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넘어간 오늘은익명님 글에 댓글을 달다가 생각나서 짧게 따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저는 익명님께서 상당히 의미있는 지적을 그것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하셨다고 생각합니다만, 입장은 다릅니다.  저는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해본 적도 없고 글쓰기 전에 따로 조사도 안했기때문에 오류가 있으면 거침없이 지적해주세요.


- 미국법에서는 성범죄와 관련, 피해자의 이전 성생활에 대한 사항의 증거능력을 제한합니다. 어렴풋하게 가해자와의 성관계 이력은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게시판에선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저는 피해자의 성생활과 성범죄가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미국 의회가 법을 통과시켜서 이렇게 하자고 한 데엔 이런 류의 증거가 사실 규명에 도움이 되는 측면에 비해, 피해자에 대한 인권 침해나 편견 조장, 성범죄 신고 기피 조장 등의 악영향이 너무 커서겠죠.


- 뉴욕 지하철 역 개찰구 근처에서 무작위로 NYPD가 무작위 가방 수색 (random bag search)을 하는데요, 저는 개인적인 소소한 호기심때문에 한번만이라도 백서치 당하고 싶어서 경찰관분들을 뚫어지게 보곤 하는데, 한번도 경험이 없습니다. 근데 전에 파키스탄계 미국인 청년이랑 이야기하다가 얘가 하루에 세 번 서치에 걸린 적이 있단 얘기를 들었어요. 대학원 마지막학기로 거슬러 올라가, 그때 NYPD 현직에서 일하는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은 지하철 가방 수색의 지침을 만드신 분입니다.  수업때 들은 바로는 여러 강조 포인트 중에 하나가 인종을 보지 말고 몇 사람 지나가면 무작위로 1회 수색하는 식으로 하라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수업 중 하루엔 NYPD의 다른 간부 한 명이 강의를 한 적도 있는데요, 그때도 NYPD에서 인종 위주의 범죄 수사 (racial profiling)를 얼마나 경계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역에서 실제로 수색을 하는 경찰관들은 경험상 아는 거죠. 저기 가는 저 아시아 여성은 크게 위험할 것 같지 않아. 그래서 결국, 저는 수색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한데도(!) 한번도 당하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하루에도 수 회,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거죠. 우리는 레이셜 프로파일링을 하지 않아, 하고 외치는데도 그렇습니다. 근데 여기서 더 나아가, 특정 인종의 범죄율이 특히 높으니 조심합시다 (내지는 노출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조심합시다) 하고 소리내어 말하게 되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그런 발화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 서울 지하철에서 기분나쁜 상황을 겪은 여성들 (아주 드물게 남성들)은 아마 공감하실지도 모르는데,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간다고 해서 딱히 이상한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용감한 여성주의자라도 자기의 안전을 담보로 모험을 하지는 않아요. 제가 근본적으로 노출 주의 얘기가 별로 효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원래 취향상 노출을 꺼릴 뿐만 아니라 혹시 야근하고 늦게 퇴근하면 밝은 길 찾아서 다니고, 만취해서 길거리를 걷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알려드릴까요? 뉴욕 길거리에서 고성방가 내지는 시비 거는 사람들의 인종 구성을 보면 대개 흑인입니다. 몇 번 귀찮은 상황을 겪고 난 후엔 특히 시끄러운 흑인 청소년 그룹이 길에 있으면 발걸음이 빨라지게 되죠. 하지만 누가 길에서 흑인을 조심합시다 이러면 저는 분개할 것 같습니다. 이런 감정을 전달하려고 글을 쓴 건데, 제대로 썼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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