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에 흥미로운 폭로 기사가 올라왔네요.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9/02/11/a-suspense-novelists-trail-of-deceptions

A. J. Finn이라는 필명으로 The Woman in the Window라는 베스트셀러 데뷔작을 낸 댄 맬러리(Dan Mallory)라는 작가에 대한 기사입니다.
한국에는 아직 나오지 않은 책인 것 같은데, 작년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리스트 1위로 데뷔하는 큰 인기를 얻었고
에이미 아담스 주연, 조 라이트 연출의 영화 각색판이 올해 하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작가의 행적이 크고 작은 거짓말들로 점철되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네요.
미스터 리플리를 연상시키는데, 공교롭게도 작가 본인이 옥스퍼드 박사 과정에서 하이스미스의 리플리 시리즈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댄 맬러리는 William Morrow라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했었고, The Woman in the Window라는 책도 이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긴 기사에 각종 거짓말과 허풍들이 아주 촘촘하게 들어가 있는데;;
대충 기억나는 것만 적어 봅니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 어머니가 암에 걸렸고 남동생은 지적 장애가 있어 자기가 병간호를 했고 
결국에는 둘 다 죽었다고 했는데, 거짓말.
아버지도 죽었다고 지도 교수에게 거짓말.
자기도 뇌종양이 있다고 했는데 거짓말.
옥스퍼드 박사 과정을 중간에 포기했는데 남들에게는 박사 학위 받았다고 거짓말.
그뿐 아니라 미국 대학에서도 박사 학위를 받아 박사 학위가 둘이라고 했는데 이것도 물론 거짓말.

미국의 한 출판사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했는데 이때 평판이 좋지 않았다네요.
그만두기 전에는 오줌을 담은 컵을 사무실 여기저기에 놓는 테러 행위(?)를 했다는 의심을 받기도;;
나중에 런던 출판사에 취직할 때는 뉴욕에서 어시스턴트가 아니라 정식 편집자로 일했다고 거짓말.

런던 출판사에 다닐 때는 자기가 불치병이 있어서 10년 안에 죽는다고 거짓말. 
경쟁 출판사에서 이직을 권유받았다고 해서 승진시켜 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경쟁 출판사에서는 그런 권유 한 적 없음.
이게 빌미가 되어서 런던 출판사는 그만둡니다.
자기네 회사가 사기꾼을 채용하고 승진까지 시켰다는 게 알려지면 회사의 치부가 될까 봐 출판사에서는 쉬쉬했다는군요.

다시 뉴욕으로 가 William Morrow에 2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는 상급 편집자로 채용됩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회사에 나오지 않고, 동료들에게는 댄의 남동생 '제이크'로부터 이메일이 옵니다.
(영국에서는 남동생이 죽었다고 했는데;;)
형이 급히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죠. 
그 이후로도 수술이 성공적이었고 이제 회복 중이라는 메일들을 동생이 보냅니다.
하지만 동생의 메일에 보이는 장황하고 과장된 문체는 평소 댄의 문체와 너무나 닮았죠.
나중에 누가 댄에게 동생 제이크는 잘 있냐고 물어보니까 자살했다고 답했답니다.
(실제로 남동생은 멀쩡히 살아 있고요;;)

회복되었다고 다시 회사에 나왔지만 수술 후유증을 핑계로 출근하지 않거나 지각하기 일쑤였다는군요.
하지만 회사 동료들 말로는 체중 변화도 없었고 힘든 수술을 마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네요.
애초에 어느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해요.
이후에 스릴러 소설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겁니다.

편집자 시절에는 글 편집보다는 유명 작가들과 계약을 트는 일을 주로 했는데
외모가 번듯하고 말발도 뛰어나서 첫인상이 좋은 편이었다네요.

스타 작가가 된 후에도 거짓말과 허풍이 계속됐고
그게 쌓이다가 이번 뉴요커 기사로 폭발한 것 같습니다.

처음 기사 읽을 때는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입힌 범죄자도 아니고 뭐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기사를 쓸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읽다 보니 확실히 재미있긴 하네요;;
제가 소개한 건 일부이고 기사를 읽다 보면, JK 롤링이 필명으로 쓴 '쿠쿠스 콜링'을 자기가 추천해서 출판하게 했다느니... 허풍과 거짓말이 끝이 없습니다;;

댄이 편집자 시절에 담당했던 Sophie Hannah라는 작가의 소설에 댄의 거짓말과 매우 닮은 상황이 나오는 것도 재밌어요.
댄의 거짓말을 눈치챈 작가가 이걸 자기 소설의 소재로 이용한 것 같은데
이 작가가 사설 탐정을 고용해 댄의 뒷조사를 했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댄 맬러리 본인은 현재 어느 정도 거짓말을 인정하긴 했습니다.
양극성장애 2형 판정을 받았는데, 이 병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거짓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주변에 이야기했다고...
하지만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건 양극성장애 증상과는 별 상관이 없다고 하네요.

출판사 William Morrow는 댄 맬러리 편에 서겠다는 입장이고 페이퍼백 출시도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다음 소설을 출판할 계획도 있다던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무슨 흉악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니까...

미국 출판계에서도 직급이 낮은 직원들은 박봉에 힘들게 일하는데 
뭐 이런 사람이 높은 직급으로 연봉을 몇십만 달러씩 받았냐고 분개하는 분위기는 있더군요.

거짓말하고 막 나갈수록 성공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라는 말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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