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아비꼬 포스팅 했을 때 지인 한 분이 대충 이런 의견을 내놓더군요.
'아비꼬가 맛있긴 한데 일반적인 일본식 카레라고 하긴 좀 그렇다.' 그러면서 덧붙인 것이 '사토시 정도면 진짜 일본 가정식이지 않겠느냐' 란 코멘트.

- 사토시? 얘기 들어보니 푸르지오 2층에 있는 가게라 합니다. 어쨌든 홍대 들른 김에 그 얘기가 생각나서 늦은 저녁에 한 번 가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전 만날천날 지나다니면서도 저기가 카레집인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앞에 보면 뭐 메밀소바 어쩌고 써놨거든요. (=이 메뉴 가능하단 얘기.)
이번에 다시 찾아가 보니 희한하게도 퓨전카레집 '자연의 속삭임' 가게 옆자리더군요.;; 여기 잘 나갈 때에 복도 반대쪽 자리에다가 테이블을 더 마련했었는데
딱 그 섹터였습니다. 과연 여기는 카레집이 들어올 운명(?)이었을지도... (....)




가게 내부. 적당히 일본식 인테리어인데, 조명이 분식집 조명인 게 약간 아쉽네요. 형광전구만 장미전구 같은 걸로 바꾸면 분위기가 좀 더 살 것 같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아주머니 혼자 하시는 집인데다가, 그 주인장께서 소리소문도 없이(...) - 음식 나왔습니다란 코멘트조차 없이 살짝 내려놓고 들어가시는 -
메뉴를 내 오기 때문에, 되게 적막한 감이 있습니다.;;



고로케(크로켓)가 따로 메뉴에 있는 걸로 봐서는, 이 가게가 자신있게 내놓는 메뉴가 저건가봅니다. 그러면 마수걸이로 고로케 카레를 한 번 시켜보겠습니다.



기본 반찬. 소박하지만 맛있습니다. 단무지가 흔히 보는 중국집 단무지가 아니란 데서 일본 느낌이 묻어납니다.



해초가 들어간 맑은 장국. 이태백은 아니지만 달 대신 전등을 담아 마시는 풍류(....) 과연 일본의 가정식이란 느낌이군요.



이것이 고로케 카레. 카레는 전체적으로 맵지는 않지만 좀 달짝지근합니다. 일본 본토 요리가 좀 단맛이 강하다고 누가 그러더니 진짜로 그런가 보네요.
아마도 양파를 볶아 낸 단맛으로 추측이 됩니다. 하지만 풍미가 좋기 때문에 카레소스나 밥만 먹지 말고 고로케랑 같이 얹어 먹으면 조화롭습니다.



그릇을 비워갈 때쯤 주방에 있던 주인장 아주머니까 밥이나 카레 더 필요하냐고 묻습니다. 리필 가능한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가게 닫을 시간이라 마지막 밥에 누룽지가 좀 섞여 들어갔다"고 말을 하더군요. 음, 먹으면서 애매하게 마른 밥풀이 몇 개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그래도 뭐 먹을 만합니다.



평소 저는 8할의 눅진함과 2할의 까칠함 그리고 아주 드물게 승질머리 버프가 걸릴 때가 있는데, 이 날 저는 매우 늦게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관대하기가 서울역에 그지없었습니다.(...) 그건 바로 이 고로케 때문. 다른 카레집의 고로케도 나름대로 맛있지만 이 집의 고로케는 특출납니다.
속이 매우 알차고, 뭐랄까 정말 감자를 으깨 튀겼다는 느낌이 확확 풍깁니다. 역시나 이 가게의 자신작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입가심으로 디저트도 나옵니다. 그런데 그냥 귤이 아니라 냉장고에 살짝 얼려 내서 마치 셔벗 같습니다.


정말 추천대로 일본의 어느 가정식 카레 코스를 맛본 듯한 느낌입니다. 소박하지만 맛의 기본이 담겨 있고, 여러 모로 일본 서비스업 특유의 마음씀씀이(=기쿠바리)가
느껴지는 집입니다. (심지어 밥먹고 계산하고 나오는데 가게 주인이 가게 밖까지 따라나와서 세 손가락 모으고 90도로 인사하는 집은 처음 봤습니다. 꿇어앉지는 않았지만;
- 그나저나 이 분 한국 분 같던데... 쿨럭)
단지 좀 단맛이 강하고, 위치가 애매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집이 과연 치열한 홍대 요식업계에서 과연 오래 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합니다.
뭐, 그래서 포스팅을 해 두는 거지만. 너무 외진 데 있어서 장사 좀 되시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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