 가르친다는 뜻입니다. 보통 한국에서 1-2년 살러 오는 주재원들이나 방문교수들은, 위 링크에 나온 최고 학군들 중 한 군데를 골라서 거주합니다. 따라서 미국에서도 최고의 학군을 즐기다 가고, 그래서 미국의 교육이 한국의 교육보다 낫다고 단정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평준화 교육이 안되는 미국의 상황은 또 다른 많은 문제를 만들었습니다만, 그 문제는 여기선 일단 이야기하지 않기로 합니다. 


P.S.2 

이런 상황에서 기업 인터뷰는 누가 더 빽이 많은가를 따지는 도구가 됩니다. 예전에 캔자스 대학 김창환 교수가 비슷한 내용을 이렇게 쓴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면접이 형식적이었기에, 그 짧은 면접에서도 황당한 행동을 하는 아웃라이어를 솎아내는 기능만 담당하였다. 아니면 면접은 동원가능한 인맥, social capital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어차피 최종 면접까지 올라온 인력의 능력은 비슷하기에 social capital이 좋은 (즉, 빽이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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