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남자들

2019.03.09 09:55

Sonny 조회 수:2760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부딪히다 보면 대한민국 남자들이 어떤 식으로 머리가 굳고 불쾌한 존재가 되는지 체감합니다.

자세한 업종이나 일은 최대한 언급을 피하겠습니다. 그래도 상관없겠죠. 나이먹은 한국남자들이랑 어디서든 매한가지니까.


1. 요사이 새로운 팀이랑 같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3인 1조로 아침마다 차를 타고 시내 밖으로 쭉 나가야하죠.

차를 타고 가다가 휴게소에 들립니다. 그럼 거기서 음료수를 사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목적지로 갑니다.


그런데 가장 나이가 많은 주임이 사람을 정말 짜증나게 하더군요.
웃는 낯으로 별말 아닌듯 말을 하는데 사람 신경을 긁는 말들입니다. 나긋나긋하게 고집을 피워요.

제가 합류한 첫째날 그가 세명분의 음료수를 사더군요. 감사하다면서 잘 마셨습니다.

이게 뭐 돈드는 것도 아니고... 사회생활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일장연설을 늘어놓았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 밥먹고 난 다음에 그 주임분이 당연히 계산할 줄 알았습니다. 원래 나이든 남자들은 그런 식으로 계산하고, 첫날에는 대개들 그러니까요.

제가 먼저 식당 밖으로 나왔더니 빨리 밥값 계산하라고 하더군요. 식대는 더치라고 이해했습니다. 음료수는 첫날이라 그 분이 쏜 줄 알았구요.

그래서 다음 날 휴게소에서 저는 제 마실 물을 따로 샀습니다. 

저보다 연장자가 음료수 사주는데 전 이거 안먹습니다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계속 바꾸는 것도 구차하잖아요.

첫날 커피를 먹냐고 물어보길래 안먹는다고 했더니 본인이 산 캔커피를 빨리 바꾸려면 바꾸라고 해서 황급히 다른 음료수로 바꿨었거든요...

그런 불상사를 피하려고 그냥 전 깔끔하게 저 마실물 한병을 샀습니다. 

그랬는데 이 분이 세 명분 음료수를 들고 나오면서 왜 저한테 물을 따로 샀냐고 묻는 겁니다.

음료수는 어제만 사시는 줄 알고 오늘 따로 샀다, 감사하고 죄송하다 또 온갖 사탕발림 말을 쏟아내면서 음료수를 받았습니다.

어떤 말이 이어질지 아시겠죠. 

차 타고 가면서 요새 젊은이들은... 개인 플레이는... 사회 생활이란... 팀이라는 것은... 난 매번 이렇게 팀원들을 챙기는데...

내가 그걸 지랄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그냥 말 하면 되잖아요. 아침 음료수는 별일 없으면 본인이 매번 살테니까 따로 자기것 안챙겨도 된다고.

아무도 손해를 안봤고 그냥 각자 자기가 자기 알아서 돈을 썼습니다. 그런데 그 시시한 일로 시속 140킬로미터로 핵꼰대고속도로를 달리더군요.


2. 그 분은 차에서 라디오를 켜놓고 있습니다. 뉴스도 간간이 나옵니다. 

지난 주 날씨는 정말 헬이었죠. 누가 봐도 뿌연 하늘과 목이 매캐해지는 대기 상태...

뉴스에서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보도하고 있었고 저는 기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 주임분이 저한테 말을 하는 겁니다. "미세먼지 심하다 심하다 하지만 옛날엔 더 심했어. 괜한 호들갑이야."

?????????????????????????????????????????????

"뉴스를 잘 가려들어야해. 이런 뉴스들로 국민들로 세뇌하려 한다고. 환경세다 뭐다 하는데 그거 다 결국 우리가 내는 세금 아니야. 정부가 사람들을 위협하는 걸 잘 걸러야한다고."

뭐지... 이거 무슨 몰래카메라인가... 

