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디테일한 스포일러는 안 적을 예정입니다만 당연히 대략적인 흐름 정도는 짐작 가능해질 수 있는 글이니 읽기 전에 주의해 주세요.



 - 넷플릭스측에서 '시즌 5로 완결내겠다'라고 말했고 지금 나와 있는 건 시즌 4까지이니 완결은 아니지만 뭐 시즌 5는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그냥 지금까지의 소감만 대충 적습니다. 저번에 이미 한 번 적었던 바 있고 대부분의 할 얘기가 동어반복이라 가급적 짧게.



 -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단점은 수사물 형식의 드라마 주제에 범죄 수사가 허접하기 그지 없다는 건데... 그건 시즌 4가 끝날 때까지 전혀 개선되지 않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형사들이 연애하는 드라마'라고 욕 먹는 한국 드라마들 범죄 수사와 비교해도 나을 데가 없고 심지어 더 허접할 때도 많아요. 뭐 범죄 수사를 그냥 루시퍼와 주변 인물들 관계를 반영해서 갈등을 해소해주기 위한 도구로만 써먹는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 또 하나의 단점은 매 시즌 메인 빌런들이 거의 다 무매력에 카리스마도 없고 재미도 없으며 심지어 꾸미는 음모도 허접하다는 겁니다만. 역시 개선되지 않습니다. 4시즌 피날레가 그 중에서 가장 확연히 낫긴 했지만 그마저도 사실 상대평가일 뿐 그 자체를 높이 평가하기엔...;



 - 처음부터도 그렇긴 했지만 시즌 3부터는 아주 그냥 본격적으로 소프 오페라가 됩니다. 기존 캐릭터들끼리 이리 엮이고 저리 연애하고 오해하고 질투하고 (잘못) 엿듣고 그러는데... 기본 설정의 힘 덕에 캐릭터들이 다 범상치가 않아서 나름 재밌긴 합니다만. 이야기 전개를 위해 캐릭터의 일관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는 일이 많아서 스스로 캐릭터들의 매력을 깎아 먹습니다. 예를 들어 모 캐릭터가 시즌 4 말미에 저지르는 진상짓은 애초에 이해도 안 될 뿐더러 또 그게 그렇게 쉽게 덮일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또 덮여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만... 그냥 넘어가 버리더군요. 허허.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저찌 다 볼 수 있었던 건 이 드라마가 기본적으로 캐릭터 쇼이고 그 캐릭터들 중 몇몇이 (비록 '이번 회만 살자!'라는 스피릿의 막장 전개로 스스로 계속해서 제 살을 깎아 먹을지라도) 그나마 매력을 유지해주기 때문입니다. 징징거리는 파파 보이이긴 해도 어쨌든 수퍼 파워로 자기 내키는 대로 막 살면서도 내 여자에겐 따뜻(...)한 데다가 수트빨도 좋고 피아노 치며 노래도 잘 부르는 루시퍼는 기본적으로 다수에게 먹히는 캐릭터이구요. 우리 '디텍티-브' 데커씨는 그 자체는 좀 지루한 캐릭터이지만 루시퍼와의 합은 그럭저럭 맞구요. 루시퍼 형이나 메이즈나 린다 박사나 모두 매 시즌, 매 화마다 흔들리는 캐릭터 정체성에도 불구하고 그 괴상한 성격과 괴상한 처지 덕택에 대충 핸드폰 보고 딴 짓 하면서 구경할만한 재미는 있어요.



 - 좀 쌩뚱맞지만 시즌 3부터는 보는 내내 '앨리 맥빌'이 떠올랐습니다. LA PD가 아니라 보스턴 로펌이 배경이고, 앨리 맥빌에는 천사도 악마도 안 나오긴 하지만 비슷한 점이 많아요. 기본적으로 능력 출중한 전문직 종사자들이 나와서 늘 자기들 현 상태를 반영하는 사건을 맡아 해결한다는 이야기이고. 직장 안에서 벌어지는 얽히고 섥힌 막장 연애 스토리가 중심이며 주요 등장 인물들 중 대부분이 현실 세계에선 거의 존재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인간들이죠. 매 에피소드마다 피아노가 놓인 바(?)가 등장하고 거기에서 주인공들이 뮤지컬 놀이를 한다는 것두요.


