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31 03:36
1. 별점이 워낙 높기에 본 영화입니다. 로빈과 다이애나는 1950년대 사람인데, 스물여덟살의 나이에 로빈이 소아마비에 걸려 목 아래부터 발끝까지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호흡도 혼자 할 수 없어서 목에 구멍을 뚫고 기계로 호흡을 해야하죠. 죽기를 바라는 로빈에게 다이애나는 살라고 합니다. 테디 홀이라는 발명가가 만든 (아마도) 최초의 호흡기를 부착한 휠체어를 타고, 로빈과 다이애나는 여기저기를 방문하며 이 휠체어 보급에 나섭니다. 클레어 포이와 앤드류 가필드가 주연으로 나온 작품이죠. 영국적 낙관주의가 충만한 작품이예요. 질병을 신의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인간의 이성으로 상황을 좀 더 낫게 만들려고 하죠.
이 작품 후반부에 주인공 로빈은 독일의 병실을 방문합니다. 완벽한 기계 통 속에 전신마비 환자들이 첩첩이 쌓여 있습니다. 로빈은 학회에서 연설을 하면서 저 사람들을 죄수처럼 가두지 말고 자유롭게 해주라고 하죠. 왜냐하면 그냥 숨을 쉬는 것보다 중요한 것도 있으니까요.
2. 이틀전에 화가 나서 글을 올렸어요. 제가 큰 병에 걸렸을 확률은 객관적으로 보아 낮아요. 제가 화가 난 부분은 두 가진데, 첫째는 죽은 사람/늙은 사람/약한 사람 취급받았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둘째는 제가 처리해야할 일이 줄기는 커녕 많아졌다는 거예요. 보험 찾고 약관 확인하고 유언장 업데이트하고 급전 찾아놓고 병원 예약 잡고. 식료품 사고 청소하고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휴가가 필요하니까 일은 미리 해놓고 가야하죠. 그런데 그런 것보다 약한 사람 취급 받은 게 화가 났어요. 누가 저 대신에 저에 대한 결정을 내리라고 권한을 줬느냔 말이예요. 정당한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건강이 지금 뭐가 중요해, 하고 생각했지요.
고등학교 때 노인의 네가지 고통에 대해서 배웠어요. 빈곤, 고독, 질병, 무위가 그것인데, 이걸 가르치던 선생님이 꼭 기억해두라고 했습니다. 이건 꼭 대입에 나올거야. 왜인지 아니? 제출자들이 다 나이먹은 사람들이잖아. 그 문제는 대입시험에 안나왔어요. 이 나이에 제가 서럽다는 생각이 들면, 저보다 나이든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노여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마음이 괜찮네요.
3. '브리드'에서 휠체어 만드는 장면에서 깔리는 Triumphal March 입니다. 오페라 아이다에 나온 곡이라는군요.
https://youtu.be/l3w4I-KElxQ
2018.03.31 11:03
2018.03.31 16:13
이런 이야기가 있더군요.
낯선 나라에 가서 개인이 직접적 체험으로 해당 국가 노인의 삶의 행복도?를 가늠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
그것은 시내 트렌디한곳(핫플레이스)을 다니면서 노인을 많이 볼 수 있는 나라라면 그들의 삶의 질이 좋다는 징표이고
장애인이고 노인이고 잘 보이지 않는 나라는 그만큼 그들의 삶의 질이 엉멍진창이라는 증거다.
유럽 도시의 핫플레이스를 다녀보면 젊은이들만큼 노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반면 그런 잣대로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보면....;
말씀하신걸 들어보면 미국도 사정은 별반 다른거 같지 않아 보입니다.
이게 신자유주의 종주국과 추종국이라 그런건가....
2018.03.31 17:53
2018.04.01 00:19
앗 이런 실수를. 고쳤습니다.
영화 찾아보고 싶네요.
노인들이 계속 노여워할 힘이 있을까요.
오늘이 30일인줄 알았는데 말일이네요.
뭐 사다 놓은거 유통기한이 4월 1일인데 그생각으로 말일이 맞구나,
아 난 한심하다.
오페라 스케일 엄청나네요.
동영상 광고에 때는 놓쳐도 한끼는 놓치지 않는다 난 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