눈앞에는 온통 희뿌연 하늘이 보이고 사람들은 전부 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뉴스에서도 미세먼지가 심각하다 그러고 도로 전광판에서는 미세먼지 위험을 알리고 있던 상황입니다.

아무리 호불호가 갈리고 세상사에 대한 시각이 다르더라도 날씨만큼은!! 날씨 이야기만큼은 공통된 화제로 써먹을 수 있지 않습니까?

추우면 춥다, 더우면 덥다, 미세먼지가 심하면 심하다!

당신 딸자식을 생각해보란 말입니다... 

당신 세대 우리 세대가 성장이다 뭐다 하면서 공장 다 처짓고 환경 생각안해서 당신 딸들이 그거 다 덤탱이로 쓰고 기관지병을 기본으로 달고 다니게 생겼어요.

속으로 이런 생각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옆에서는 계속 인간의 육체가 적응을 한다 어쩐다...

회사나 국가에 미세먼지 대책 물품을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자기가 과거 오염된 공기를 어떻게 이겼고 저거 다 돈낭비고 하는 걸 들으니 진짜 빡치더군요.

이런 미세먼지에 적응을 하는 게 정상이겠냐!! 그럼 폐가 작살나겠지 이 영감탱구방구야!


노동자가 이런 꼰대마인드를 갖고 있으면 진짜 기업들은 좋겠다 싶더군요. 

이렇게 정신력 강조하면서 제 몸뚱아리를 던지니 얼마나 신나겠습니까?

저런 늙다리들이 결정권을 갖고 있으니까 지금 노동자 처우가 이 지경 이 꼬라지겠고요.

본인이 현장에서 일을 하는데도 저런 개소리를 씨부리고 있으니. 


3. 제가 현재 하는 일은 제가 전에 하던 일과 업종이 다릅니다. 

그걸 묻지 않는 이상 딱히 떠들고 싶진 않습니다. 뭐하러 시시콜콜 말하겠습니까.

그 주임이 제 과거사를 미주알고주알 캐묻길래 할 수 없이 대답했죠. 그랬더니 정말 놀랍게도 제 전직업종을 가지고 요새 이렇다 저렇다 하면서 또 일장연설을...

진짜 놀라웠습니다. 그 주임은 제가 전에 하던 일과는 일푼도 관련이 없습니다. 뭘 제대로 알지도 못하구요.

그런데 그걸 직접 경험했던 저에게 그 일을 제대로 하려면... 어쩌구 저쩌구 저를 가르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성심성의껏 알려드렸죠. 내키진 않았지만.

그런데 제가 정정을 하면 "그래도 그런 게 아냐~" 라면서 계속 본인의 주워들은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아니라고... 요새 누가 그러냐고...  그런데 또 본인은 사람이 어쩌구 말이야~ 사회가 어쩌구 말이야~ 하면서 개똥철학만 강조합니다.

그게 그렇게 만만하고 시시한 생각으로 풀리면 내가 왜 여기에서 당신이랑 일하고 있겠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꾹 참고 듣습니다.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인간이, 본인보다 더 잘 아는 사람한테 그걸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다는 그 자신감에...


그리고 민감한 돈 이야기를 계속 물어봅니다. 얼마 받았냐? 그거 다른 데서는 얼마 받지 않냐? 지랄 내가 알 게 뭡니까.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구요.


4.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 트러블이 있었습니다.

그 주임과 저 말고 중간관리자 급 되는 분이 한 분 있습니다. 사실 실무는 그 분이 다 보는 편이고 주임은 별 다른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 분께서 본인이 혼자 처리할 일이 있으니 일단 차에 들어가서 대기하라고 하더군요. 저는 알겠다 하고 차에 타있었습니다.

주임이 묻더군요. 중간관리자 어디 갔냐고 하길래 혼자 볼일 보러 갔다 대답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자네가 일을 잘못하나보네, 원래 같이 있는 사람이 일을 못하면 그냥 혼자서 다 해버리거든~ 하면서 제 근태를 막 평가하기 시작하더군요.