 다만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앨리 맥빌' 쪽의 퀄리티가 아득하게 높습니다. 앨리 맥빌의 캐릭터들 역시 막장 진행을 위해 정신줄을 놓을 때가 종종 있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시작할 때 캐릭터 구축은 단단해서 견딜만 했구요. 뮤지컬과 코미디의 수준도 높았고 뭣보다도 주인공 변호사들이 처리하는 사건 이야기가 재미가 있었어요. 뭐 무려 신을 고소해달라는 초딩도 나오는 이야기였지만 실제 시카고 변호사 출신 작가의 탄탄한 지식이 있어서 도무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보다 보면 말이 되는 재미가 있었거든요. 뭐 지난 세기 드라마이고 하니 지금 보면 허접한 부분이 많이 눈에 띄겠지만 기본적으론 그랬습니다.


 그래서 앨리 맥빌이나 다시 볼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는 잉여로운 소감입니다.



 - 아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는 정말 내내 피날레가 클리프행어네요. 그리고 주인공 커플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답답합니다. 뭐 나름 3시즌 피날레와 4시즌 피날레에서 답답했던 떡밥이 하나씩은 풀리긴 했습니다만. 4시즌 피날레로 인해 5시즌 초반부가 너무 답답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ㅠㅜ



- 덤으로 루시퍼 in 루시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74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1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662
121406 프레임드 #235 [4] Lunagazer 2022.11.01 117
121405 빨갱이 그리고 catgotmy 2022.11.01 245
121404 돈 안들고 왠지 보안 걱정 없을거 같은 홈캠 필요하신 분 tip 혹은 광고 [1] soboo 2022.11.01 391
121403 정부에서 주최자 없는 행사라는 표현을 쓰던데 [10] 말러 2022.11.01 957
121402 잘만든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보면서 가끔영화 2022.10.31 255
121401 성범죄자의 주거 [1] 메피스토 2022.10.31 347
121400 "'밀어' 외친 남성, 문 잠근 상인 전부 조사"…경찰 이태원 CCTV 분석 [3] 도야지 2022.10.31 686
121399 26시간 후 달 크기 가끔영화 2022.10.31 217
121398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Y 더 라스트 맨> [2] daviddain 2022.10.31 310
121397 그날 이태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타락씨 2022.10.31 518
121396 [디즈니플러스] 예쁜 쓰레기를 좋아하십니까, '스크림 퀸즈' 시즌1 잡담 [8] 로이배티 2022.10.31 468
121395 자국혐오 국까 세력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네요 모르나가 2022.10.31 417
121394 프레임드 #234 [2] Lunagazer 2022.10.31 103
121393 이태원 할로윈 사태와 논쟁에 대해 [11] Sonny 2022.10.31 1185
121392 도끼로 내려 찍고 싶은 마음의 정체 [8] 칼리토 2022.10.31 964
121391 익숙한 공간에서 일어난 사고..트라우마 [4] 말러 2022.10.31 585
121390 슈룹, 역시 김혜수와 김해숙! [2] S.S.S. 2022.10.31 492
121389 ‘아저씨가 여자애들 구하는 영화’가 흥하는 이유 + 졸지에 효녀된 조카(feat.이태원 사태) [2] soboo 2022.10.31 850
121388 아래에 이전 정권에서도 경찰 코배기도 안 보였다고 허위주장하는 인간들이 있어서 영상 올립니다 [36] 사막여우 2022.10.30 1564
121387 각자도생의 시대 분홍돼지 2022.10.30 46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