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평판, 존재감)

2017.11.26 15:31

여은성 조회 수:656


 1.전에 썼듯이 페미니즘은 좋지만 자칭 페미니스트들은 별로 안좋아해요. 공산주의는 좋은 개념이지만 자칭 공산주의자들은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던 것처럼, 자칭 페미니스트 중에는 그런 인간이 많잖아요.



 2.워마드나 메갈엔 그야 인간쓰레기들이 우글거리죠. 하지만 쓰레기들을 굳이 나쁘게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전에 와인스타인이나 루이ck에 대해 썼듯이 악당들의 모습은 사실 나의 다른 모습일 뿐이거든요.


 나의 처지가 지금보다 나았다면 나는 재수없는 악당이 됐을 거고 지금보다 나빴다면 찌질한 악당이 됐을 거니까요. 세상을 위해서라면 지금 정도의 처지가 딱 좋은 것 같기도 해요. 나의 처지가 여기서 바뀐다면 세상엔 빌런이 한명 더 늘어날 예정이니까요. 그러니까 남을 욕해봐야 누워서 침뱉는 기분이 들어서 안 해요.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젠더 권력자가 여유를 부리는군.'이라고 하겠지만 그건 아니예요. 나는 열심히 살고 있거든요. 그야 매일 열심히 사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살아야 하는 날엔 확실히 열심히 살고 있어요. 내가 잘나간다면 남자라서 잘나가는 게 아니라 열심히 살기 때문에 잘나가는 거예요. 하지만 나도 처지가 엿같았다면 워마드나 일베 같은 거나 하고 있었겠죠. 거기서 광대가 되어 매일 시끄럽게 굴고 있었겠죠. 



 3.글리에서 퀸 파브레가 못되게 굴고 다니니까 그녀의 주위 친구들이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줘요. 그러자 파브레는 '나쁜 평판을 가지는 게 평판이 없는 것보다는 나아. 그러니까 계속 못되게 굴거야.'라고 대답하죠.


 존재감이 없는 것보다는 나쁜 존재감을 가지는 게 낫다...어떤 사람들은 이걸 이해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의식이 강한 놈들은 그렇거든요.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건 자의식이 강한 그들에겐 너무나도 끔찍한 일인 거예요. 우리 모두 어렸을 때는 그랬어요. 사람들이 자신을 봐주는 시선을 느끼고 박수소리를 듣고 싶어했죠. 


 '언젠가는 사람들이 날 쳐다봐주고 내게 박수도 쳐줄거야. 그런 날이 오긴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잠드는 날을 여러 번 보내다 보면 어느날 알게 돼요. 시선도 박수소리도 얻기가 열라 힘든 거라는 걸 알게 된단 말이죠. 그러면 어떤 사람들은 포기하기로 하고 어떤 사람들은 더 노력하기로 해요. 그리고 어떤 놈들은 관심을 끄는 댓가로 박수소리는 포기하기로 하는 거죠.



 4.휴.



 5.막나가는 광대가 되어버린 놈들은 그나마 괜찮아요. 한데 어떤 놈들은 광대는 되기가 싫은 건지 좀더 있어 보이는 전략을 취해요. '무언가를 문제삼는 걸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려고 노력하죠. 그런 인간들을 볼 때마다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해요. 다른 사람들을 문제삼는 걸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니...그건 너무 폼이 안 나잖아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메스를 쥘 권한만 없을 뿐이지 진단은 잘 하는 의사라는 착각 속에 빠져 살아요. 그래서 메스를 쥔 사람에게 몰려가 '여길 도려내야 한다' '저길 도려내야 한다'라고 외쳐대죠. 진단이 틀려도 아무 책임도 질 수 없는 사람들이 말이죠. 그렇게 자기자신을 의심하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다니...어떤 면에선 대단한 거예요.


 하긴, 그렇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면 자기확신이라도 가져야 맨정신으로 살 수 있겠지만요. 



 6.그래서 가끔은 그런 속편한 사람들이 부럽기도 해요. 지뢰밭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나는 그렇게 속편하게 살아갈 수가 없거든요. 내가 지뢰를 밟지 않을 거라고 믿든 말든 상관없이, 지뢰가 있는 곳을 밟으면 지뢰는 터지니까요. 


 왜냐면 지뢰라는 건 그렇거든요. 긍정적인 놈이 밟든 부정적인 놈이 밟든 착한 놈이 밟든 나쁜 놈이 밟든 말주변이 좋은 놈이 밟든 말주변이 없는 놈이 밟든...밟으면 예외 따윈 없어요. 그냥 터지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지뢰를 밟았을 때를 대비하며 걸어야 하죠. 이거 엄청 힘든 일이라고요! 보고 싶은 걸 멋대로 보거나 믿고 싶은 걸 멋대로 믿으며 살 수가 없어요. 늘 긴장하며 걸어가야 하죠.


 음 하지만 지뢰밭의 그 엄정한 점이 마음에 들어요. 누가 밟든 어떤 마음으로 밟든 지뢰를 밟았다면 용서없이, 그 누구도 감히 피해갈 수 없는 폭발이 휘몰아친다는 사실이 말이예요. 왜냐면 지뢰밭 바깥 세상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지뢰밭의 바깥 세상은 보상과 징벌의 법칙이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알아먹을 수 없는 곳이예요. 아마 그곳에선 잘해나갈 수 없을 거예요.



 7.수영장에 가야겠어요. 물론 수영하러는 아니고 믹스나인 보고 자려고요. 계속 못 자고 있는 중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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