엄밀히 따지면 저는 그 주임이랑 별로 엮일 일도 없고 딱히 그 분이랑 직접적으로 상하관계도 아닙니다. 다른 중간관리자분과 제가 콤비로 일을 하는 거죠.

그 분은 제 인사평가에 쥐뿔도 영향력이 없습니다. 별로 중요한 사람도 아니구요. 제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업무가 분리되어있으니까. 

제 사수 격에 있는 사람이 지시를 하면 저는 그 지시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 주임은 그걸 가지고 저를 다 안다는 듯이 떠들면서 저 관리자도 지금 자네처럼 예전엔 일 못했는데 말야 어쩌구 저쩌구...

제가 뭘 빠트렸거나 곤경에 처하게 했다면 그런 잔소리 다 감수할 수 있습니다. 마땅한 훈계죠.

그런데 실무를 보는 두 사람이 전혀 아무 문제도 없고 귀찮게 둘이 다니느니 혼자만 할 일 혼자가 분담한다는 거에 상관도 없는 본인이 왜 평가질을 하고 있는지?

설명을 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딱 봐도 혼자 하면 되는 일을 혼자 하러 갔구나 하는 겁니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일하면서 시간만 때우려고 하는데 말야~ 또 연설이 시작됩니다. (사실 업무를 하면서 가장 속편한 건 그 주임입니다)

그리고 진짜 제가 표정관리가 안되는 말을 던지더군요. "그게 다 부모가 잘못 가르치면 그렇게 되는 거거든"

이 때 진짜 뚜껑 열리더군요. 내가 왜 이런 말까지 듣고 있어야 하지? 지를까 말까 계속 고민했습니다.

"자네 같은 친구들이 착하고 엄마말만 잘 들어서 일을 잘 못해. 마마보이 스타일인거지 흐흐. 그래서 가정교육이 참 중요한데 말이야."

꼰대스캐너를 열심히 돌리는데 전혀 맞지도 않습니다. 저는 엄마 말을 너무 안듣는 사람이었거든요. 그게 맞다 쳐도 그러면 안되고.

고생을 별로 안해본 타입이다 말 잘듣고 공부만 하면서 살았다 지랄 쌉소리를 계속 해대는데 도대체 제 인생에 매치되는 게 없습니다. 역대급 돌팔이 점쟁이입니다.

제가 어떻게 살았는지 턱을 붙잡고 프레젠테이션을 해주고 싶지만 망상은 망상으로 끝납니다.


5. 중간관리자랑 저랑 둘만 있는 타이밍이 자주 생깁니다.

그 분은 좀 과묵한 스타일이라 차에서 거의 이야기를 안합니다.

주임이 일장연설을 늘어놓은 다음 저와 단 둘이 있을 때 한마디 하더군요.

"주임님은 말이 너무 많아. 귀에서 피날 거 같애."

그리고 업무가 연속될 수록 그 중간관리자분은 주임에 대해 점점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말이 다 맞대. 난 무슨 말을 해도 맞고 넌 듣고만 있어야 아주."

그 분도 한번 싸웠다고...ㅎㅎㅎ


6. "말이라는 게 말이야, 꼭 말한 것만 담고 있는 건 아니거든?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 그런데 자네도 그렇고 요새 젊은 친구들은 정말 말 한것만 듣고 하려고 하더라고~"

지랄... 우리는 텔레파시 시대에 사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그리고 더 어이없는 건, 그런 말을 한 후에 주임은 꼭 자기 아내 험담을 덧붙이더란 말입니다.

"내 와이프 같애. 내 와이프도 말을 하면 말한 대로만 알아듣거든. 일을 잘 못하고 눈치가 없어. 그래서 엄청 싸웠다고."

뭐만 하면 자기 아내가 말귀 못알아먹고 답답한 사람이라면서 예시를 드는데, 왜 저는 본 적도 없는 그 아내분에게 이입이 될까요? 

진짜 그 아내분이 불쌍하더군요. 저딴 인간이랑 같이 살면서 별 같잖은 잔소리를 다 들어야 할테니 말입니다.


