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솔직이 이번 애나벨을 엄청 기대했어요. 애나벨 트릴로지(그런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처절한 배틀을 볼 수 있을 줄 알았죠.  시리즈의 주인공인 워렌 부부도 나오니까요. 한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애나벨3의 시간대는 대체 어떻게 된건가 싶어서요. 컨저링 유니버스에서 제일 미래 시점인 컨저링2에서도 애나벨은 멀쩡히 살아 있잖아요? 


 그 점을 따져보니 메타적 관점에서 좀 불안했어요. 애나벨3에서 내가 보고 싶어하는 '악마과의 결전'이 나오는 건 힘들 것 같았어요. 왜냐면 애나벨 퇴치는 컨저링 유니버스를 관통할 만한 거대한 사건인데 이런 스핀오프시리즈에서 중요한 사건을 다루는 건 글쎄요? 제작자들은 보통 그러고 싶어하지 않잖아요. 이거 설마 대충 변죽만 올리고 끝날 건가...소품으로 만들어지는건가 걱정도 됐어요.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어요. 워렌 부부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떠나버려요. 그리고 꼬맹이들이 애나벨을 상대하게 되는 구도가 펼쳐지더군요. 흔히 볼 수 있는 '나홀로 집에'류의 사건 전개죠.


 

 2.아니 뭐 신선하다면 신선한 전개예요. '나홀로 집에'같은 영화는 온갖 난장판이 벌어지다가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나서야 부모가 돌아오고, 애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치미 뚝 떼고 맞이하는 구도가 펼쳐지게 되어 있죠. 문제는, 애나벨이랑 창고의 악령들은 해리와 마브가 아니잖아요. 

 

 애나벨과 창고의 악령들은 마브와 해리를 합쳐놓고 곱하기 1억을 한것보다도 위험한 놈들이란 말이예요. 얘네들 가지고 나홀로집에를 찍기엔 적이 너무 강하다고요. 아군은 너무 약하고요.



 3.한번 생각해 보세요. 컨저링에서는 그저 악마숭배자1에 불과했던 배스쉬바를 상대로 온갖 고생을 했어요. 애나벨1에서는 가톨릭 사제가 반신불수가 되었고 사람이 죽었어요. 애나벨2에서는 사람이 여럿 죽어나갔죠. 더 넌에서는 진짜 악마가 등장하는데 악마 혼자서 베테랑인 버크 신부를 가지고 놀았고요. 컨저링 유니버스에 나오는 악령이나 악마들은 하나하나가 존나 쎄다고요.


 그런데 애나벨3의 적 레벨은 지금까지 나온 모든 컨저링류 영화보다 위예요. 질과 양 모든 면에서요. 애나벨 하나만으로도 발락과 동급이상이고 등장하는 악령 하나하나가 배스쉬바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을 놈들이죠.


 지금까지 나온 컨저링 영화들 중 적은 가장 강한데 아군은 가장 약하다면...대체 스토리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작가라면요.



 4.휴.



 5.한데 놀랍게도 꼬맹이들은 악령 하나도 아니고 수십 체의 악령+레알 악마를 상대로 하룻밤을 살아남고 악마를 다시 봉인해버리는 위업을 달성해요. 그리고 그 와중에 한 명도 안죽고요.


 이건 솔직이 애나벨이 봐줬다고밖에 생각이 안 돼요. 컨저링 1에서만해도 악마가 아닌, 그냥 인간이 악령화된 존재 하나를 상대로 온갖 고생을 했잖아요. 내 생각엔 이런 장면이 삽입됐어야 해요. 애나벨이 다른 악령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하는 거죠.


 '이봐, 오늘 상대는 애들이다. 절대로 전력을 다하지 마라.'



 6.컨저링 유니버스의 문제는, 악령들의 목적이 사람들을 해치는 건지 사람들을 놀래키는 건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리고 애나벨3은 지금까지의 모든 영화들 중에 그 정도가 제일 심해요.


 그래도 지금까지는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죽어나가곤 했잖아요. 한데 이번에 나오는 악마와 악령들은 귀신의 집 테마파크에 일당 받으러 온 알바생들 같아요. 애들이 네 명이나 나오는데 그래도 둘은 죽여야 체면이 서는 거 아닌가요? 한 명도 안죽고 끝나버리니까 이 영화는 개그물이 되는 거예요. 해피엔딩과 영화의 장르를 맞바꾼 거죠.



 7.제목을 '해피엔딩과 영화의 장르를 맞바꾼 영화'라고 쓰려다가 그건 스포가 될 것 같아서 그냥 말았어요. 나는 착하니까요.





 -----------------------





 뭐 그래도 점프스케어 영화는 늘 데이트용 무비로 쓸모가 있죠. 데이트를 할 때마다 몇 번이고 처음 보는 척 하면서 다시 볼 수 있어요. 데이트할 상대만 있다면 말이죠.


 문제는, 데이트할 상대가 문제가 아니라 이젠 아예 상영관도 거의 없어요. 코엑스에서도 하루에 딱 한번 상영하는군요.


 데이트 상대랑 애나벨3을 보러 가고 싶지만 데이트 상대와 애나벨3 상영관...둘 다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19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6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04
121449 프레임드 #238 [9] Lunagazer 2022.11.04 169
121448 이태원 참사 중 경찰 인력 배치에 미흡했던 정부 외... [7] Sonny 2022.11.04 931
121447 [왓챠바낭] 간만에 본 J-스릴러 '작년 겨울, 너와 이별' 잡담 로이배티 2022.11.04 308
121446 복수는 나의 것 (1979) catgotmy 2022.11.04 296
121445 근조리본소동의 본질은 뭔가요? [8] 첫눈 2022.11.04 866
121444 (스포) [블랙아담] 보고 왔습니다 [4] Sonny 2022.11.03 507
121443 에피소드 #9 [5] Lunagazer 2022.11.03 152
121442 “토끼머리가 범인”유언비어 퍼트리던 놈들은 털끝도 안건드네요? [1] soboo 2022.11.03 681
121441 프레임드 #237 [4] Lunagazer 2022.11.03 127
121440 하녀 (1960) catgotmy 2022.11.03 158
121439 시즌(OTT)이 없어지네요.. 타임어택... [2] 폴라포 2022.11.03 490
121438 [시즌바낭] 소리소문 없는 K-호러 앤솔로지, '미드나잇 호러: 6개의 밤' 잡담 [2] 로이배티 2022.11.03 527
121437 이태원 현장인력들을 "압수수색"하는 윤석열 정부 [8] Sonny 2022.11.03 1079
121436 돌발영상(오세훈, 윤석열, 한덕수, 용혜원) [1] 왜냐하면 2022.11.03 539
121435 [디즈니플러스] 예쁜 쓰레기... 가 아니라 '스크림 퀸즈' 시즌 2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2.11.02 676
121434 (노스포) [자백]의 배우들 [7] Sonny 2022.11.02 539
121433 어른의 논리(그리고 새 생명에게) [4] 예상수 2022.11.02 365
121432 프레임드 #236 [6] Lunagazer 2022.11.02 126
121431 욱일기와 자위대 깃발은 다르다? [3] 분홍돼지 2022.11.02 421
121430 아 참 별일이야 [5] 가끔영화 2022.11.02 36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