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층간소음 경험기

2018.06.30 02:09

너구리쿤 조회 수:2800

그리 크진 않지만 살기에 나름 아담한 아파트로 이사온지 거의 반 년 정도 되어가는 것 같아요. 원룸 생활만 하다가 아파트 생활은 처음이라 여러가지로 신경 쓰이는 게 많았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그 유명한 층간소음 문제였죠.

사실 지금까지는 별 탈 없었는데, 저번주 금요일이었나? 아마 주말을 앞둔 평일 밤이었을 거예요, 그 때도. 혼자 거실에 누워있는데 느닷없이 노랫소리가 들리는 게 아니겠어요? 그냥 노래도 아니고 노래방 간주에 맞춰서 부르는 노래 소리욬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엔 윗집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옆집이더라고요. 근데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어떤 가수의 어떤 노래를 남자가 부르는지 여자가 부르는지가 다 들리는 수준이고, 또 그냥 혼자 부르는 게 아니라 주말 맞이 친구들 대파티를 벌였었나봐요.

그러나보다, 저러다 말겠지 했었는데 일주일 뒤인 오늘 밤에도 저런 노랫소리와 많은 사람들의 리액션이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참다참다 새벽 한 시 반에 나가서 문을 두들겼어요. 근데 웬걸, 바로 나와 사과할 줄 알았는데 1분간 기척이 없더라고욬ㅋㅋㅋㅋ 안에서 비상 회의라도 열었나...

어쨌거나 계속 서있다가 문이 열렸는데, 데면데면 몇 번 얼굴을 보았던 여성분이셨어요. 그렇게 나이가 많지도 어리지도 않은. 근데 전 나오면 가장 먼저 사과를 하던지, 아니면 어쩐 일로 왔냐고 할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나오자마자 대뜸 하는 말이, "소리는 줄였고요. 조용하 할게요"였어요.

개운하지 않길래 제가, "지금 새벽 한 시 반인데 조금 조심해주세요"라고 했는데, 글쎄 돌아오는 말이... "그 쪽 이사할 때도 저희가 참았고.."가 되는 거예요.

아니 진짜 어이가 없어섴ㅋㅋㅋ 제가 진짜요, TV소리나 영화 보는 소리, 하다못해 게임하는 소리도 이해해줄 수 있어요. 저도 영화보는 거 좋아하고, 무엇보다 주말 밤에 아파트 단지에서 할 수 있는 여기 생활이라는 게 별 거 없잖아요. 진짜로 큰 소리의 수다도 이해할 수 있다구요. 근데 노래라는 것은 애초에... 큰 소리를 내는 행동이잖아요. 게다가 노래방 반주기를 샀더라고요!

그리고 저희가 뭐 일주일에 한 번씩 이사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집안 노래 자랑을 여니까. 그래서 제가 "저번주에 김광석 노래도 부르시고 성시경 노래도 부르셨다. 그게 다 들릴 정도로 시끄럽고 주말에 일하는 직종이라 내일 출근해야 한다"라고 반격했는데, 진짜 정말로...

그게 끝이었어요.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그냥 혼자 싱긋 웃고는 들어가 버리더라고요. 문젠 그 이후로도 소리는 조금 줄었을지언정 노래를 그만두진 않았다는 것이 더 충격과 공포. 지금 이 글도 <버닝>의 스티븐 연 대사마냥 뼛속까지 울리는 (옆집의) 베이스 소리를 들으며 쓰고 있어요. 아, 진짜 화나네요...

최소한 사과는 할 줄 알았는데... 이거 다음주에도 이러면 어떡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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