중장년층 한국남자들에게는 불가침의 "전지"가 있습니다.

뭘 하고 뭘 말해도 자기말이 무조건 맞고 짱입니다. 왜냐하면 눈 앞의 상대방보다 자기가 더 살았으니까.

그러니까 어떤 대화를 해도 지 아는 척, 아니면 훈계질로 흘러갑니다. 재미 개뿔도 없는 말을 계속 네네 하면서 듣기를 바라죠.

반박하면? 당연히 싸가지 없는 사람이 되죠. 왜냐하면 자기는 무조건 맞는데 그걸 반박해서 기분을 상하게 했으니까.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듭니다. 이 사람들은 진짜 늙었다. 삶의 미래라는 게 없구나.

그러니까 자꾸 타인의 인생에 간섭하고 통제하려고만 합니다. 자기 인생에서 통제하고 개선할 건덕지가 없으니까요.

최선을 다해봐야 현상유지에서 그치는 삶뿐이니까, 삶의 보람을 자기에게 대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조종하는 권력에서 찾습니다.

진짜 한심합니다. 뭔 말을 해도 자기 왕년의 삶과 자기가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에 대한 자랑질, 그리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에 대한 평가질...


딱히 저 주임이란 사람만 그러는 건 아닙니다. 나이든 남자들은 한결같이 저 패턴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진짜 짜증납니다. 한국의 중장년층 남자들이 입만 닥치고 있어도 한국은 훨씬 살기 좋은 나라가 될 텐데요.

저도 나이먹으면 저렇게 될까봐 너무 무섭습니다. 한살 한살 더 먹을 수록 말을 줄이고 좀 더 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정말! 굳건하게! 들었습니다.

나이먹은 남자들이 말하는 사회생활? 웃음만 납니다. 지 기분 얼마나 잘 맞춰주고 원칙없이 아양떨면서 눈치보느냐 이런 지랄이죠.


나이든 한국남자들 진짜 싸가지 없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89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29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672
121248 Robbie Coltrane 1950-2022 R.I.P. [4] 조성용 2022.10.15 257
121247 프레임드 #218 [6] Lunagazer 2022.10.15 133
121246 드롭아웃 [2] daviddain 2022.10.14 307
121245 프레임드 #217 [4] Lunagazer 2022.10.14 135
121244 할로윈 '최종편'이 드디어 공개됐는데 [6] LadyBird 2022.10.14 496
121243 치킨 먹고 남은 닭뼈 분리수거 [13] 예상수 2022.10.14 893
121242 한화 이글스가 비만의 원인 catgotmy 2022.10.14 316
121241 [왓챠바낭] 본격 무책임 SF 풍자극 '듀얼: 나를 죽여라'를 봤습니다 [12] 로이배티 2022.10.14 577
121240 글리치 5회 초반까지 봤어요 (스포 없어요) [4] soboo 2022.10.14 692
121239 프레임드 #216 [5] Lunagazer 2022.10.13 141
121238 9명의 번역가 외 이것저것 [4] 아리무동동 2022.10.13 632
121237 암살 (2015) catgotmy 2022.10.13 320
121236 음바페 건은 재미있게 돌아가네요 daviddain 2022.10.13 492
121235 [왓챠바낭] 90+30분간 숨 참으며 보는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와 '모든 것을 잃기 전에'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2.10.13 661
121234 이맘때면 왠지 [12] 칼리토 2022.10.12 634
121233 Angela Lansbury 1925 - 2022 R.I.P. [2] 조성용 2022.10.12 207
121232 동감(2022) 리메이크 티저 예고편 [3] 예상수 2022.10.12 442
121231 천원짜리 변호사 이덕화 변호사 포스 [1] 가끔영화 2022.10.12 535
121230 프레임드 #215 [2] Lunagazer 2022.10.12 133
121229 바낭 - 그렇게 아저씨가 된다 [2] 예상수 2022.10.12 39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