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8 10:20
아아. 쉽지 않았습니다.
비록 일반인을 위한 입문서였지만, 허들이 높았던 것인지 우리의 점프력이 좋지 않았던 것인지 읽는 내내 자문하게 만들었던 그 책…(‘우리’라기 보다는 ‘저’라고 해두는 게 좋겠군요)
독서모임 동적평형 3월의 정모 도서는 레이 커즈와일의 마음의 탄생(부제 : 알파고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훔쳤는가?)였습니다.
부제에 알파고가 언급되긴 하지만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붙인 마케팅용 제목이라 알파고 자체와는 별 상관 없는 이야기입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인간의 지능은 무엇인가, 인공지능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가,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지난 저서 ‘특이점이 온다’를 통해 기술적 특이점을 예견한 것으로 잘 알려진 미래학자이자 발명가입니다. 왕년에 건반 좀 쳐보신 분들이라면 신시사이저로 커즈와일의 이름을 기억하실지도요.
책 초반 상대성 이론의 소개부터 뭔가 심상치 않았지만, 이후 이어지는 첨단 과학들의 향연에서는 대부분@_@ 한 표정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학부시절, 이 책의 3장에서 소개하는 패턴 인식에 대한 논문을! 원서로! 읽으셨던 회원분이 계셔서 여러 좋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인간의 패턴 인식 과정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최근 나오고 있는 자유 의지에 대한 실험 결과나 이런저런 뇌의 작용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시는 등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논문 읽을 땐 이해가 잘 안 갔는데 이 책에서는 수식 없이 쉽게(!)쓰여져 있다고 하셨지만 문외한에겐 그것도 쉽지 않았다는 점…
이렇게 우는 소리를 해댔지만 사실 ‘마음의 탄생’은 단순히 최신의 기술을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여러가지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인공 지능이 단순히 빠른 연산을 통해 많은 경우의 수에서 최적을 찾는 프로세스라서, 이른바-중국어방 논증에서 보듯이-‘의식’은 가지지 못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만, 커즈와일은 그건 인공지능의 개념을 완전히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창조를 하는 존재인 것을 인정한다면, 발달된 인공지능 역시 사람과 다르지 않은 과정을 통해 사람과 같은 생각을 하고 창조를 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거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애프터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윤리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인공지능이 진정 사람과 같은 감정을 가지게 되고 사람을 넘어서는 지능을 가지면 어떻게 될지
그리고 SF의 단골 소재처럼 기억을 백업하고 새로운 몸 혹은 기계장치에 이식을 하면 어떻게 될지.
통속의 뇌가 있다면 그것도 역시 나라고 부를 수 있나? 아니 그 이전에 사람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인가? 등등
여기 다 옮길 순 없고 기억이 안나고 역시 인상 깊었던 것은 한 회원님이 말씀하신 ‘그냥
기계가 시키는 대로 살면 편하지 않을까요?’ 였습니다. 아마
다들 속으로 무릎을 치셨는지도.
뭐, 그전에 스카이넷이 핵버튼을 눌러버릴 가능성도 있겠습니다만…
이 책에서 언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파고 vs 이세돌 대국의 결과는 우리의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대사건이었습니다.
알파고의 이해할 수 없는 ‘수’는 결국 인간이 절대로 이해 못하는 ‘신의 수’ 임이 밝혀졌죠.
사람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발전이 단지 바둑에서 멈추리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인류는 한단계 높은 차원의 도약을 할 수 있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인류의 종말?
모두 오래살면서 어떻게 변해갈지 지켜봅시다. ㅎㅎ
Ps. 모임에 관심 있으신 분들의 문의는 언제나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